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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엔 디즈니도 안되나봐…월가 "넷플릭스 사라"

입력 2021/10/19 17:32
수정 2021/10/20 00:39
바클레이스, 매수 의견 철회
목표가 175달러로 낮춰 잡아
"경쟁사 넷플릭스에 뒤처지고
콘텐츠 제작 부담도 커질것"

UBS, 넷플릭스엔 매수 의견
"구독자 증가세 더 가팔라져"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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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밀며 세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뛰어든 디즈니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 의견이 나왔다.

올해 9월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각각 신작으로 '오징어게임'과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시장에 냈지만 두 기업 주가 흐름에 대한 월가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뉴욕증시 간판 기업들이 2021년 3분기(7~9월) 실적 발표에 나선 시점에 시장 전문가들이 넷플릭스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는 반면 디즈니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해 투자자들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미국 동부시간) CNBC에 따르면 대형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가 디즈니에 대한 매수 의견을 철회했다.


캐넌 벤케이트슈아르 바클레이스 연구원은 최근 고객 투자 메모를 통해 "디즈니의 장기적인 수익 흐름이 위험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12개월래 목표 주가는 210달러에서 175달러로 낮춘다"고 밝혔다.

디즈니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 배경은 '디즈니플러스(디즈니+)'로 대표되는 회사의 OTT 사업 성장세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벤케이트슈아르 연구원은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매우 성공적으로 출시했지만 우리는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 때문에 해당 사업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외부적으로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애플의 애플TV플러스,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 등이 경쟁사로서 빠르게 앞서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디즈니가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을 조직에서 모두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성장 둔화를 야기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그는 "디즈니는 넷플릭스보다 신규 콘텐츠를 제작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적어도 지금보다 2배 이상 성과가 나와야 넷플릭스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벤케이트슈아르 연구원은 디즈니의 일시적인 성장 둔화 요인으로 지난해 구독자 유치 판촉 효과 영향이 사라진 점을 꼽았다.


올해 9월 '샹치' 등 새로운 콘텐츠와 디즈니스타플러스 프로그램 출시, 요일별 영화 개봉 등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구독자 수 증가세가 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가 전반적으로는 아직 디즈니 매수 의견이 우세하다. 18일 기준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디즈니 주식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가 23명이고, '보류'는 6명이다. 디즈니는 11월 10일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디즈니는 같은 달 12일 디즈니플러스를 한국에 출시하는데,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구독자 수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회사는 디즈니플러스 신규 구독자를 늘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밥 차펙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골드만삭스가 연 콘퍼런스에 참석해 "최근 분기에 디즈니플러스 구독자 증가 속도가 느려지면서 수백만 명 수준일 것으로 본다"면서 "2024년 회계연도까지 디즈니플러스 구독자가 2억6000만명에 이르겠지만 당장 최근 3개월 동안에는 1200만명 정도가 추가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앞서 8월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글로벌 서비스 핫스타 포함) 구독자가 1억1600만명으로 1년 전보다 100% 이상 늘었고, 이 밖에 훌루와 ESPN플러스 가입자도 570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경영진은 성장세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차펙 CEO는 올해 2월 "더 이상 디즈니플러스 분기별 구독자 수 상황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18일 뉴욕증시에서 디즈니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3.01% 떨어져 1주당 171.1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20일 이후 최근 한 달 새 회사 주가는 4.18% 뒷걸음질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각각 3.79%, 2.95% 오른 점과 비교되는 움직임이다. 디즈니는 두 주가 지수에 포함된 종목이다.

디즈니 주식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한국 투자자들에게 '자녀 물려주기' 차원에서 매수 인기를 끈 바 있다. 2019년에는 국내 투자자 순매수 4위(8105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18일 야후 파이낸스는 "디즈니 주식 매수에 들어가는 돈은 죽은 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넷플릭스에 대해서는 최근 긍정적인 평가가 두드러진다. 같은 날 바클레이스는 넷플릭스에 대해 3분기 호실적 기대감 등을 근거로 '매수' 투자 의견을 유지했다. UBS증권도 넷플릭스에 대해 '매수' 투자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 주가를 620달러에서 720달러로 상향했다. '오징어게임' 등 신규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구독자 증가세가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넷플릭스는 시리즈물 '오징어게임' 인기가 전 세계를 휩쓴 가운데 미국 뉴욕증시에서 넷플릭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스페인 '종이의 집' 등 주력 콘텐츠가 최근 높은 호응을 얻으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 저울질에 나서는 모양새다. 뉴욕증시 전문매체 배런스는 넷플릭스 주가가 뛴 배경 중 하나로 '오징어게임' 흥행을 꼽았다.

같은 날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도 "한국 '오징어게임'이 스페인 '종이의 집', 프랑스 '루팡'과 함께 현재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라면서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만든 시리즈물 중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첫 작품이며, 특히 사회 비판과 한국적 문화 요소가 어우러져 주목받고 있다"고 평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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