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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0조원 실탄 장전하고 글로벌 큰손들 미리 찜한 한국 기업은

입력 2021/11/17 17:34
수정 2021/11/18 11:29
카카오·그랩 등 高성장에
TPG, 8조규모 亞펀드 추진
KKR는 상반기 18조 조성
칼라일·블랙스톤도 가세

규제많은 중국 투자 대신
韓·인도 테크기업에 주목
◆ 레이더 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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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40조원 이상 뭉칫돈을 들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투자에 나선다. 과거 해외 주요 PEF 운용사의 아시아 주요 투자처가 중국이었다면, 최근에는 정치외교 리스크가 커진 중국 외 국가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한국 투자 규모도 대폭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본사를 둔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아시아 8호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45억달러(약 5조원) 규모였던 직전 7호 펀드보다 규모를 키워 60억~70억달러(약 7조~8조원)를 모을 것으로 전해졌다. 7호 펀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금융사·연기금·공제회로부터도 더욱 많은 금액을 출자 받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앞선 투자로 선구안을 드러낸 TPG는 한국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 헬스밸런스, 녹수 등에 각각 수천억 원 단위 투자를 집행해왔다.

한국계 이규성 대표가 이끄는 칼라일그룹은 내년 아시아 파트너스 Ⅵ(6호) 조성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규모는 최대 100억달러(약 12조원)다. 2018년 66억달러 규모로 꾸려진 아시아 파트너스 V(5호)에 비해 1.5배가량 몸집을 키웠다. 칼라일은 중국 텐센트, 인도 바이오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등 아시아 유망 기업에 폭넓게 투자해왔으며 한국에서도 KB금융, 카카오모빌리티 등에 자금을 투입했다. 칼라일은 일본은 별도 투자지역으로 관리하며 3조원 규모 펀드를 따로 운용하고 있다.

한국계 조셉 배 공동대표가 경영하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올 상반기 아시아 최대 규모인 150억달러(약 18조원) 사모주식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아시아 Ⅳ(4호) 펀드로 명명한 이 펀드엔 KKR가 자체적으로 13억달러가량을 출자했다.


KKR는 지난 1월 아시아·태평양 인프라 펀드(39억달러)와 아시아 부동산 펀드(18억달러) 모금도 완료하며 아시아시장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IMM PE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2조4000억원 규모 SK E&S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밖에 2018년 23억달러 규모로 1차 아시아 펀드를 조성했던 블랙스톤이 50억달러(약 6조원) 규모 2차 아시아 펀드 모집을 최근 마무리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PEF 운용사가 아시아에 집행할 투자 자금 규모를 키우는 이유는 최근 아시아 테크 기업 성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은 올 3월 100조원에 가까운 가치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으며, 나스닥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고어스 구겐하임은 지난 12일 중국 지리자동차 계열 고성능차 기업 폴스타 인수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하루 만에 15% 이상 뛰기도 했다.


이 밖에 동남아시아 최대 온라인 차량 호출 플랫폼 그랩, 베트남의 아마존 티키 등에 국제적 사모펀드 운용사 자금이 몰리고 있다.

PEF 운용사들의 아시아 투자는 중국 외 지역으로 고르게 분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주요 연기금 관계자는 "최근 기관투자자들은 PEF가 중국 외 아시아 다양한 지역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이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주요 PEF 운용사는 출자자들에게 아시아 펀드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중산층이 급성장 중인 인도의 금융기업 등을 잠재 투자처로 설명한다"며 "중국에선 규제 리스크가 커진 게임·온라인 교육 대신 정부 정책과 어긋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등이 새로운 투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투자도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에는 중국, 일본, 인도 다음 가는 아시아 투자 시장이다. 올해만 해도 C브리지캐피털이 휴젤을 1조7000억원에 인수했으며, 맥쿼리는 S&I 빌딩관리(FM)사업부를 4000억원에 사들였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 공제회가 PEF에 출자하는 규모가 급증했음을 감안하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PEF 운용사의 러브콜이 더욱 쇄도할 것"이라며 "한국 사무소 인력을 충원하고, 투자자(LP) 담당 조직을 키우는 이유"라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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