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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감사인 지정제' 獨·英도 채택 추진

입력 2021/09/28 17:28
수정 2021/09/29 10:41
회계개혁 3년 성과 점검

수조원대 분식회계 잇따르자
한국서 성공사례 벤치마킹해
공유 감사제 등 추진하기로

국내선 표준감사시간제 순항
대형사 위주로 감사비용 상승
연말 지정계획 새로 내놓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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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영국 등 회계 선진국으로 알려진 유럽에서 한국의 회계개혁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수조 원대 상장사 분식회계가 연달아 터지면서 2018년부터 회계 감사를 한층 강화한 한국에 대한 사례 연구에 나선 셈이다.

28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영국은 내년도 회계개혁 방안에 한국이 실시하고 있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참고해 정부기관에 기업 감사인을 독립적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가 하던 감독 권한을 신설된 '감사보고서구조당국(ARGA)'이 대체하고, ARGA가 기업 부실 등 특수 상황 시 감사인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영국은 이와 함께 1개 기업을 2곳의 회계법인이 감사하는 '공유 감사(Shared audit)' 도입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지난해 말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 법률안을 통해 기업이 외부 감사인을 10년마다 무조건 교체하도록 규정을 신설·추진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이 회계개혁을 꺼내든 이유는 조 단위 기업 분식회계 사태가 터지면서 감사 강화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2014년 유통 업체 테스코, 2016년 백화점 체인 BHS, 2018년 건설사 카릴리언이, 독일에서는 작년 시가총액 1위 금융사인 핀테크 업체 와이어카드가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을 촉발시키면서 회계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영국과 독일은 앞서 회계개혁을 단행한 한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나섰다.

특히 2017년 말 법안 도입 당시 기업들의 반발을 샀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이제는 유럽에서도 대안으로 인정받는 모양새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교수는 "영국의 회계개혁은 향후 국제회계 관련 규범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또 하나의 축을 이루는 '표준감사시간제'는 국내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까지 단계적 연착륙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코스피기업(773개)의 감사 시간은 43.3%, 감사 보수는 75.8% 증가했다. 시간은 2018년 평균 2949시간에서 2020년 4227시간으로, 보수는 2억2500만원에서 3억9600만원으로 상승했다.

비용 부담을 크게 호소해온 코스닥기업은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낮았다. 같은 기간 코스닥기업(1397개)의 감사 시간은 1070시간에서 1325시간으로 23.8% 증가했고, 보수는 8195만원에서 1억2535만원으로 52.9% 올랐다. 코스닥에서는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대상인 자산 5000억원 이상 67개 기업의 감사 비용이 90~100%가량 증가한 반면, 전체의 74%에 달하는 자산 5000억원 미만 기업의 비용 증가는 40%대에 그쳤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회계개혁 이후 회계 투명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한국의 글로벌 회계 투명도 순위가 20계단 이상 상승해 고무적인 흐름"이라고 전했다.

■ <용어 설명>

▷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 상장사 혹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가 6년 연속으로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이후 3년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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