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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TSMC 언제 따라잡겠나"…동학개미 송곳 질문에 경영진 진땀

입력 2021/03/17 17:44
수정 2021/03/18 11:07
삼성전자 소액주주 300만시대…사상 첫 온·오프라인 주총

코로나속 작년 2배 900명 몰려
온라인 게시판에도 질문 '봇물'
김기남 "첨단공정 경쟁력 충분"

참여연대 "李부회장 해임하라"
일반주주 "회사에 도움" 반박
◆ 소액주주가 바꾼 삼성주총 ◆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주주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해 400명 정도가 참석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한데도 2배 이상이 모이는 등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이 같은 참석자 규모는 역대 최대였던 2019년 1000명 기록에 육박하는 것이다. 17일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2회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우선주 보유자를 포함해 주주 숫자만 296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기존 주총 장소였던 서울 서초사옥보다 넓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는 참석 주주들에게 전자표결 단말기를 지급해 '박수 통과' 대신 모든 안건에 투표를 할 수 있게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상장회사에서는 안건에 대한 실질적 표결이 사전 투표와 위임장을 통한 의결권 행사 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박수 통과가 흔히 사용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참석 주주들에게 전자표결 단말기를 지급해 모든 안건에 대해 표결하도록 했다.

온라인 중계 시스템과 사전 온라인 질문이 도입된 것도 특징이다. 김기남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날 주총 현장에 참석한 주주뿐 아니라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주주 질문에도 답변했다. 삼성전자는 방역을 위해 7000석 이상이 가능한 면적의 공간에 좌석을 1200석만 배치했다. 또한 주총장에 임시진료소 3곳을 설치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10명을 투입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주총이 열린 수원컨벤션센터는 2주 전부터 매일 방역을 실시했다.

이날 주총에는 징역 2년6월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향후 거취를 두고 주주 간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자신을 참여연대 회원이라고 밝힌 한 주주는 "이 부회장이 실형 선고를 받은 후에도 여전히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에 김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 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 상황과 법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일반 주주들 사이에서는 '회사 발전을 위해 이 부회장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시민단체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다수 나왔다. 한 주주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삼성전자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으로 키웠다. 누가 뭐라 해도 현 임원들이 그대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한 주주는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땅을 치고 울분을 토할 일"이라고 발언해 박수를 받았다.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 논란과 관련해 일부 주주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 거취에 대해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 주주는 "준법위는 독립적인 외부 감시 기구에 불과하다"며 "법을 월권해서 (취업 제한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송곳 질문'도 쏟아졌다. 한 주주는 김 부회장에게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 많이 뒤진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세계 1위인 대만 TSMC를 언제 따라잡을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선두 업체에 비해 시장 점유율,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캐파(생산능력)와 고객 수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첨단공정 경쟁력은 손색이 없다.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격차를 줄여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8세 어린이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인천 명선초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도윤 군이 주인공이다. 엄마 박효진 씨의 손을 잡고 참석한 이군은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 2주를 매수한 소액주주다.

이군은 1년 전 삼성전자 주식을 1주씩 두 차례에 걸쳐 매수했다. 평소 갤럭시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 했던 이군에게 '회사의 주인이 돼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자, 이군이 그간 모은 용돈과 세뱃돈 등을 합쳐 주식을 매수했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박씨는 "올해 초 수익률이 70%에 이르기도 했다"며 "도윤이가 연초 주가가 9만원을 넘겼을 때 매도하자고 하는 등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총 참석 자격이 있는 보통주 주주는 215만4081명이었으며 우선주 보유자를 포함한 전체 주주는 295만8682명이었다. 삼성전자의 전체 주주 수와 보통주 주주 수는 동학개미운동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각각 5배, 4배 수준으로 늘었다.

[노현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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