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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채 사며 단기채도 모으자"…채권 '바벨전략' 빠진 부자들

입력 2022/08/11 17:57
수정 2022/08/12 09:10
삼성證 큰손자산 100조 돌파 등
금리인상 시기 고액자산가들
안정성·수익성 두 토끼 노려

최근 나온 단기 고금리채권
저금리 시절 발행된 저쿠폰
동시 투자로 시장불안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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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고액 자산가 A씨는 최근 한 달 동안 채권에 200억원 넘게 투자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A씨는 고금리 채권을 일부 사들임과 동시에 발행일이 몇 년 지난 저쿠폰(이자) 채권도 대량으로 담았다.

A씨가 이러한 투자 전략을 취한 이유는 안정성과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다. 고금리 채권을 매수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거두면서 발행 당시보다 현재 가격이 많이 떨어진 저쿠폰 채권을 저가에 사들여 향후 가격이 오르거나 만기 보유 시 차익 실현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금리가 상승하면서 금리 인상기 전에 발행된 저쿠폰 채권은 만기 시 상환 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고금리 시대에 '큰손'들의 자금이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현재처럼 자산시장이 불확실한 시기에 채권을 통해 안정성과 리스크란 두 가지 투자 방법을 동시에 추구하는 '바벨전략'에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은 분위기다.

11일 박경희 삼성증권 부사장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자산 규모가 30억원 이상인 슈퍼 리치들의 돈이 채권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사장은 "기준금리가 대폭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지난 4월부터 고액 자산가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며 "고금리 시대에 주식에서 채권으로 투자 전략을 바꾸기 위해 수백억 원의 목돈을 들고 지점에 방문한 고객도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30여 년 동안 '고액 자산가 자산관리' 한 우물만 파온 전문가인 박 부사장은 최근 현상을 바벨전략으로 설명했다.

바벨전략은 중간은 제외하고 극단적 안전 자산과 극단적 위험 자산을 한 바구니에 담는 투자 전략이다.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 양극단에 위치한 자산이 리스크를 회피해준다. 채권 투자를 통해 바벨전략을 추구하는 기본 방법은 최근 발행된 단기 고금리 채권과 과거 금리가 낮았던 시절 발행된 저쿠폰 채권을 적절히 섞어서 매수하는 것이다.


기준금리의 금리 수준을 유사하게 따라가는 고금리 채권은 이자수익을 거두기 위해 매수하고, 금리 영향으로 가격이 떨어진 저쿠폰 채권은 향후 시세 차익을 실현할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달러를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도 해외 채권 투자를 통해 바벨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는 금리가 지난해 말 1% 수준에서 최근 3%까지 올라왔다. 과거 제로금리 시절 발행돼 금리가 0%대인 저쿠폰 미국채는 그간 하락한 채권 가격에 따른 절세효과까지 더해져 고액 자산가가 선호하는 대표적 해외 채권으로 급부상했다.

삼성증권에 자금을 맡긴 고액 자산가들이 최근 바벨전략을 추구한다는 건 의미가 깊다. 삼성증권은 국내 고액 자산가 자산관리 부문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증권사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실제 고액 자산가 예탁자산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2019년 69조1000억원이었던 삼성증권의 고액 자산가 자산 규모는 2020년 97조900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021년엔 108조5000억원을 달성하며 업계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요즘처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에 채권을 통한 바벨전략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기존 주식 투자자라면 주식을 통해 일부 위험성을 껴안으면서 채권 투자를 병행해 안정성을 갖추는 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은 8조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급증했다.

40대 개인투자자 B씨는 최근 은행 및 금융지주사에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매수했다. B씨는 "발행사가 은행 및 금융지주사라 안정적이면서 금리가 4% 중후반대에 달해 뛰어난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은행 예·적금과 달리 최대 가입 한도가 없을뿐더러 이자 지급 주기가 3개월로 짧은 것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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