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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앤트레터] 뉴욕증시 'LTCM 사태' 악몽 부른 빌 황의 '마진콜' 뭐길래

김인오 기자
입력 2021/03/30 08:45
수정 2021/04/0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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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로벌 시장 더듬이를 바짝 세운 자이앤트예요. 우리가 잠들었던 사이 간 밤 시장은 역시나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인상 깊은 언급도 있었어요. 로셸 월렌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인데, 월렌스키 국장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미국에서 여전히 빠르게 퍼지는 현실을 두고 "우리가 듣고 싶은 뉴스가 아니더라도 진실을 말하겠다"면서 "미국이 운명에 임박한 것 같다...대본을 잃어버린 것 같고 지금은 너무나 무섭다"고 표현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4월 19일까지 미국인 성인의 90%가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희망적인 발언과 살짝 다른 분위기이네요. 존스홉킨스 대학이 집계한 코로나19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주 미국에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6만3239명 나왔고 이는 직전 주간보다 16% 늘어난 수준이라고 합니다.

오늘의 관전 포인트를 두 개만 추려보았어요


1.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바이든 부양책 이슈…미 국채 10년물 금리·달러지수↑
2. 뉴욕증시 LTCM 사태 악몽 부른 빌 황의 '마진콜' 뭐죠?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바이든 부양책 이슈…미 국채 10년물 금리·달러지수↑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달러화 가치는 상승했습니다. 29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1.73%로 마감해 직전 거래일보다 6bp(1베이시스포인트=0.01%) 올랐습니다. 장기물 국채 금리는 보통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와 같이 움직이는데, 인플레이션 수준이 오를 것이라는 건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따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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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금리, 전세계 중국발 코로나19 피해 현황 [데이터=미국 재무부·존스홉킨스 대학]

월렌스키 CDC 국장이 코로나19 상황이 안 좋다고 토로했는데 그래도 국채 금리가 오른 건, 이번 주 바이든 대통령이 '3조 달러 규모 돈풀기' 일환으로 발표할 친환경·인프라스트럭처 지원책에 대한 기대 심리 때문일까요? 정부가 돈을 풀려면 국채를 더 발행해야하고 이렇게 되면 채권시장에서 국채 공급이 늘어나 국채 가격이 떨어지는 반면 국채 금리가 오르게 되는데 이걸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한편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지수(주요 6개 지역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지수)는 92.964를 기록해 지난 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을 들썩인 뉴욕증시 중국 기술주·미국 미디어주 '초대형 블록딜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날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가치가 오른 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격인 달러화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입니다.


하나는 유럽 독일·프랑스 등 주요국 재봉쇄(락다운)를 불러온 코로나19 변종 확산세에 따른 유로화 가치 하락, 다른 하나는 지난 주말 뉴욕증시를 들썩인 아키고스 캐피털 발 추정 초대형 블록딜 사건 여파를 들 수 있어요.

토론토케임브리지의 칼 샤모타 글로벌 결제시장 수석 시장 전략가는 "외환시장 딜러들이 미니 '장기자본관리'(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가 도미노처럼 줄줄이 진행 중이라는 불안감에 빠진 결과 안전한 피난처인 달러화 매수세가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계 전문 투자자 빌 황이 이끄는 아키고스 캐피털이 거대한 레버리지(대출)를 일으켜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게 되면서 지난 26일 아키고스를 고객으로 둔 골드만삭스가 아키고스 관련 중국 기술주·미국 미디어 주식 총 105억달러어치를 블록딜한 여파를 염두에 두고 한 말입니다. 블록딜은 보통 시간외 거래에서 대규모 증권 매매가 시장 가격 이하로 거래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총 190억달러(약 21조5000억원)규모 블록딜이 이뤄졌는데 블룸버그통신과 IPO엣지 등이 익명의 관계자와 데이터를 분석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사건은 아키고스 캐피털이 '마진 콜'(Margin Call) 압박에 직면해 불거진 것으로 유력하게 추정됩니다.

