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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휴지조각될 판" 신라젠 물린 개미들 반발

입력 2022/01/18 20:01
수정 2022/01/19 09:41
거래소 상폐결정 일파만파

코스닥시장委 내달 최종결정
신라젠 "즉각 이의신청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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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의 거래 재개 여부를 심사할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린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주연합 회원들이 거래재개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에 올랐던 신라젠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 건 향후 기업 가치 유지 여부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적 감소 추정과 더불어 최대주주(엠투엔)의 투자 규모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18일 한국거래소 측이 상장폐지 결정 근거로 "신약 파이프라인(개발 제품군)이 줄고 최대주주가 엠투엔으로 바뀐 후 수혈된 자금이 1000억원이 전부로, 계속적인 기업 가치가 유지될지 불투명하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신라젠 측은 이의 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이 성장성을 긍정적인 잣대로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심의의 선택지는 거래 재개, 상장폐지, 속개(연기) 3개 중 하나였다.


신라젠 측은 그동안 주식 거래 재개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요구한 재무건전성, 경영투명성, 기업지속성 개선 작업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엔 엠투엔이 최대주주로 등극한 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실탄 1000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결국 '미래 성장성'에 주목해 상장폐지를 선택했다.

신라젠의 주식 거래가 정지된 주요 원인은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때문이다. 이에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2020년 5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같은 해 11월 기업심사위원회에서 1년의 개선 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이날 심의는 개선 기간이 지난해 11월 종료됨에 따라 이뤄졌다. 상장폐지가 결정되긴 했지만 곧바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건 아니다. 다시 20일 이내에 열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통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과거 신라젠 사태는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선 '여야 로비 장부가 있다'거나 '수사 무마를 위해 유력 인사가 개입했다'는 등 로비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이 2020년 2월 해당 사건을 수사했다.


당시 검찰은 수사 끝에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신라젠 관계자 4명을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 수는 17만4186명으로 지분율은 92.6%에 달한다. 앞서 신라젠주주연합은 17일 성명서를 통해 "한국거래소에서 요구한 개선 사항 세 가지를 모두 완료했다"며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거래 재개 결정을 고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있는 코오롱 티슈진도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채 거래가 정지돼 있는 상태다. 2020년 12월 거래소는 코오롱 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 심의 속개를 결정했다. 코오롱 티슈진의 자금조달계획 등 심의에 필요한 추가 자료가 모일 때까지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코오롱티슈진에 주어진 과제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의 미국 임상 재개와 자금 조달 두 가지다.

신라젠과 유사하게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폐지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거래소는 24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결정할 예정이다. 단 이날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월 제출될 오스템임플란트의 감사보고서 없이 거래소가 판단을 내리긴 불가능할 것"이라며 "감사보고서 없이 매매 재개 결정을 내렸다가 감사보고서에 의견 거절이라도 나오면 바로 다시 거래가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감사보고서 의견을 우선 본 뒤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창희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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