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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펀드 투자자에게 세제혜택 줘야"

문지웅 기자
입력 2021/10/13 17:46
수정 2021/10/14 10:49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탄소배출권 기관투자자 규제풀어
민간 자본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마이다스 펀드' 1년 수익 25%
수익 탄탄해 퇴직연금에 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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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책임·투명경영)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ESG 경제 생태계에서 금융투자업계가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겠습니다."

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ESG 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처음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ESG가 꽃을 피우면서 주식, 채권 등 자본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ESG를 고려한 투자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40조5000억달러에서 2030년 130조달러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나 회장은 금투업계 수장으로서 왜 ESG에 주목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탄소중립 기술을 개발하는 등 ESG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을 장기로 조달해야 한다"며 "정책금융이나 은행 대출보다 민간의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고, 이것이 ESG 전환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회장은 "금융투자산업은 투자자, 기업, 지역사회 등 시장 참여자와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니즈를 연결시키는 'ESG 경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금투업계가 ESG 프리미엄이 붙는 자본시장을 선도하면 ESG 우수기업의 가치가 제고되고 투자자들도 성과를 누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 성과의 선순환은 나 회장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다. ESG를 잘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고, 이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야 ESG 테마는 단기 유행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나 회장은 과감한 인센티브 도입을 제안했다. ESG가 향후 50년, 100년 이상 이어질 메가 트렌드라면 앞서 나가기 위해서 정부 지원이 우선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금융투자회사가 ESG 관련 투자를 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자본 활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건전성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증권사들이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때 위험값을 지금보다 낮춰주면 순자본비율(NCR) 산정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투자자 인센티브는 특히 퇴직연금처럼 장기 투자자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 회장은 "ESG와 퇴직연금은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며 "일정 조건을 갖춘 ESG 펀드에 투자할 경우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ESG 채권형 펀드는 이자소득에 저율 분리과세를 하고, 배당·금융투자소득 비과세 주식형 ESG 펀드 도입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둬야 하는 퇴직연금 자금을 ESG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는 논의는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특히 미국에서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인 401(k)로 투자할 수 있는 대상에 ESG 펀드를 넣어야 할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변동성과 수익률이다. ESG 펀드가 변동성이 높고 수익률이 낮은데,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한다면 신의성실원칙(fiduciary duty)에 반하기 때문이다.


나 회장은 "ESG 펀드를 제대로 운용하면 충분히 좋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며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나 중장기 여유자금이 아닌 투자는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ESG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ESG 워싱(ESG를 표방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음)을 방지하는 등 ESG 투자상품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표적 국내 ESG 펀드인 마이다스책임투자펀드의 1년 수익률은 24.88%, 3년 수익률은 77.65%로 벤치마크를 크게 웃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올해 초에 야심 차게 출시한 ESG 레벨업 펀드도 설정일 이후 17%대 수익률을 올리며 ESG 액티브 펀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이슈에도 국내 금투업계와 자본시장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도 이미 8개의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하나로 합쳤다"며 "우리도 서둘러 탄소배출권 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나 회장은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을 보면 변동성은 코스피보다 크고, 장외거래 비중이 높다"며 "기관투자자의 배출권 시장 참여 허용 등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국내 배출권 시장 관련 펀드나 ETF도 나와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지웅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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