◆ 뉴욕증시 LTCM 사태 악몽 부른 빌 황의 '마진콜'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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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여름엔 뉴욕증시를 들썩인 `나스닥 고래`가 콜옵션 거래를 한 손마사요시(손정의, 오른쪽) 소뱅 회장이었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빌 황(왼쪽) 아키고스 창업자의 `마진콜`이 지난 주말 시장을 들썩였습니다. 똑같이 `콜`이 들어갔지만 콜옵션과 마진콜은 전혀 다른 거래입니다. [사진 출처=풀러재단·손정의 회장 트위터]

지난 주 후반 뉴욕증시 초대형 블록딜 사건을 부른 아키고스 마진 콜 사태에 따른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진 모양입니다. IB들과 아키고스 측 간 구체적인 계약·손실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29일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는 아키고스와의 거래로 인해 미국 자회사에서 약 20억 달러(약 2조2700억원) 규모 잠재적인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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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고스 마진콜 여파`…29일(현지시간) 취리히 증시 크레딧스위스·뉴욕증시 모건스탠리 주가 흐름

스위스계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취리히 증시 종목코드 CSGN)도 "한 헤지펀드의 마진콜 이후 중대한 손실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날 증시 개장 직후 주가가 10% 넘게 미끄러진 결과 결국 직전 거래일보다 13.83% 급락해 1주당 10.74스위스 프랑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아키고스 블록딜 사건에 얽힌 골드만삭스(이하 뉴욕증시 GS, ↓ 0.51%) 주가 낙폭은 크지 않았지만 또 다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S ↓2.69%) 는 주가가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앞서 2월 말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세와 더불어 지난 25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형 은행에 대한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규제 방침을 해제하겠다고 밝히면서 뉴욕증시에서 '은행주 선호'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이번 아키고스 마진 콜 사태가 은행주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이번 주 관전 포인트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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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고스 마진 콜 사태로 지난 26일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된 것으로 알려진 뉴욕증시 상장 `중국 기술주` GSX테처두와 바이두 최근 한 달 주가 흐름

여기에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 '마진 콜'은 뭐고 샤모타 전략가가 언급한 LTCM은 뭘까요?

우선 '마진 콜'부터 시작해볼게요. 이미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실 법한 '마진 콜'. 마진 콜을 알려면 마진 투자(Margin Investing)를 먼저 언급해야 할 것 같아요. 마진 투자란 증권을 매수하기 위해 브로커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넓은 의미의 레버리지 투자인데, 조금 더 구체적인 기준과 제한이 있습니다.

마진 투자도 미래의 상승장을 예상하고 베팅하는 겁니다.


앞으로 특정 기업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대출을 일으켜서 사두겠다는 거죠.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엄청난 손실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에서 역시나 리스크가 큰 투자법입니다.

마진 투자를 시작하려면 가능한 증권사에서 계좌를 만들고 연간소득·고용 세부 사항 등 구체적인 정보가 담긴 재무 정보를 당국에 제출한 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마진 투자가 '고위험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때문에 뉴욕증시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금융 당국에서 '시장질서·안정성 유지' 를 위해 미리 마진 투자 대출 규모와 한계(증권사 계좌에 넣어둬야 하는 최소한의 자본금)를 정해줍니다. 구체적인 기준은 증권업계가 정합니다.

마진 투자 리스크가 불거지는 건 '마진 콜' 상황이 됐을 때입니다. 마진 투자는 파생상품인 선물시장이 주 무대이지만 우리에게 더 친숙한 주식을 예로 들어 볼게요. 제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중국 온라인 교육업체' GSX테처두(종목코드 GSX) 주식에 마진 투자 하는 상황!

마진 투자한 종목 주가가 너무 급락하면 증권사(브로커)들이 증거금을 유지하라거나 그럴 돈이 없으면 주식을 팔아서라도 채워놓으라고 요구하게 되는데 이를 마진 콜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마진 투자가 이뤄진 종목 주가 변동성이 극심하면 증권사들이 사전에 마진 투자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주식을 팔아버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마진 투자자들에게 매수 금액의 50%까지를 대출할 수 있도록 해뒀습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모인 '민간 자율규제기관'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은 △ 1인당 예치 증거금(일반 마진 투자 계좌 2000달러·데이 트레이더의 마진 투자 계좌는 2만5000달러) 과 더불어 △'유지 증거금'( maintenance margin) 조건을 두는데, 마진 투자자 계좌 증거금이 현재 시장 가치(현재 주가)에 따른 평가금액의 25% 이상은 돼야 한다는 식입니다.

