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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까지 투자하는 英 연금운용사

신화 기자
입력 2022/07/03 18:01
수정 2022/07/04 12:32
"변동성 장세 위험분산 효과"
정부가 대체투자 확대 주문
원천 봉쇄된 한국과 대조적
◆ 디폴트옵션發 퇴직연금 빅뱅 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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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포스터 애버딘자산운용 퇴직연금솔루션 대표

분산투자는 퇴직연금 운용의 기본 원칙 중 하나다. 최근 영국의 연금사업자들은 투자 자산을 다양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사업자들에게 사모펀드, 인프라, 비상장기업 등 대체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라는 주문에 나섰다. 퇴직연금을 통한 사모펀드 투자가 원천 봉쇄된 국내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영국 런던 사무실에서 만난 지텐 파렉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솔루션 비즈니스본부 이사는 "지난해부터 노동연금부가 디폴트 펀드에서 대체자산에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말 기준 영국 순자산규모 1위 자산운용사다. NEST를 비롯한 영국의 주요 신탁사로부터 적립금을 위탁받아 운용한다.


파렉 대표는 "주 고객 중 하나인 NEST에서 최근 사모펀드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부쩍 커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초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이 변동성을 확대하면서 투자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에만 한정된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는 설명이다. 파렉 대표는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많은 대체자산이 주식시장 등락과 별개로 흘러가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내의 경우 지금까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적립금의 70%까지만 위험자산 편입이 가능했다. 사모펀드는 투자가 불가능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에 따라 디폴트옵션에 포함된 투자 상품은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확대됐지만, 여전히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투자할 길은 전무한 상황이다.


마크 포스터 애버딘자산운용 퇴직연금솔루션 대표도 사모자산 투자를 늘리는 정부 정책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들도 대체자산에 투자해 비유동성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비유동성 프리미엄이란 시장에서 많이 유통되지 않는 자산에 투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말한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관련 펀드도 영국 정부가 최근 투자를 장려하는 상품이다. 포스터 대표에 따르면 사업주가 연금자산을 신탁한 수탁자는 정부가 설정한 ESG 기준을 맞춰야 한다. 포스터 대표는 "2017년경 정부가 퇴직연금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ESG 투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며 "근로자들의 환경, 사회책임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ESG 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향후 유럽처럼 모든 펀드에 엄격한 ESG 등급을 메기는 제도도 들어올 수 있다. 존 홀긴 애버딘자산운용 영국 기관영업상무는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에 ESG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 제도를 도입했다"며 "영국도 빠른 시간 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런던 = 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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