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車 왜이러나…스즈키도 연비조작 의혹

황형규 기자강다영 기자
입력 2016/05/18 17:35
수정 2016/05/19 08:32
16개 전 차종 정부규정과 다르게 연비측정
미쓰비시와 비슷…스즈키 "고의성 없다"
일본車 신뢰추락 불가피…주가 15%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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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자동차 연비 조작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일본 4위 자동차 업체인 스즈키가 연비 부정 파문에 휩싸였다.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 이면에 숨겨져왔던 비도덕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일본 자동차업계 전체의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스즈키 오사무 스즈키 명예회장은 18일 국토교통성 기자회견에서 "연비 측정을 하면서 법이 정한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실토하며 고개를 숙였다. 스즈키는 경차 8종, 승용차 8종 등 모두 16개 차종 210만대에 대해 법을 따르지 않고 부적절한 방식으로 연비를 측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즈키는 "(방식이 달랐을 뿐) 연비 성능에는 영향이 없고, 의도적인 조작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으나 정부와 소비자를 속였다는 점에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즈키가 법을 위반한 사실은 미쓰비시차 연비 조작 사건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성이 다른 자동차회사에도 이 같은 부정이 있는지 조사해 보고하라고 요구하면서 밝혀졌다. 스즈키는 내부 조사 과정에서 법이 정한 방식과 다르게 연비를 측정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재측정을 거쳐 국토교통성에 보고했다.

증시에서는 스즈키가 연비 부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주가가 장중 한때 15% 폭락하는 등 출렁이다 9.3%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도요타, 닛산, 혼다에 이어 일본 4위 자동차회사인 데다 경차 시장에서 다이하쓰와 1·2위를 다투고 있는 스즈키마저 연비 파문을 일으키자 일본 자동차업계는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이날 미쓰비시차의 아이카와 데쓰로 사장과 나카오 류고 부사장이 연비 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한 터라 자동차업계는 참담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업계는 지난달 미쓰비시차가 4종의 연비 조작을 실토한 이후 조사를 하면 할수록 양파처럼 조직적인 조작 행위가 드러났듯이 스즈키의 스캔들도 확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의 연비 파문과 부품업체인 다카타 에어백 불량 등 온갖 추문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본 재계까지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만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도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됐다. 상명하복과 커뮤니케이션 단절 등 일본의 기업문화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게 됐다. 미쓰비시차 연비 조작 사건도 거래처인 닛산의 문제 제기로 알려졌고, 이번 건도 국토교통성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점에서 조직 내부의 시스템 부재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무엇보다 일본 경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대형 메이커조차 정부가 정한 법을 지키지 않고 임의로 연비 측정을 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본 신차 판매 시장에서 경차 점유율은 40%가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즈키는 지난해 일본 자동차시장(경차 포함) 점유율이 12.1%로 도요타, 혼다, 닛산(미쓰비시차 포함)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경차 판매량은 연 55만대로 1위 다이하쓰(연 60만대)를 바짝 뒤쫓고 있다.

소비자들이 경차를 구입할 때 '연비'를 가장 중요시하는 상황에서 미쓰비시차에 이은 스즈키의 연비 파문은 경차 구입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즈키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도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회사라 이번 사건으로 해외시장 판매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즈키는 일찍부터 아시아 시장 개척에 나서 인도 소형차 시장 40%를 장악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인도 시장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5.5% 늘어난 3조1806억엔, 영업이익은 8.9% 늘어난 1953억엔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0.4% 증가한 1166억엔에 달했다.

스즈키 연비 파문은 도요타, 혼다, 닛산 등 3강으로의 재편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도요타는 다이하쓰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고, 닛산은 미쓰비시차 인수를 결정하면서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스즈키는 그동안 자본 제휴를 맺고 있던 독일 폭스바겐과의 관계를 청산한 상황이라 도요타 등 타사와 제휴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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