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크롱 "채용·해고 쉽게"…일자리 36만개·정규직 늘었다

입력 2019/09/01 18:04
수정 2019/09/02 09:25
노동 유연성 제고로 경제활력 찾은 프랑스

마크롱 취임후 노동개혁 올인
경영 악화되면 해고조건 완화
임금협상 산별 아닌 기업노조

기업고용 늘고 일자리질 개선
정규직비율 55%, 15년래 최고
청년실업률 2년새 4%P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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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럽의 병자'였던 프랑스가 이제는 건강의 상징이 됐다. 불과 1년 만이다."(블룸버그 2019년 8월 26일)

"프랑스에서 일자리가 (대규모로) 창출되고 있는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OECD 2019년 8월 14일)

'저성장 고실업'의 늪에 빠져 있던 프랑스가 살아나고 있다. 프랑스 특유의 강성노조와 느긋한 노동문화로 '프랑스병(病)'이라는 오명도 뒤집어썼지만 이제는 유럽에서 '나 홀로 성장'을 구가하는 유럽의 모범국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5월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하며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취임 2년을 맞은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프랑스의 실업률은 8.5%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치다. 취임 당시 9.7%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청년층의 고용 상황이다. 마크롱 취임 직후 23%를 웃돌았던 청년 실업률은 지난 7월 19.2%로 2년 새 4%포인트 떨어졌다. 일자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만 6만6000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고,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총 36만7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일자리 부문 책임자 스테판 카르실로는 "프랑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올해 1.3% 전망)에 비해 이처럼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10년 전이었다면 실업률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선된 고용환경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해온 노동개혁이 배경이 됐다. 마크롱 노동개혁의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 유연성 강화다. 여기에 노동인력 고급화라는 투트랙 접근법으로 기업들의 자발적 고용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직후 프랑스 노동규칙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을 내세우며 다섯 가지 개혁안을 제시했다. 산별 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와 임금협상을 하게 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켰고, 프랑스 내 경영 악화 시에도 해고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 해고조건을 완화했다. 또 부당해고 시 기업의 책임 범위를 제한함과 동시에 근로자 복지의무를 간소화해 기업 부담을 낮췄다. 여기에 업종별로 정규직 전환을 탄력적으로 허용했다.

결국 노조의 집단교섭권을 약화시켜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고, 고용으로 인해 기업에 발생하는 비용과 책임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의했던 이 입법안은 지난해 3월 통과되며 1차 개혁이 이뤄졌다. 기업의 해고가 쉬워지면 부당해고가 늘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오히려 기업들은 부담이 줄자 자발적으로 고용을 늘리기 시작했다. 고용이 기업의 자발적 의사로 인해 늘어나다 보니 일자리의 질 역시 개선됐다. 지난 2분기에는 정규직 일자리 비율이 54.7%로 나타나 분기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파트타임 일자리는 11.3%로 전년 동기 12%에서 0.7%포인트 감소했다.


프랑스 사회보험기관중앙기구(ACOSS)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 취임 1년 만인 2018년 3분기 계약직보다 정규직으로 고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년 대비 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체질 개선 기대에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저숙련 노동자를 위한 직업훈련 강화에 힘쓰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임기 5년간 프랑스는 이미 GDP의 1.4%를 투입하고 있는 직업훈련 제도에 실업자 직업훈련을 위해 150억유로(약 20조2570억원)를 더 사용할 방침이다. 또 320억유로 상당의 직업훈련기금 관리 권한을 노조와 사용자단체로부터 가져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근로자 직업훈련계좌를 개설해 비숙련 노동자에게 최장 10년간 연 800유로를, 숙련노동자에게는 연 500유로를 지원하는 법안을 입안했다.

또 단기고용을 유발하는 사회보장제도는 축소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뮈리엘 페니코 노동장관은 프랑스가 단기고용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 남은 임기 3년간 40억유로의 실업급여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말 시작된 반정부 운동 '노란조끼' 시위로 정책 드라이브에 주춤했던 그는 지난 4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노동시간을 주 35시간에서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일하는 프랑스'를 만들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어 6월에는 실업급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의무 고용기간을 늘리는 등 수급조건을 강화하고 고소득 계층의 실업급여액을 줄이는 강력한 제도 개혁안을 제시하며 다시 한번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류영욱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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