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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뜨겁게 달군 스팩…코스피 11년만에 등장

입력 2021/05/05 15:31
수정 2021/05/05 18:36
엔에이치스팩19호 6일부터 수요예측 돌입

개인·기관 관심 급증에
공모규모 800억대 달할듯
일반 청약은 11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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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되는 '스팩(SPAC)'이 11년 만에 코스피에 입성한다.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군 스팩 열풍이 한국으로까지 번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100억원을 밑돌았던 스팩의 공모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엔에이치기업인수목적19호(엔에이치스팩19호)는 6~7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일반투자자 청약은 1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총 4000만주를 모집하며 공모가는 주당 2000원이다. 약 800억원 규모의 상장 주자인 셈인데, 이는 2010년 3월 상장한 대우증권스팩(875억원)에 이어 대한민국 스팩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코넥스 상장사 포함)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특수목적회사다.


상장 이후 3년 내로 합병 대상 기업을 찾아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해산해야 한다. 스팩 설립 때 자본금을 투자한 발기인들이 합병 기업 물색 등 후속 업무를 맡는다. 증권사와 벤처캐피털, 신기술금융사 등이 발기인 명단에 종종 이름을 올리는 편이다. 스팩은 직상장과 달리 공모 규모를 정해두고 수요예측에 나선다. 연기금, 공제회, 운용사 등 기관들 참여 여부에 따라 공모액이 바뀌지는 않는다. 한국에선 2009년 도입됐으며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기업의 상장 경로로 자리 잡았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국내에 상장된 스팩의 합병 성공률은 약 51%"라며 "상장 과정에서 자금 조달 변동성이 없어 기업으로선 효율적인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스팩들 행선지는 대부분 코스닥이었다. 공모 규모가 100억원 미만인 경우가 절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팩이 도입된 2009년 이후 지난 1분기까지 상장한 건수는 총 199곳이었다. 이 중 무려 98.5%(196곳)가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을 택한 3곳은 모두 합병 대상을 못 찾고 해산했다.


'스팩=코스닥'이란 공식에 예외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엔에이치스팩19호의 코스피 상장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2010년 이후 약 11년 만에 코스피 입성에 나선 스팩이기 때문이다.

대형 스팩이 느닷없이 출몰한 배경은 무엇일까. 기관뿐 아니라 개인들도 스팩에 주목하기 시작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스팩이 뜨겁게 달아오른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자료조사 업체 스팩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상장된 스팩의 총 공모 규모는 999억달러(약 112조원)로 지난 한 해(834억달러)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미국 스팩 기업 '처칠캐피털'이 많이 거래한 주식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증권사도 발 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100억원대를 넘어 수백억 원 규모인 스팩을 상장시키기 위해 물밑 작업에 들어간 곳들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엔에이치스팩19호가 성공리에 합병을 마친다면 스팩 시장 대형화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유일한 스팩 자문사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개선된 상장 제도와 높아진 투자자 관심도를 고려하면 스팩 시장 대형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인투자자에게 스팩은 '원금이 보호되는' 드문 투자처로 꼽힌다.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사례가 드문 데다 우량 회사와 합병 시 상승 모멘텀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스팩이 3년 안에 합병 기업을 못 찾고 해산해도 주주들은 원금과 더불어 3년치 이자를 받는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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