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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깐부' 최현만 회장 만들고…"2세경영 없다" 약속 지킨 박현주

입력 2021/12/07 17:43
수정 2021/12/08 06:44
"태양은 하나"라는 반대 불구
몇달전부터 崔회장 승진 결심
보도자료 내용까지 직접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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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미래에셋투신 창립식에 참석한 박현주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왼쪽)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 [매경DB]

"전문경영인이 회장을 하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 샐러리맨들이 열심히 하면 회장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조직이 건전하게 발전하고 한국 자본주의도 존중받을 것이다."

미래에셋그룹 고위 관계자는 7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ESG(환경·책임·투명경영)의 'G' 부문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으로서 최고의 명예를 안고 후배 샐러리맨들이 도전에 나서게 하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제2, 제3의 최현만'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이 열어젖힌 '전문경영인 회장 시대'가 금융투자업계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일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최현만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창업주인 박현주 회장 이후 두 번째 회장이며, 금융투자업계 최초의 전문경영인 회장이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승진을 '파격'으로 해석한다. 미래에셋그룹이 연말 인사에서 50대 초·중반 임원들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인사를 앞두고 이 같은 분위기가 알음알음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60대인 최 회장이 용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다른 미래에셋그룹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은 예전부터 여러 차례 최 회장에게 회장 취임을 권했지만 최 회장은 '태양은 하나뿐'이라며 계속 고사했다"며 "박 회장은 '미래에셋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당신'이라며 최 회장 임명을 단행했다. 보험·운용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전문경영인 회장을 내겠다는 게 박 회장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회장'이라는 호칭을 쓰게 되면 박 회장과 동일한 반열로 인식될 수 있다는 주변 지적에 박 회장은 '상관없다'며 쿨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자신이 어차피 회사 지분을 소유한 대주주여서 호칭과 관계없이 영향력과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미래에셋그룹 내부 관계자들은 박 회장이 최 회장 인사를 직접 단행했다고 전했다. 증권사 인사권자는 최 회장인데 최 회장이 스스로 승진 인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보도자료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박 회장의 최측근이자 창업 동지다. 두 사람 인연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원증권에서 과장으로 재직하던 박 회장은 유난히 부지런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던 옆 부서 사원 최 회장을 눈여겨봤다고 전해진다. 이후 두 사람은 1997년에 나와 미래에셋을 창업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에 2세 경영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8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내 자식들은 이사회에만 참여시킬 것"이라며 "경영 참여는 하지 않고 주주로서 기본 역할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번에 자신의 '35년 깐부'를 회장직에 올려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에 대한 진정성을 입증했다. 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3년 전부터 고민해왔다"며 "대우증권과의 화학적 결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등 여건이 마련되자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전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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