마진 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이 '유지 증거금'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요. 지난 3월 1일 GSX테쳐두 주식을 1주당 100달러(이날 실제 종가는 104.95달러입니만 간단한 계산을 위해 100달러를 가정했습니다)에 100주 구매하고 싶은 경우 필요한 돈은 1만 달러(=1주당 100달러*100주)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돈이 좀 모자라요, 여러 군데에 투자할 생각이거든요. GSX 주식을 사는 데만 1만 달러가 필요하니 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50%인 5000달러를 빌려 '마진 투자' 를 해보려합니다. 골드만삭스 증권사를 이용했는데, 골드만삭스가 예치 증거금 2000달러에 유지 증거금 비율 25%를 요구했어요.

그런데 GSX 주가가 제 생각과 다르게 오르지는 않고 오히려 1주당 80달러로 떨어져 버리네요? 이때 유지 증거금은 2000달러(=시장 평가금액 8000달러* 유지증거금 비율 25%)입니다. 처음에 이미 골드만에 예치해둔 증거금이 2000달러이니 주가가 오르길 기다리며 버틸 수 있습니다. 대출 이자는 내야 하지만요.

그런데 GSX 주가가 1주당 55달러로 급락했다면? 이 때 '마진 콜'의 악몽이 시작됩니다. 주가가 55달러가 되면 내 평가 금액이 5500달러가 돼요. 빌린 돈은 5000달러였는데 내 평가금액이 5500달러이니 증권사 계좌에 남은 진짜 내 돈은 500달러뿐인 겁니다. 그런데 증권사가 요구한 유지 증거금은 1375달러(=현재 평가금액 5500달러*25%)예요. 증권사로서는 증거금을 채워 넣으라고 요구(콜)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마진 콜'입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875달러(=1375달러-500달러)를 어떻게든 채워 넣어야하죠.

가뜩이나 주가가 떨어져 평가 손실을 입었는데, 여기에 증권사 유지 증거금도 신경써야 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제가 GSX 만 마진 투자를 한 게 아니예요. 아이치이 등 다른 주식도 마진 투자 했는데 이 주식들 주가가 다 떨어져 버려서 증권사가 마진 콜을 또 해온단 말이죠. 마진 콜에 따른 매도 압박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저의 베팅이 망하는 바람에 유지 증거금 채워 넣을 돈이 없는 것 같아요. 골드만삭스 등 제가 돈을 빌린 증권사들이 몇 번 경고를 하긴 했는데 제가 영 가망이 없는 고객인 모양입니다. 증권사들이 규정에 따라 제 뜻과 상관없이 제가 가진 GSX·아이치이 주식을 팔아서 알아서 유지 증거금을 메꿉니다. 바이두·텐센트·VIP숍, 비아콤CBS·디스커버리·파페치 주식도 증권사가 팔아서 알아버렸어요. 이런 속상한 상황이 마진 콜로 인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걸 대체 왜 하냐?' 싶으시겠지만 주가가 제 생각대로 오르면 저는 큰 돈 벌게 되거든요. 중국 기술주가 앞으로 유망하겠다 싶으면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켜서 사면되죠. 시장 활기를 불어넣는 기능도 있습니다. 다만 전문 투자자가 아닐 바에야 일반 투자자가 하게 된다면 하루 하루가 피곤하지 않을까요? 역시 세상엔 공짜가 없어서 하이리스크·하이리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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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LTCM 자료 사진]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그런데 샤모타 전략가가 언급한 LTCM이 뭘까요? 1990년 대 초 존 메리웨더라는 금융인이 창업한 미국 대형 헤지펀드사 이름입니다. LTCM 사건은 엄청난 레버리지(대출)를 일으켜 미국에 공매도를 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내 금융권으로 파장이 커지는 바람에 미국 연방정부 구제 금융 이슈가 나왔던 이어졌던 사연을 말합니다.

미국 하버드·MIT, 런던 명문대 출신이 모였다는 점에서 '최고 두뇌들의 집합' 이라고 불렸던 LTCM 은 1997년 미국 국채 금리와 러시아 국채 금리 격차가 커진 것을 보고 러시아 국채에 적극 투자하는 미국 국채에 공매도를 했어요.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일으켰는데 뜻밖에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러시아 국채는 휴지 조각이 됐고 LTCM은 공매도 자금을 빌려준 증권업계에 빚을 갚지 못하고 파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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