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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6조 몰렸다…ETF, 주식형 공모펀드 첫 추월

김정범 기자, 신화 기자, 문가영 기자
입력 2021/05/09 17:50
수정 2021/05/18 15:32
올해들어 6조원 이상 늘어나
'연금계좌 투자' 50대男 큰손
◆ ETF 전성시대 (上) ◆

증시에 상장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금액이 급격히 늘면서 최고의 재테크 상품으로 부상했다. 올해 들어 ETF는 그간 대표적 투자자산으로 꼽혔던 주식형 공모펀드를 순자산총액(AUM) 기준으로 처음으로 추월했다. ETF가 시중 여윳돈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ETF의 순자산총액은 58조1293억원으로 올해 들어 6조원 이상 급증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총액은 54조1024억원으로 올해 2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ETF는 이달 들어 7일까지 9700억원이 불어날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에 50조원대로 진입한 ETF는 올해 1월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규모를 처음 앞질렀다. 올해 1월 말을 기준으로 ETF 순자산은 54조2421억원,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는 53조5591억원이었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이 추세대로라면 ETF가 공모와 사모를 합친 전체 주식형 펀드마저 연내에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범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ETF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ETF는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면서도 분산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연금계좌를 통해 ETF를 적극 담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TF 투자 열풍의 중심에는 '50대 남성'이라는 핵심 투자층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고위험 상품에 집중 투자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각종 테마형 ETF에 분산 투자하며 투자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가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를 쓸어담았다면, 올해 들어서는 테마형 ETF로 발길을 돌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단기 투자 패턴에서 미래 성장성과 분산 투자에 주목하면서 ETF가 건전한 투자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례로 지난해 50대가 가장 많이 사들인 ETF는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였다. 코스피200이 하락할 때 2배 수익을 내는 이른바 '곱버스' 상품이다. 반면 올해 들어 50대는 중국 전기차에 투자하는 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김정범 기자 / 신화 기자]

하락장 베팅해 쓴맛 본 개미…올핸 전기차·반도체 ETF 담았다

국내ETF 투자자 살펴보니

작년 60% 손실낸 곱버스 대신
인공지능·게임·바이오·핀테크
테마별 나눠 투자해 위험 관리

경제력 갖춘 50대男 투자 주도
30~40대, 지수 3배 노린 ETF
올해도 공격적 성향 여전해

펀드와 달리 실시간 매매 장점
수수료 싸고 분산투자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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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 직장인 김영호 씨(가명)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 5억원을 분산해 지난해 4월부터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테마형 ETF 10개 종목에 5000만원씩을 넣었고 수익률 연 73.07%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씨는 "개별 종목을 발굴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혁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섹터에 투자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ETF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최근 각광받는 클라우드와 전기차를 비롯해 클린에너지, 게임, 인공지능, 핀테크, 바이오, 소비재 등으로 테마를 나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ETF 투자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원하는 때 매매가 가능해 투자가 편리할 뿐 아니라 분산투자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ETF는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액티브 펀드 등 다른 주식형 펀드에 비해 수수료 부담도 적다. ETF 전체 평균 보수는 연 0.3% 안팎으로 1~2%대인 액티브 펀드보다 저렴하다. 또한 담고 있는 구성 종목 변화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전체 ETF 순자산 규모는 2010년 말 기준 6조578억원에서 지난해 말 52조365억원으로 10년 만에 8.6배나 불어났다. 지난해 3월 폭락장 이후 증시 급등세에 따라 '동학개미' 열풍이 일면서 주식형 펀드가 후퇴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ETF는 인기를 이어갔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순자산은 57조5758억원에서 52조474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올 들어서도 글로벌 지수 상승 등에 힘입어 ETF 순자산은 4월 말 기준 58조1293억원으로 연초 대비 11.7% 불어났다.


다만 작년에 비해 ETF 투자 양상은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인버스나 레버리지 등 지수 급등락에 베팅하는 단기 상품에 자금이 쏠렸다면 올해 들어서는 중장기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섹터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에 대한 선호도가 부쩍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올해 ETF 규모는 불어나고 있지만 일평균 거래대금은 작년에 비해 대폭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8433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의 31.5%나 됐다. 하지만 이 비중은 올해 4월 들어 15.6%로 뚝 떨어졌다. ETF가 대표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단타 거래가 줄고 유망 섹터에 대한 중장기 보유를 염두에 둔 투자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정국 삼성증권 압구정WM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예전에는 곱버스나 레버리지 등 지수 추종 상품이 ETF 투자의 핵심이었다면 올해는 유망 섹터에 투자하겠다는 요구가 많은 편"이라며 "미래에셋과 KB자산운용 등 여러 운용사들이 섹터별로 세분화된 상품을 많이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0대 남성의 ETF 순매수 규모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까지 50대 남성 고객이 순매수한 ETF 규모는 3625억원으로 60대 남성(2874억원) 50대 여성(2579억원) 40대 남성(2351억원) 60대 여성(1710억원)보다 많았다. 50대 남성이 투자한 ETF 가운데 58%가 국내 ETF였고 42%는 해외 시장에 상장된 ETF였다.

이들의 투자 내역을 살펴봐도 작년과 올해 양상이 사뭇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50대는 지난해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 ETF를 가장 많이 사들여 한 해 동안 176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50대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20~90대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에서 코스피200 하락에 베팅하는 ETF가 순매수액 1위를 기록했다. 이른바 '곱버스' 상품으로 코스피200이 하락할 때 2배의 수익을 내는 구조다.

지난해 국내외 증시 활황으로 지난해 코스피는 30.75% 올랐다.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 ETF는 지난해 하락률이 59%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서는 분산 효과를 극대화하는 테마형 ETF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지난달까지 50대 투자자가 가장 많이 담은 ETF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였다. 중국에 본사를 둔 상하이 선전 홍콩 미국 상장기업 중에서 전기차 관련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등을 담는다. 50대의 해외 ETF 최선호 종목 역시 홍콩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ETF(Global X China Electric Vehicle)로 나타났다.

30·40대는 올해에도 다소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ETF는 뉴욕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 하루 등락폭을 3배로 추종하는 ETF였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로 만약 주가가 하락하면 3배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번 조사에서 10대와 10대 이하 연령대의 ETF 매수가 상당액에 달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올 들어 10대는 166억원 규모 ETF를 순매수했고 10대 이하도 12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부모가 함께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올해 들어 10대 이하 투자자는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는 ETF(TIGER 미국나스닥100) 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0대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테마에 투자하는 ETF(TIGER KRX BBIG K-뉴딜)를 8억원어치 이상 사들였다.

[김정범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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