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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늘어난 현대차·SK…더 많이 더 자주 '배당풍년'

입력 2021/07/23 17:45
수정 2021/07/24 09:27
상장사 주주친화정책 속도, 배당금 총액 35조 '껑충'

年1회 지급 기말배당 많지만
중간·분기배당 기업 증가세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사
배당성향 10년새 3배 커져
삼성전자는 6%서 78%로

ESG경영 중요성 확산 한몫
◆ 新국민주 시대 (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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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SK(주)를 소유한 소액주주는 21만4904명이다. 지난해 말엔 11만9590명이었는데, 불과 3개월 사이에 80% 급증했다. 개인투자자가 국내 대형 우량주를 사들이는 이른바 '신(新)국민주 시대'를 맞아 SK 지주사도 주요 투자 대상이 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같은 기간 개인의 SK(주) 지분율은 9.6%에서 10.6%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SK(주)는 올해 중간배당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주당 1500원을 책정했는데, 개인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주주 환원을 요구한 영향이 한몫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도 지난해 중단했던 중간배당을 올해 재개하기로 했다. 현대차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58만명을 돌파했다.


2019년 말까지만 해도 현대차 소액주주는 14만명에 그쳤다. 불과 1년 사이에 소액주주가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가 지난해부터 엄청난 규모로 유입되면서 배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SNS를 통해 개인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무시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지분율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벌어들인 잉여현금흐름을 외국인이 고스란히 배당으로 챙겨 가던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23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 상장사의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최근 1년6개월가량 외국인 보유 비중 변화를 확인한 결과, 23개 기업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줄었다.

상위 10개 기업 중 삼성전자가 56.8%에서 53.4%로 3.4%포인트 줄었고, SK하이닉스(1.3%포인트), 네이버(1.4%포인트), 현대차(10%포인트), 기아(8.3%포인트) 등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감소했다.


국내 투자자 구분이 외국인·기관·개인으로 나뉜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보유 지분이 줄었다는 것은 개인과 국내 기관투자자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대표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늘어났다.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10년간 2배가량 늘었는데, 배당 성향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배당 성향이 높아졌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더 많이 돌려줬다는 의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법인의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34조7827억원으로 전년보다 54.2% 증가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평균 배당 성향은 2011년 12.1%에서 지난해 39.3%로 3배 이상 커졌다. 분기배당에 이어 연말 특별배당까지 단행한 삼성전자의 배당 성향은 2019년 21.9%에서 지난해 78%로, 배터리 사업(현 LG에너지솔루션)을 인적 분할한 LG화학은 49%에서 151.8%까지 배당을 늘렸다. 주식을 보유했을 때 배당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 즉 배당 수익률(주당 배당금을 주식 가격으로 나눈 값) 측면에서도 배당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상위 10개사의 평균 배당 수익률은 2011년 1%에서 지난해 1.23%로 높아졌다.

배당금 액수가 늘어난 것 못지않게 배당 횟수도 잦아졌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과 상장지수증권(ETN) 2900여 개 중 중간배당을 하는 기업은 50여 개사, 분기배당을 하는 기업은 5개사(삼성전자·포스코·한온시스템·쌍용양회·효성ITX)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다수 기업은 기말배당을 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통신, 금융, 바이오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분기배당 혹은 중간배당을 속속 결정하며 주주 친화 정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3월 SK텔레콤, 신한금융지주(종목명 신한지주), 씨젠 등 국내 3개 상장사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기배당을 확정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상장사의 배당을 횟수로 분류하면 3가지다. 연말 시점을 기준으로 연 1회 지급하는 기말배당, 반기(6월)에 한 차례 지급한 후 기말배당까지 합쳐 총 연 2회 지급하는 중간배당, 분기(3·6·9월)에 3차례 지급한 후 기말배당까지 합쳐 연 4회 지급하는 분기배당이 있다. 중간배당 혹은 분기배당 등 배당 횟수가 늘어나는 것은 통상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기업의 배당 정책이 바뀌더라도 일반적으로 배당 총액이 줄지 않는 데다 안정적인 배당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분기배당을 실시한 5개 상장사의 분기배당 개시 연도의 연평균 주가상승률은 31.3%에 달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들이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에 나서는 모습을 반기고 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국내 기업이 ESG(환경·책임·투명경영)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가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측면인데, 이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혹은 투자 저변이 확대된 주식 투자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차원에서 배당 정책을 고려하는 것 같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인 만큼 나쁠 게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 <용어 설명>

▷ 배당 성향 :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 비율. 기업이 주주에게 얼마나 이익을 돌려주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쓰인다.

[강봉진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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