본문 바로가기
메뉴 보이스
증권

[자이앤트레터] "첨 듣는데, 월마트보다 낫다고?"…블랙록·뱅가드가 눈독들인 53년 유통기업

박용범 기자
입력 2021.01.13 08:31   수정 2021.01.20 08:33
  • 공유
  • 글자크기
자이앤트레터 구독자 여러분.

뉴욕증시가 올랐는지 내렸는지는 주로 3대 지수(다우존스 지수, 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로 판단하죠.

하지만 최근 이에 못지 않게 눈길을 끄는 지수가 있어요.

주로 스몰캡 기업들로 구성된 러셀 2000 (Russell 2000) 지수 이야기입니다. 중소형주 2000개로 구성된 지수로 시총 1001위~3000위 속한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수에요.

이미지 크게보기
뉴저지주 패러무스(Paramus)에 있는 빅랏츠 매장 입구 모습 [박용범 특파원] 3대 지수에만 늘 시선이 쏠린 사이에 러셀 2000 지수는 최근 눈에 띄게 상승 곡선을 그렸어요.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는 러셀 2000 지수는 12일(현지시간)에도 사상 최고인 2127.96을 기록했구요. 최근 3개월간 28%가 오른 셈입니다.

이렇게 러셀 2000 지수를 떠받드는 효자 기업들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어요. 오늘 소개하는 '빅랏츠'(Big Lots: BIG)가 대표적입니다.

아마 처음 들어본다고 하실 분이 많을 거 같아요. 미국에 살고 있는 저도 얼마 전까지 잘 몰랐던 기업이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미국 47개 주에 걸쳐 14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는 적지 않은 유통체인이에요.

이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BOPIS라는 새로운 유통 트렌드를 알아본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BOPIS(buy online/pickup-in-store)는 온라인 구매, 오프라인 픽업 방식의 소비 패턴을 뜻해요.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있었던 방식이지만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었죠.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BOPIS 적응도가 유통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편화됐죠.

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47개 주에 걸쳐 14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는 빅랏츠 [자료=biglots.com]유통전문 미디어인 '토털리테일'(Total Retail)은 매년 탑 옴니채널 리포트(Top Omnichannel Report)를 발행하고 있어요. 참고로 옴니채널이란 온/오프라인을 같이 병행하는 유통기업을 뜻해요.

이미지 크게보기
빅랏츠가 선도적으로 도입해 운영 중인 BOPIS(buy online/pickup-in-store) 광고 문구. 온라인 주문 후 매장 주차장에서 대기하면 주문품목을 차로 가져다주며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점이 강조돼 있습니다. [자료=biglots.com]빅랏츠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옴니채널 유통기업 평가에서 1위(블루밍데일스, DSW 등 6개 기업 공동 1위)를 차지했는데요. 월마트(공동 7위), 타겟(공동 8위) 등 유통업계 공룡들을 제친 실적이에요.

빅랏츠는 BOPIS 평가에서 1.75점을 받은 것이 1위를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어요. 이 분야에서 월마트(1.25점), 타겟(1.5점)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죠.

이미지 크게보기
뉴저지주 패러무스에 있는 빅랏츠 매장 내부 모습. 로열티 프로그램인 빅 리워즈에 가입시 3회 구입시마다 5달러를 리워드로 주는 내용 등을 홍보하고 있네요. [박용범 특파원]빅랏츠는 코로나19 이전부터 BOPIS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투자를 해온 덕에 빛을 보고 있는 듯 해요.

2020년 3분기(10월 31일까지 39주 실적) 매출은 44억 61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0%가 증가했구요. 같은 기간 순이익은 5억 3100만 달러로, 3.5배(257%) 늘었어요. 코로나19 라는 악재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에요.

어떤 유통기업인지, 현장을 직접 가봤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뉴저지주 패러무스(Paramus)에 있는 매장이었구요.

이미지 크게보기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물품 중에 하나가 화장지, 키친타올이었죠. 빅랏츠 매장에는 자사 PB상품 화장지, 키친타올이 가득 진열돼 있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월마트 같은 곳에서도 잘 보기 드문 광경이에요. [박용범 특파원]1967년 오하이오주에서 시작된 이 기업.

53년이라는 역사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 DNA가 강한 고리타분한 유통채널이 아닐까하는 선입견(?)을 안 가질 수 없었죠.

하지만 멤버십을 가입하며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판매대 점원이 멤버십이 있냐고 물어봤을때 주저하던 순간, 옆 계산대에 있던 한 젊은 고객의 말 때문이죠. 그 고객은 저에게 "무조건 가입해요. 20% 할인, 쿠폰 등등등 절대 후회안할꺼에요"라고 말하더군요.

점원이 설명도 하기 전에 충성도 높은 고객이 이렇게 홍보를 해주다니····. 저는 '연회비가 있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에 제 개인정보를 술술 털어놓게 됐죠.

이미지 크게보기
빅랏츠 매장은 다른 유통채널과 달리 매대 간 간격이 넓고, 복도가 넓은 편이었어요. [박용범 특파원]

굵은 터치를 주로 쓴 감각적인 모바일 앱 디자인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빅랏츠는 신제품보다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유통채널(discount retailer)이에요.

전체적인 느낌은 '달러제너럴'(DollarGeneral), '달러트리'(DollarTree)과 같은 저가 유통체인과 'TJ맥스', 홈굿즈(HomeGoods), '버링톤'(Burlington)과 같은 재고 염가처리 유통체인의 장점을 결합한 것 같아요.

소비재 판매 가격 수준은 어떤지 한번 살펴봤어요.

가장 흔하게 쓰이는 세탁 세제인 타이드(Tide) 제품(PODS, 72개 팩)의 경우 빅랏츠의 가격은 17.99달러. 아마존 최저가를 그 자리에서 검색해보니 16.49달러였어요. 빅랏츠 가격이 약간 비쌌지만, 회원 할인 혜택 등을 받으면 큰 차이는 없는 수준이라고 보여요.

이미지 크게보기
대표적인 소비재인 세탁 세제 가격 비교, 왼쪽이 빅랏츠 판매가이고, 오른쪽이 아마존 프라임 회원 최저가입니다.

다만, 이들 유통체인과 차별화되는 점은 가구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였어요. 이는 2019년에 빅랏츠가 유명 가구브랜드인 브로이힐(BroyHill)의 브랜드와 상표권을 3800만 달러에 사들였기 때문이에요.

2019년 연간 실적 기준, 매출에서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6.9% 였구요. 가정용품(16.0%), 소비재(15.1%), 음식(14.2%) 등이 주요 매출 구성원이에요.

이미지 크게보기
빅랏츠 매장 내 전시공간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구들 [박용범 특파원]빅랏츠의 주주구성을 눈여겨 볼 만해요.

최대 주주는 운용자산 기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보통주 15.6%, 2019년 말 기준)이고, 2대 주주는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11.5%)입니다. 왜 이런 거대 펀드들이 이런 전통 유통기업에 투자를 했는지를 잘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3월 폭락했다가 연말에 4~5배 오른 빅랏츠 주가. [자료=구글]빅랏츠 주가는 지난해 3월 1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5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어요.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분야에서 '불가역적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어요.

디지털 세계에 자의든 타의든 발을 디딘 체험자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말이죠.

유통에서 BOPIS가 핵심 경쟁요소가 된 것처럼, 빅랏츠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박용범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