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통신장비 강자 시스코…클라우드·메타버스 'SW빅테크'로 도약 [자이앤트월드]

입력 2021/12/06 17:58
수정 2021/12/07 18:44
클라우드·보안·5G 집중 투자
지금까지 총 229개 IT기업
30여개 스타트업 인수해와

올해 서비스·SW 비중 53%
1년간 주가 27% 꾸준히 올라
시장선 '상승 추세' 긍정 전망
반도체 공급난 등 변수 살펴야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111922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중심부를 잇는 '이스트 태즈먼 드라이브'. 이곳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를 로고로 한 건물 수십 채가 줄지어 서 있다. 바로 통신장비의 대명사인 시스코 시스템즈 건물들이다. 시스코는 세계적인 유·무선 통신·네트워크 장비 업체로 유명하지만, 오늘날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크게 탈바꿈하고 있다.

척 로빈스 시스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2015년 취임한 이래 소프트웨어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그는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콜을 통해 "시스코는 앞으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클라우드 보안, 5세대(5G), 와이파이 네트워킹 등 고성장 영역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많은 기업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시스코는 인터넷 통신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지위를 공고히 해왔다. 점유율만 놓고 보면 무선 랜(LAN·근거리) 44%, 캠퍼스 스위칭(지역 내 통신망) 56%, 랜 스위칭(근거리 통신망) 51%, 네트워크 보안 21% 등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2021년 회계연도 기준 시스코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서비스 매출 비중은 28%에 달하고 소프트웨어 판매까지 합하면 53%에 육박한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전환은 '휴먼 네트워크'를 신조로 사람과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의 중심부에 서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환이다.

이를 위해 시스코는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지금껏 총 229개 이상 정보기술(IT) 기업과 30여 개 스타트업(새싹 기업)을 인수했다. 2012년에는 TV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NDS를 50억달러에, 2013년에는 네트워크 보안 기업인 소스파이어를 27억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2019년에는 고객 경험 관리 기업인 클라우드체리와 인공지능(AI) 기업인 보이시아를 합병했다. 또 올해 들어서만 소프트웨어 기업 리플렉스, 교육 솔루션 기업 인볼비오 등 6건의 인수를 발표했다.


온라인 협업과 영상회의 툴로 유명한 시스코 웹엑스(Webex)도 스타트업을 인수한 뒤 업데이트한 서비스다. 다만 빅테크들이 하이브리드 근무 영역에 뛰어들다 보니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에 대해 로빈스 회장은 앞서 포천을 통해 "많은 기업이 원격근무로 전환하면서 무엇이든 이용해 원격근무 환경을 구축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한 발 물러서 무슨 플랫폼이 가장 적합한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과 생산성 면에서 웹엑스가 가장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시스코는 이달 메타버스 솔루션도 내놨다. 증강현실(AR) 헤드셋을 착용하고 웹엑스에 접속할 수 있는 이른바 '웹엑스 홀로그램'이다. 3차원(3D) 홀로그램을 통해 메타버스 시대에 기업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메타버스의 취약점인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탈로스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힘입어 2021년 회계연도 매출액은 498억달러로 전년 493억달러에서 소폭 상승했다. 긍정적인 신호에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변수는 다른 기술 기업에 비해 기울기가 완만하다는 점이다. 주가는 작년 12월 43달러대에서 현재 55달러대로 약 27% 상승했다. 시장에선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CNN 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 애널리스트 22명이 전망한 12개월 뒤 주가는 54~73달러다.


평균 전망치는 62.6달러 수준이다.

변수도 있다. 시장에선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전환 속도, 반도체 공급난 해결, 근거리 통신망 이더넷에 대한 실적 등을 3대 변수로 꼽고 있다. 시스코는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네트워킹, 보안, 컴퓨팅, 스토리지 등 다양한 인터넷 제품을 하나의 단일 서비스로 묶는 시스코 플러스라는 옵션을 내놓았다. 또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발달에 힘입어 기간망 통신 속도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는 점에 착안해 고성능 400Gb 이더넷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대외 변수인 반도체 공급이다. 전 세계적인 부품 부족이 시스코 실적을 누르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로빈스 회장은 "주요 공급업체, 계약 제조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가장 필요한 곳에 구성 요소를 제공하기 위해 훨씬 더 높은 물류 비용을 지불하고, 가능하다면 대체 공급업체를 활용하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해법을 설명한 바 있다.

시스코는 IT 업계에서 비교적 긴 역사를 갖고 있다. 1984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연구원 출신 부부인 레너드 보색과 샌디 러너가 설립한 기술 기업으로 스탠퍼드대와 인연의 뿌리가 깊다. 시스코라는 이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뒷글자를 따왔고, 로고는 샌프란시스코 상징인 금문교를 형상화했을 정도다. 초기 제품도 네트워크를 중계해주는 라우터인 '블루박스'로 스탠퍼드대 교내 모든 컴퓨터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장치였다.

1990년대 들어 모뎀에서 라우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터넷 관련 제품을 출시하면서 인터넷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기업으로 부상했다. 창업 6년 만인 1990년에 시가총액 2억2400만달러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늘날 95개국 362개 사무실에 7만5000명에 달하는 직원을 두고 있다. 한국에는 1994년 진출해 임직원만 450명에 달한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