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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혁신펀드 '단비'가 31개社 되살렸다

입력 2021/03/04 17:45
수정 2021/03/04 21:46
3년동안 3.1조원 규모로 조성
민간 주도 구조조정 마중물로

산업구조 재편·코로나 쇼크등
위기내몰린 기업에 1.5兆수혈

유영산업, 코로나前수준 회복

증설 투자금 급했던 명신산업
테슬라 납품사로 코스피 데뷔
◆ 레이더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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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부산시 사하구에 설립된 유영산업은 운동화용 갑피 및 내피 소재를 생산해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해 왔다. 2019년까지만 해도 635억원의 매출액과 36억원의 영업이익이라는 견조한 성적을 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특히나 2019년 베트남 신규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상황이라 유영산업이 본 피해는 더 컸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곳이 기업구조혁신펀드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사모펀드(PEF) VIG파트너스를 통해 유영산업에 투자를 단행해 단기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신규 소재를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수주한 결과 올해 매출액을 단번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돌려놨다.

한국성장금융이 결성한 기업구조혁신펀드가 시장 주도 기업 구조조정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3조1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기업구조혁신펀드는 3일 현재까지 유영산업을 포함해 총 31개 기업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성장 궤도로 들어서는 데 도움을 줬다. 1조6171억원 규모 1호 펀드는 52%의 자금(8330억원)을 소진했고 1조5067억원 규모 2호 펀드는 43%(6460억원)의 소진율을 보이고 있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했다. 한국성장금융과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정책금융사, 5대 시중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출자해 조성되는 일종의 모(母)펀드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펀드에 50% 미만으로 다시 출자해 민간운용사(GP), 민간투자자(LP)들 자금과 함께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자금을 수혈한다.

31개 기업 중에는 건설기자재·자동차 장비 사업 등 산업 구조의 전반적 재편으로 부침을 겪는 기업이 많다.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음에도 자본집약적인 성격 탓에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고꾸라질 수 있는 기업이 대다수다. 기업구조혁신펀드 투자금 중 98.6%는 구조조정에, 61.3%는 중소기업에 투입됐다. 일시적인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이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는 본 역할이 수치에서 증명되는 셈이다.

기업구조혁신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에는 경영 정상화를 넘어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테슬라 납품사'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한 명신산업은 2018년 경영 여건이 악화되며 부채비율이 326%(별도 기준)까지 치솟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가 전반적인 침체에 빠진 데다 급증하는 테슬라 전기차 납품용 부품 생산을 위해 빠른 시설 증설이 필요했지만 선뜻 투자에 나서는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간 운용사인 화인자산운용과 퍼즐인베스트먼트는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통해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했고, 이 자금으로 명신산업은 테슬라로부터 대규모 수주에 성공해 우량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19년 PEF 옥터스인베스트먼트와 휘트린씨앤디가 투자한 건설 기자재 조립 기업 선진정공·선진파워텍도 회생 절차를 밟았던 부실기업에서 가파른 실적 개선을 이뤄낸 기업 중 하나다. 2018년 말 양사 실적을 합쳐 250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65%로 개선됐다.

이 같은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펀드 운용 규모는 단계적으로 최대 5조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올해에 정부 재정을 기반으로 세 번째 기업구조혁신펀드도 조성한다. 펀드 운용 방식도 다각화해 부실에 빠진 기업들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부채투자펀드(PDF) 출자 사업을 도입하고 코로나19 피해를 본 기업을 투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강두순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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