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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모펀드도 '찜'…AI로봇에 5000만弗 투자

입력 2021/11/29 17:50
수정 2021/11/30 15:03
6조 굴리는 국내 3위 IMM
베어로보틱스 지분 사들여

안정성 중시 PEF로는 이례적
성장기업 투자 대세 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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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원을 운용하는 국내 대표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공지능(AI) 로봇 기업에 수백억 원을 투자한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국내 3대 PEF 운용사에서 AI 기술에 직접 투자하는 건 처음이다. 4차 산업혁명에 속도가 붙으며 PEF 운용사의 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최근 베어로보틱스에 약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IMM PE는 54억달러(약 6조4400억원)를 운용하는 토종 PEF 운용사로 여행사 하나투어, 산업용 가스 에어퍼스트, 해운사 현대LNG해운, 한샘 등에 투자해왔다.


주로 소비재, 전통 제조업, 프랜차이즈 등 산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기업체를 인수(바이아웃)하는 전략을 썼다.

베어로보틱스 투자는 이 회사가 테크 분야로 확장하는 출발점이라는 평가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설립된 실리콘밸리 소재 서빙 로봇 제조 스타트업이다. 구글 출신 하정우 대표 등 3인이 공동 창업했으며 AI 서빙 로봇 '서비(Servi)'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에서 KT, 소프트뱅크, 자체 세일즈팀을 통해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엔 소프트뱅크, 라인 벤처스 등에서 약 38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IMM PE가 약 5000만달러 규모로 참여하는 이번 투자 라운드를 통해 베어로보틱스는 총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기업가치는 5000억원 이상이다. IMM PE는 테크 분야 투자를 위해 조직 재정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윤홍열 상무는 삼성넥스트 출신으로 최근 IMM PE에 합류했다. 삼성넥스트는 삼성전자 산하 벤처 투자 조직으로 세계 각국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윤 상무 영입과 함께 IMM PE는 VC와 PE 투자 중간 단계인 그로스캐피털(높은 성장성을 지닌 기업에 대한 소수 지분 투자)을 늘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중장기적으로 그로스캐피털 전용 펀드도 조성해 국내 성장 기업들에 폭넓은 투자를 단행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IB 업계에서는 IMM PE의 이번 투자가 PEF 운용사 투자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주목한다. 대형 PEF 운용사들은 그간 벤처기업보다는 성장성은 낮지만 수익성이 높은 '캐시카우'에 주로 투자해왔다. 연기금, 각종 공제회 등 PEF에 출자하는 큰손들이 안정적 수익이 나는 투자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제 AI와 의료, 제약, 바이오 등이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름에 따라 기관투자자들 또한 PEF에 해당 영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실제 해외에서도 유럽 최대 PEF 운용사 아디안이 AI 번역 솔루션 기업 트랜슬레이티드에 280억원을 투자하고, 미국 대형 PEF 운용사 아폴로가 AI 법안 모니터링 기업 피스컬노트에 베팅하는 등 PEF 운용사의 신기술 투자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은 PEF 운용사의 4차 산업혁명 투자를 더욱 활발하게 할 전망이다. 과거 PEF 운용사는 기업에 투자할 때 반드시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거나 사외이사를 파견해야 하는 '10%룰'의 제약을 받았지만, 개정 자본시장법에서는 PEF 운용사가 지분율과 관계없이 투자할 수 있게 했다. 가능성이 엿보이는 기업에 초기에 소수 지분을 투자하고, 적시에 회수하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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