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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앤트레터] "한국 직구족들도 애용하죠"…반려동물의 아마존·월마트 꿈꾸는 기업들

박용범 기자
입력 2021.01.16 08:04   수정 2021.01.1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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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앤트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주 동안 춥고 궂은 날씨에 고생하셨던 만큼,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오늘은 반려동물 이야기를 드리려 해요.

저는 미국 뉴저지주에 살고 있는데요.

옆집에는 '그레이시', '비니'라는 두 마리 개가 살고 있답니다. 외모와 달리 늑대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맹견이라 ···, 이사 초기에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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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 관리를 받고 있는 귀여운 강아지 모습입니다. [자료=petco.com]집에 들어갈 때 마다 저희 식구를 경계하며 짖어대는데, 식은 땀이 날 때가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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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옆집에 사는 비니(왼쪽, 수컷)와 그레이시(오른쪽, 암컷). 보기와 다르게 엄청 사납답니다. ㅎㅎ [박용범 특파원]저희집과 옆집 간에는 담이 없어서 이 개들이 갑자기 뒤에서 달려와 식겁하는 상황(?)이 벌어진 게 한두번이 아니었죠.

어떻게 상황을 바꿔볼까 고민이 많았어요.

고민 끝에 전략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그레이시와 비니에게 점수를 따보는 방향으로.

옆집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트릿(treat, 먹잇감)을 사서 주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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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반려동물에게 양치질을 거의 안 시킨다고 하는데, 펫코는 치아 건강을 위해 이를 장려 중입니다. [자료=petco.com]

그후로 정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죠.

이제 저희가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면 차를 따라오며 반기더군요.

좀 더 친해지니 그 사납던 개들이 앉으라고 하면 앉고, 앞발을 들어보라면 들더라구요.

반려동물을 전혀 키워본 적이 없었던 제가 깨달은 게 있었죠. 개들도 감정이 있고, 인간과 강력한 교감을 나눈다는 사실을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레이시, 비니는 모두 유기견이었다고 하네요. 옆집 주인이 입양해 이들을 가족처럼 키우는 것을 보며,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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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나누엣에 있는 펫스마트 매장 내부 모습 [박용범 특파원]

저희 동네를 담당하는 집배원분은 늘 주머니 속에 트릿을 갖고 다니시더군요. 어디서나 문고리 권력(?)에게는 잘 보여야 하나봐요. ㅎㅎ

그레이시, 비니 덕에 저도 반려동물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오늘은 미국의 반려동물 관련 기업 이야기를 드리려해요.

'펫코'(PetCo)라는 회사에요. 미국에 살고 있지 않더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에겐 익숙한 브랜드일 겁니다. 국내 직구족들도 상당히 애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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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코는 '펫스마트'(PetSmart)와 함께 미국 반려동물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에요.

데이터 제공기업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시장점유율은 펫스마트 33.7%, 펫코가 15%를 차지했구요. 두 회사가 거의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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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려동물 시장 점유율. 펫스마트와 펫코가 전체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네요. [자료=statista.com]

이들 못지 않게 반려동물 애호가들 사이에 인기있는 쇼핑몰이 있죠.

반려동물 업계 아마존으로 불리는 '츄이(Chewy)' 이야기인데요, 이 회사는 펫스마트가 2017년 인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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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70억 달러로 추산되는 미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 [자료=petco.com]

미국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지난해 970억 달러(약 107조 원)였고,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에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나타난 현상이에요. 팬데믹에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버리는 일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죠.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펼쳐졌어요. 반려동물을 전혀 키우지 않았던 사람들도 새롭게 가족을 맞이했어요. 이른바 '펫 붐(pet boom)' 시대가 열렸어요.

반려동물 업계 온라인 제왕인 '츄이'가 주목받는 것은 '유레카 뉴욕' 코너에서 소개해드린 적이 있어요.

1965년 샌디에고에서 창업한 펫코는 미국 전역에 1470개 매장을 갖고 있어요. 꾸준히 거래가 있는 회원만 2150만 명을 갖고 있어요. 미국인 100명 중에 7명이 펫코 회원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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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나누엣에 있는 펫코 매장 전경 [박용범 특파원]

펫코는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어요. 반려동물은 사고팔지 말고, 가능한 입양하라는 점이죠. 이런 점을 회사 모토로 삼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드네요.

펫코는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재상장됐어요. 21년 만에 다시 시장에 나온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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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엣에 있는 펫코 경쟁 기업 펫스마트 매장 모습 [박용범 특파원]

사실 펫코는 1994년 상장이 됐다가 2000년 사모펀드가 인수해 상장폐지를 한 역사가 있어요. 당시 펫코를 인수한 자본은 유명 사모펀드인 TPG(Texas Pacific Group)과 LGP(Leonard Green Partners)였어요. 이후 주요주주는 캐나다 연기금인 CCP인베스트먼트와 아시권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인 사모펀드인 CVC캐피탈파트너스로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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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나누엣 펫코 매장 내 전시 중인 반려동물용 통조림들. 종류가 사람들 것 보다 더 다양한 듯 싶네요. [박용범 특파원]

나스닥에 재상장된 첫날인 지난 14일 주가는 치솟았죠. 공모가는 당초 예상보다 다소 높은 18달러였구요. 시초가가 26달러에 형성됐어요.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63.3% 오른 29.40달러에 거래를 마쳤어요.

