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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다급한 동학개미 "적금 깨고 연금까지 끌어와 투자 나선다"

문일호 , 김규식 기자
입력 2021.01.17 17:28   수정 2021.01.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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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만 은행돈 14조, 증시로 유입

"상승장서 나만 소외될수 없어"
저축성 상품 줄줄이 해지하고
마통까지 뚫어 투자자금 마련
고액자산가도 속속 은행 이탈

연금저축 활용한 ETF 투자도
1년만에 306%나 늘어 1.2조
◆ 증시로 자금 대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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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풀린 풍부한 돈이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머니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예·적금 통장을 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향후 주가가 급락할 경우 빚을 갚지 못하는 신용대출발 가계부실을 걱정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4일 기준 정기예금 총잔액은 630조9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0월 말(640조7257억원)보다 9조7399억원 줄어든 것이다.

이 기간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주가지수인 코스피가 작년 10월 30일(2267) 이후 줄곧 치솟아 이달 11일 장중 3266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불과 두 달 보름 만에 1000포인트 가까이 뛴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은행 고객들이 예금을 깨고 주식 투자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은 40조9856억원에서 41조1940억원으로 2083억원 늘었다.


다만 작년 12월 이후로는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작년 11월 말과 비교해 12월 한 달간 1067억원 감소했고, 올해 들어 14일까지 추가로 1270억원이 더 빠졌다. 언제라도 뺄 수 있어 단기 자금 성격의 돈이 머무는 요구불예금 잔액은 더 빠르게 감소했다. 올 들어 11조7575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이는 작년 초와 비교해도 빠른 감소세다. 2019년 말 대비 2020년 1월 요구불예금이 6조4000억원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2배 가까운 돈이 은행에서 더 많이 빠져나간 것이다.

최근에는 고액 자산가들도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 뭉칫돈을 옮겨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PB는 "올 들어 고액 자산가들이 정기예금에서 해지된 자금, 요구불예금에 뒀던 여유자금 등을 주식으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연초부터 이어지는 마이너스통장 개설을 포함한 신용대출 행렬 또한 증시 상황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금융당국이 작년 말부터 은행권의 전문직 신용대출 상품을 규제하자 더 개설이 편리한 마통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별 마통 개설건수는 작년 12월 31일 1048건에서 이달 14일 약 2.2배인 2204건으로 뛰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5대 은행의 신규 마이너스통장은 모두 2만588개,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1조6602억원(46조5310억원→48조1912억원) 크게 불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에 대해서는 상한선(월 증가분 2조원)을 정해놓고 규제하는 반면 증권사 대출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14일 현재 고객들이 증권사에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신용공여 잔액은 21조282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증권사 신용공여의 경우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부실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연금계좌에서 주식 직접 투자를 선택하는 이른바 '연끌'(연금 끌어오기) 투자자도 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사 연금저축계좌의 상장지수펀드(ETF)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1912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말 대비 306% 급증한 수치다. ETF 잔액이 전체 연금저축계좌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8%로 전년보다 8.0%포인트 커졌다.

연금만이 아니다. 코스피가 지난주 3150까지 올라갔지만 여전히 증시 대기자금은 60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7조82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42.4% 늘어난 수치다. 투자자 예탁금은 개인투자자가 주식 등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 놓은 자금이다. 지난 12일 74조455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지난주 한 주 동안 개인이 9조8002억원을 매입하면서 다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 주식으로 유입될 수 있는 CMA 잔액 또한 14일 기준으로 63조8464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마련한 대출이 '블랙홀'처럼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빨려 들어가자 금융당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하는 등 자산시장 과열 우려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이전에 비해 상승 속도가 대단히 빠른데 이렇게 과속하게 되면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문일호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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