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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가 다했다…작년 국내 인수합병 85% 싹쓸이

입력 2022/01/19 17:33
수정 2022/01/20 06:46
상위 20개 거래중 17건 참여
건수도 많아 시장에 활기
자금 회수액도 25조 달해

IMM 3조·스틱 2조
풍부한 자금력 앞세워
올해 M&A시장도 주도
◆ 레이더M / 대한민국 PEF 열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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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서 성사된 주요 인수·합병(M&A) 가운데 85%를 사모투자펀드(PEF)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매일경제신문 프리미엄 자본시장 뉴스 레이더M과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 분석에 따르면 PEF는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된 거래 규모 상위 20개 M&A(소수 지분 거래 포함) 중 17개에 매각 또는 인수자로 참여했다. 상위 20개 거래 중 PEF 참여 비중이 2019년 65%, 2020년 80%, 2021년 85%로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동북아시아 최대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두산공작기계(2조4931억원)를 디티알오토모티브에 매각해 2위에 올랐으며,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2조4157억원 규모 SK E&S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해 3위에 등극했다. 소프트뱅크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가 2조313억원을 투입해 야놀자 2대 주주에 오른 거래가 5위, 베인캐피털이 1조7457억원을 받고 휴젤을 매각한 거래가 6위를 차지했다.

PEF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전체 M&A 거래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이뤄진 M&A 거래는 368건으로, 코로나19로 침체를 겪은 전년 250건에 비해 늘었을 뿐 아니라 2019년 263건보다도 40%가량 증가했다. 사모펀드(PE) 운용사와 벤처캐피털(VC)이 주도한 투자 역시 지난해 292건으로 전년 156건에 비해 약 2배 성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M&A 시장 규모(매일경제 레이더M 리그테이블 집계)는 71조5030억원을 기록해 직전 최고치인 2019년 45조3050억원에서 58%가량 성장했다.

올해도 국내 M&A 시장에서 PEF 참여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PEF에 대한 투자 영역 제한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소수 지분 인수, 대출,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실제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소수 지분 거래는 전체 거래 가운데 24% 수준으로, 전년 동기 10%에서 크게 확장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PE와 VC의 자금 회수 규모는 212억달러(약 25조원)로 집계돼 역대급 수준에 달했다. 코로나19로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2020년 65억달러(약 7조8000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로 최근 7년 이내 최고 수준이다.

이는 2020년부터 주식시장이 활황을 띠면서 PE·VC 투자사의 기업공개 기회가 증가한 것도 자금 회수 규모가 급증한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실제 하이브, SK아이이테크놀로지, 크래프톤 등 주요 투자 기업이 잇따라 증시에 상장하면서 PE·VC가 시장에서 블록딜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2016년께부터 급속히 성장하며 국내 PEF 시장 초기에 결성된 PEF들의 자금 회수 시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것도 회수 규모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M&A 거래가 지난해에 몰린 것도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밖에 M&A 시장에 참여하는 거래 주체들이 다양해진 것 역시 PEF에 더 많은 투자금 회수 기회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국내 M&A 시장에는 중견기업들이 인수 주체로 자주 등장하는 추세다.

국내 중견 건설사 중흥건설이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하는 대우건설을 약 2조원에 인수하게 됐고, 자동차 부품사 디티알오토모티브도 MBK파트너스에서 약 2조4000억원에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하기로 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도 PEF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께 IMM PE가 최대 3조원을 목표로 5호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집하는 펀드)를 모금하고, 스틱인베스트먼트가 2조원 후반대를 겨냥해 2호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 조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펀드 규모를 키운 칼라일과 KKR도 한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지수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PEF의 투자 영역이 바이아웃에서 그로스캐피털, 스페셜시추에이션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국내 M&A 시장에서 PEF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PEF가 투자한 기업이 다음 인수자에게 매력적인 매물로 나오고 있고, 전략적투자자(SI)도 재무적투자자(FI)와 같이 거래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PEF 포트폴리오를 인수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우수한 경영진 영입, 경영관리 체계와 재무구조 정비, 볼트온 인수(유관 기업 인수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등을 통한 사업모델 업그레이드를 꼽을 수 있다"며 "때로는 새로운 인수자에게 인수 이후 어떻게 기업가치를 한 번 더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청사진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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