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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큰손 PEF, 기업대출시장까지 노린다

입력 2021/05/06 17:45
수정 2021/05/06 22:58
10월 자본시장법 개정되면
PEF운용사도 대출 가능해져
IMM·VIG 등 전담부서 신설

유동성 부족한 기업엔 단비
운용사는 수익모델 다변화
국민연금 출자도 늘어날 듯
◆ 레이더 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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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사모신용펀드(PCF·Private Credit Fund) 부문을 신설하고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한마디로 사모펀드가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대출까지 해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사업 확장 기회를 발견하고도 제1·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좌절했던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토종 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사모신용펀드를 운용할 'VIG크레딧' 조직을 신설했다. 크레디트 부문을 이끌어갈 전문가로는 골드만삭스 아시안스페셜시추에이션그룹(ASSG) 출신 한영환 씨를 전무로 영입했다.


한영환 전무는 ASSG에서 카버코리아 소수지분 인수, 쿠팡 물류센터 담보대출, 일산 아파트 담보 부실채권(NPL) 등 크레디트 투자를 담당했다.

사모신용펀드란 사모로 자금을 모아 대출, 회사채, 구조화 상품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보통의 경영참여형 PEF가 기업 지분에 경영권을 더해 인수하는 것과 다르다. 경영권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자금을 조달하기를 원하는 기업이 PEF보다 사모신용펀드를 선호한다.

운용사는 사모신용펀드를 통해 10% 안팎 중수익을 추구한다. PEF처럼 20% 이상 고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손실 위험도 덜하다.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기관투자자 역시 사모신용펀드 비중을 늘리려는 추세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기반 크레디트 펀드에 투자한 글로벌 기관투자자(LP)의 62%는 사모신용 부문에 더 많은 자금을 배분하기를 희망한다.

이는 인프라스트럭처(50%)나 프라이빗에퀴티(39%), 부동산(36%)에 투자를 늘리고 싶다고 대답한 투자자보다 월등히 많다.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리스크가 작으면서 수익성은 안정적인 섹터를 희망하는 데 따른 트렌드"라고 해석했다.


국민연금, 공제회 등 국내 투자업계 큰손 역시 사모신용펀드 출자에 적극적이지만 한국에선 이를 본격적으로 담당하는 대형 운용사가 부재해 해외 펀드에 의존하는 실정이었다. 2018년 프레킨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기반 크레디트 펀드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 중 국민연금이 29억4200만달러(약 3조3129억원)를 배분해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위 싱가포르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10억5000만달러의 약 3배다. 반면 아시아에서 누적 운용자산이 10억달러(약 1조1261억원)를 넘는 대형 크레디트 펀드 운용사 중 9곳 중 8곳은 홍콩 및 중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에 VIG파트너스에 앞서 누적 운용자산이 6조원에 달하는 IMM프라이빗에쿼티도 사모신용펀드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자회사 IMM크레딧솔루션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최근 SK루브리컨츠 지분 49%를 인수했다. SK루브리컨츠 지분은 최대 기대수익률이 15% 안팎으로 전망돼 PEF 출자자의 요구 수익에는 못 미치지만 사모신용펀드 투자로는 적합했다는 평가다.

올해 10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 더 많은 자산운용사가 크레디트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만 다룰 수 있었던 대출형 상품을 기관 전용 사모펀드도 담당할 수 있게 되면서다. 신용도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제1·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던 국내 기업들은 더욱 탄력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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