이 회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근처 펫코 매장 2곳을 직접 가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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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나누엣 펫코 매장에서 판매 중인 고양이 관련 용품들 [박용범 특파원]

먼저 간 곳은 뉴욕주 '나누엣'(Nanuet)이라는 마을에 있는 펫코 매장이에요. 매장에 들어서자 대형 슈퍼에 온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반려동물용 식품은 물론, 미용용품, 영양제, 장난감 등 모든 것을 팔고 있었어요. 목줄에 묶이긴 했지만 주인따라 쇼핑을 온 반려동물들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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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나누엣 펫코 매장에 있는 즉석에서 이름표 등 악세사리를 제작할 수 있는 기계 [박용범 특파원]

금붕어 같은 관상용 어류, 어항과 작은 새까지 팔고 있더군요. 펫코에는 인간이 가까이할 수 있는 반려동물 관련 용품은 다 팔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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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미용 예약 사이트 화면 [자료=petco.com]

매장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왜 펫코를 찾는지 물어봤어요. 한 손님은 "펫스마트, 펫코 다 가봤는데 펫코가 품목이 더 다양한 거 같아 여기로 왔다"고 말했구요. 또다른 손님은 "그냥 집에서 가까워서 온다"고 말하더군요. 오전 10시 30분, 개점 시간에 맞춰 가봤는데 끊이질 않고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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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케어 서비스별 가격표. 손톱 손질은 10~15달러, 귀청소는 10달러, 양치질은 12달러를 받고 있네요. [자료=petco.com]

여기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펫스마트 매장도 함께 가봤어요.

매장이 좀 더 깨끗해 보이더군요. 매장 뒷편에 반려동물 미용실과 동물병원이 있다는 점이 차이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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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나누엣에 있는 펫스마트 매장 내 미용실 모습이에요. [박용범 특파원]

미용실에서 '버츠비'(Burt’s Bees)와 같은 브랜드 용품까지 골라 스킨케어, 샴푸, 샤워를 할 수 있게 돼 있네요. 버츠비 용품으로 받는 샴푸, 컨디셔너 서비스는 21달러였습니다. 손톱손질, 양치질까지 서비스하는 것을 보고, 저보다 팔자가 좋은 반려동물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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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나누엣에 있는 펫스마트 매장 입구에 있는 광고판. 손톱 다듬기, 양치질, 목욕 등이 가능하다는 안내입니다. [박용범 특파원]

제가 아는 한 지인은 "펫스마트가 월마트라면, 펫코는 코스트코에 비교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상품구색, 상품의 질 등에서 이런 차이가 있다고 평가하신 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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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스마트, 펫코 모두 매장에서 관상용 어류를 판매 중이에요. 거북이도 판매하더군요. 사진은 뉴욕주 나누엣 펫스마트 매장 모습 [박용범 특파원]

이번에는 뉴저지주 '해큰섹'(Hackensack)에 있는 펫코 매장을 가봤어요. 뉴욕주 매장보다 큰 편이고, 매장 내 백신 클리닉이 같이 있었어요. 펫코 매장은 1470개가 있는데 이중 105곳에 클리닉이 있다고 해요. 18개월 전에는 클리닉 수가 15개 뿐이었는데 105개로 늘렸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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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주 해큰섹에 있는 백신 클리닉 예시 사진 [자료=petco.com]

코로나19 사태로 반려동물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요.

펫코가 온라인 사업에는 츄이에 뒤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디지털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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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코 CEO인 론 쿠글린 [자료=petco.com]

HP 개인시스템 담당 사장을 지낸 론 쿠글린(Ron Coughlin) 펫코 CEO가 이런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죠. 쿠글린은 이날 CNBC에 출연, "'펫 붐'은 2021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지난 18개월 동안 디지털화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고 말했어요. 그는 "온라인 주문 중 30%는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고 말하더군요.

펫코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해 약 제품의 70%는 펫코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도록 한 전략을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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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분기부터 크게 높아진 펫코의 전년 동기대비 매출 증가율 [자료=petco.com]

펫코는 2020년 1분기까지 매출 증가율이 2~4%를 기록했으나, 팬데믹 이후인 2분기에는 10.5%, 3분기에는 16.3% 를 기록했어요. 펫코는 회계연도가 2월 1일부터 시작되는데요. 2020회계연도 3분기까지(2020년 2월 1일~2020년 10월 31일) 누적 매출은 35억 8200만 달러를 기록, 9% 성장했네요. 같은 기간 순손실은 8870만 달러에서 2030만 달러로 줄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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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2024년 연평균 7%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 [자료=petco.com]

펫코의 상장심사 서류에 따르면 미국 반려동물 시장은 2008년~2019년까지 매년 평균 5% 성장했고, 2020년~2024년까지는 매년 평균 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네요.

펫코의 앞으로 운명은 디지털 사업의 성장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반려동물 업계 아마존이라 불리는 '츄이'와 운명을 건 승부가 시작됐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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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이런 디지털 진검승부를 더 앞당긴 셈이죠. 특히 츄이는 구독경제 모델로 정기적으로 상품을 배송받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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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코는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를 대비하는 보험 상품도 판매 중이에요. [자료=petco.com]

쿠글린 CEO는 "전체 소비자 중 39%는 옴니채널(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이용) 이용자고, 20%는 온라인만 쓰는 이용자"라며 이 같이 디지털화를 강력히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어요. 아직 41%는 오프라인 이용자라는 뜻인데, 점점 줄어들 것이 분명해요.

더군다나 아마존, 월마트 같은 유통공룡들이 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점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21년 만에 다시 상장되며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 펫코가 이런 경쟁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자이앤트레터는 네이버 포스트에서 무료 구독이 가능해요. '유레카 뉴욕' 코너에서는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적극 환영해요!

최선을 다해 취재해서 다뤘습니다만,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은 언제든 의견해주시면 반영할께요. 감사합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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