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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 싸다"…외국인 이달 들어 3조원 순매수

입력 2021/11/24 17:39
수정 2021/11/25 11:23
4월·9월 제외 31조 팔았지만
이달 올 들어 최대규모 사들여

반도체·IT·車 업종에 집중
SK하이닉스 9500억원 담아

조정거쳐 저평가 매력 주목
삼성 美반도체 투자 호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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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까지 31조원의 매도 폭탄을 쏟아내며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11월 들어 강한 매수세로 돌아오고 있다. 이달 2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만 3조원어치를 사들이며 코스피 3000선을 두고 개인(-2조4530억원), 기관(-8327억원) 투자자들과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코스피에서 월간 기준 순매수를 기록한 건 지난 4월과 9월 이후 처음이며 규모도 가장 크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2조9680억원을 순매수했다. 앞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총 31조6071억원을 팔아치운 바 있다.


4월과 9월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각각 3716억원, 1조987억원 순매수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달 말 기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4일에도 3174억원을 사들이며 국내 증시에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이달 개인·기관 투자자들은 총 3조2857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달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길은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무려 3조1501억원을 순매수했다. 개별 종목으로 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9481억원), 삼성전자(7853억원) 등 반도체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그 뒤로 크래프톤(4289억원), 삼성SDI(3830억원), 카카오(3086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2570억원), 현대차(1871억원) 순이었다. 전기·전자 업종 뒤로는 제조업(1조5975억원), 서비스업(1조547억원), 운수장비(1418억원), 운수창고(1368억원), 의료·정밀(1104억원) 순으로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가 몰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강한 매수세를 보인 건 그동안 충분한 조정을 거쳐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코스피는 3300선으로 고지를 찍은 후 미국 증시가 신고가를 경신함에도 탈동조화(디커플링) 모습을 보이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세계발 공급 대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원자재값 인상) 우려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뺀 게 원인이었다.

이 같은 신흥국 증시의 악재 요인이 장기간 노출됨에 따라 오히려 시장에선 터닝포인트로 작용된 것이란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올해 4분기 정점 통과가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현실화도 시장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던 사항이다. 이에 수급은 그동안 저평가 논란이 발생했던 반도체, 자동차와 더불어 성장 모멘텀이 충분한 2차전지, 게임에 몰리고 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올해 두드러졌던 이익 호조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망 불안이 외국인 투자자 이탈 원인이었다"며 "11월 외국인 순매수 전환은 이익 전망 불안보다는 선반영 인식과 가격 매력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밝혔다.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1190원 선에 달하는 등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신흥국 통화 약세를 크게 유발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걸음을 돌린 요소다. 달러 가치 상승이 유로화 약세에 기인해 상대적으로 신흥국 통화와의 상관관계를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4주 동안 달러화지수가 2.5% 상승한 구간에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통화지수 하락은 0.1%에 그쳤다. 또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 건설 투자를 결정한 것도 투자 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10월 경기지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한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인플레이션 국면이 여전하고 향후 연준의 보유 자산 매각, 조기 금리 인상 우려 등 긴축 장세가 꾸준히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수 방향성은 뚜렷하지 않을 것이란 게 증권가 시선이다. 지수 수익률보다 상승 모멘텀을 가진 개별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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