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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대박신화 저무나…'몸값 24조' 크래프톤 청약 인기몰이 실패

입력 2021/08/03 17:36
수정 2021/08/03 19:45
증거금 5조, 경쟁률 7.8대1

올해 상장 대어급중 가장 저조
공모가 49만8천원 고가 논란에
상장직후 유통물량 많아 부담
中 게임규제 리스크도 '한몫'

증권가 "게임업계 1위 상장사
중장기적으로 주가전망 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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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로 전 세계 게임 시장을 제패한 크래프톤이 일반청약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공모 가격이 50만원에 육박하고,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많아 개인들 참여가 저조했다. 중국 당국이 게임산업에 규제책을 내놓은 점도 청약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3일 크래프톤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은 이틀 동안 진행된 일반청약 경쟁률이 7.79대1이라고 밝혔다. 청약 증거금으로 환산하면 5조358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래에셋증권이 9.5대1로 가장 높았으며 NH투자증권(6.71대1), 삼성증권(6.88대1)이 그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증권에 유입된 증거금은 전체 대비 약 45%인 2조2611억원이었다. 크래프톤은 잔금을 납입한 뒤 오는 10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다.


증시 입성과 동시에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제치고 게임 업계 1위 상장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번 공모에선 여러 증권사에 중복으로 청약하는 것이 가능했다.

크래프톤이 6월 20일 이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중복 청약 금지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래프톤의 청약 경쟁률은 10대1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복 청약이 금지된 카카오뱅크조차 182대1에 달하는 경쟁률을 남긴 바 있다. 그만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저조했다는 뜻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공모가를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크래프톤 공모가는 주당 49만8000원으로 카카오뱅크(3만9000원), 에스디바이오센서(5만2000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10만5000원) 등 올 들어 상장한 대어급보다 비쌌다. 최소 단위인 10주를 청약하려면 1인당 249만원이 필요했던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이 때문에 크래프톤의 일반청약 미달 가능성도 점쳤다. 자금 부담이 커 불특정 다수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A자산운용사 대표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미달만 안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정도 경쟁률이면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많은 점도 부담이었다. 앞서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상장날 출회 가능한 유통 물량이 전체 발행 주식 수 대비 43%라고 밝혔다. 이는 상장 당일 아쉬운 종가를 기록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24%)와 에스디바이오센서(32%)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따상 열풍'에 눈높이가 높아진 개인들로선 청약 유인 동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B증권사 WM센터장은 "마감 직전까지도 경쟁률이 부진했고 장외 시장 호가도 계속해서 떨어져 왔다"며 "저희 지점 자산가들이 청약에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의 게임산업 규제 이슈도 투자자 심리에 냉기를 고조시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간하는 '경제참고보'는 3일 "게임은 정신적 아편(마약)과 다름없다"는 맥락으로 기사를 냈다. 이후 전 세계 게임회사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졌다.

증권사 지점 일선에선 상장 이후 매수를 추천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기관들의 의무확약 물량(3~6개월)이 풀린 뒤에는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C증권사 PB센터장은 "이익 관점에서 크래프톤이 엔씨소프트, 넷마블보다 훨씬 '돈 잘 버는 회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록업 물량이 나오는 상장 후 3개월, 6개월 이후 시점마다 분할 매수하기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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