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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키우자" 증권사 직접투자 '봇물'

입력 2022/05/05 16:51
수정 2022/05/05 20:35
M&A 자문·IPO 주관 사업 넘어
유망中企 지분투자해 수익창출

한투, 자이언트스텝 등 2곳 투자
잇단 '따상' 성공해 年수익 50%

NH·하나, 상장전 지분투자 적극
신한, 해외 기업 중 유니콘 발굴

"과대 손실 위험" 우려 나오지만
"고객사 협업하며 성장" 호평도
◆ 레이더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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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이 고성장 기업에 직접 투자를 늘려 가고 있다. 보통 인수·합병(M&A) 자문 응대, 증자, 기업공개(IPO) 등 고객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수료를 받는 IB 부문이 스타트업에 스스로 투자하며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차원에서다.

5일 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 IB그룹은 메타버스 관련 기업인 자이언트스텝과 로봇 기업 유일로보틱스 투자로 50% 이상의 연 환산 내부수익률(IRR)을 거뒀다. 자이언트스텝은 메타버스 구현의 핵심인 시각 효과(VFX)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지난해 3월 코스닥 시장에서 '따상'(시초가를 공모가 2배에 형성한 후 상한가)으로 주목받았다.


생산 자동화 로봇 솔루션 기업인 유일로보틱스 역시 올해 3월 코스닥에서 따상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 IB그룹은 2014년부터 성장세가 가파른 회사에 직접 투자를 시작했다. 연간 투자는 2020년 700억원 상당에서 2021년 86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2020년 이후 주요 투자처는 메타버스 5건(80억원), 2차전지 친환경 관련 기업 12건(243억원), 인공지능(AI) 및 로봇 10건(195억원) 등이다. 회사별 투자 금액은 20억~30억원이다.

NH투자증권 IB사업부는 주식자본시장(ECM)본부에서 IPO를 대표 주관하는 회사를 실사하는 과정에서 직접 투자를 결정한다. 성장성 있는 회사라는 판단이 들면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 참여를 추진하는 것이다. 바이오 업체 GI이노베이션의 프리IPO에는 신기술조합을 통해 360억원을 투입했으며, 프롬바이오와 루미르에는 20억~30억원 수준의 자기자본 투자(PI)를 진행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프라이빗에쿼티(PE·사모주식)사업본부와 전략운용본부 두 축으로 나눠 투자를 진행한다. PE사업본부는 프리IPO 참여에 중점을 둔다. 네패스아크와 바이오팜솔루션즈가 대표 사례다. 하나금융투자는 2019년 7월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네패스아크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1년 뒤인 2020년 11월 회사가 IPO에 성공하면서 수익을 실현했다. 지난 3월에는 바이오팜솔루션즈의 프리IPO에 참여해 750억원을 투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바이오팜솔루션즈의 IPO 주관사이기도 하다.

대신증권은 2018년부터 신기술투자조합을 통해 지난해까지 도합 542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녹스첨단소재, 엘앤에프, 다날 등이 대표 사례다. 연간 투자 금액은 2018년 500억원에서 2021년 3719억원으로 늘었다. 신한금융투자는 GIB(글로벌&그룹투자은행) 조직을 중심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또는 잠재 유니콘 단계 기업에 200억~5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실리콘밸리의 애드테크 업체 몰로코,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부칼라팍 등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왔다.

이처럼 증권사 IB 부문이 스타트업 투자 규모를 키우는 것은 쿠팡, 로블록스, 하이브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주도 기업의 성공적 상장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업가치 상승 속도와 완전히 다른 역사를 쓰는 기업들이 등장하며 IB 부문도 수수료 수취를 넘어 투자 수익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금융계에선 증권사 IB 부문이 직접 투자를 늘려 가는 경향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2020~2021년 호황이었던 증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IB 부문이 직접 투자를 늘려 간다면 시장이 침체됐을 때 과대한 손실을 떠안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금융계 관계자는 "직접 투자를 통해 주관사와 고객사의 이해 관계를 일치시킨다면 회사의 성장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향해 더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다"며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투자를 받고 빠르게 성장해서 증권 시장에 데뷔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 강두순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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