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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대선 레이더] "美진짜 선거일은 10월 20일" 운동에 트럼프 패닉

이재철 기자
입력 2020.07.31 13:07   수정 2020.07.3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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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진짜 투표일은 11월 아닌 10월 20일"
민주당 지지층서 최근 우편투표 운동 확산
조 바이든 지지율, 카리스마 등 인물역량보다
자신의 정책실패에 따른 '반사이익' 챙겨가
실제 대선서 남부 경합지역 쏟아질 가능성
재검표 명분用 '선거연기·부정 우편투표' 연막술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3년 반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여준 통치 스타일은 이 한 줄로 요약된다.

중국과 패권 전쟁에서 각종 보복관세 조치를 발동하고 급기야 국교 단절 직전 단계인 외교공관 폐쇄절차까지 단행했다. 동맹국을 상대로 미군 주둔비용을 더 받아내기 위해 독일 내 미군을 지금보다 1만2000여명 감축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한국을 상대로도 반년 넘게 방위비 협상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차단에 실패한 뒤에는 제약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 백신·치료제 사전 생산물량을 매점매석하더니 최근에는 '약값 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해 제약업체를 상대로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안전하고 무사히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미룰까?"라며 처음으로 선거 연기론을 제기했다. 선거 연기가 실제 이뤄질 가능성을 차치하고, 그가 선거 연기론이라는 연막작전을 펼치는 표면적 이유는 과연 무엇일가.

올해 미국 대선의 가장 특징은 단연 '우편투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역대 최대 규모의 우편투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유권자들이 현장투표를 기피하고 지역 선관위로부터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받아 지지후보를 기입한 뒤 다시 이를 우편으로 선관위에 보내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한 우편투표가 자칫 11월 대선 결과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경합지역에서 다량의 우편투표 용지가 사라지거나 뒤바뀔 수 있고, 해외 체류하는 미국 국적자들의 부재자 우편투표가 미국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미국 선거에 개입하려는 해당국의 부정행위가 시도될 수도 있다. 최근 대선 100여일을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결정하며 중국과 최고 수준의 갈등관계를 연출시키는 것도 다분히 이번 11월 대선에서 중국의 선거개입 위험성을 띄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연기론'과 '우편투표 위험성'을 거론하는 배경에는 '지지율 위기'도 반영돼 있다.

팬데믹 대응 실패로 인해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대선 지지율에서 최악의 수세에 몰리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현재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전국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은 50.1%로 트럼프 대통령(41.7%) 보다 8.4%포인트 높다.

문제는 지지율 하락세가 단기 현상이 아닌 6월 초부터 두 달 간 뚜렷한 하향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6월 초 미 CNN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1%에 그쳐 바이든 전 부통령(55%)과 무려 14%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이는 5월 동일한 설문조사(5%포인트 열세)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7월 들어 발표된 유력 매체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앞선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선거 필패'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감을 높이는 사례는 또 있다. 바로 대선 돈줄이 말라간다는 것이다.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 상속자 크리스티 월턴, 유명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 창업주 앤디 레들리프, 울버린 석유가스의 시드니 잰스마 이사회 의장 등 공화당을 후원했던 거부들이 트럼프 낙선 캠페인(링컨 프로젝트)에 몸담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 자금줄인 재계의 거물들이 트럼프 낙선에 베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선이 95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그가 '선거 연기론'과 '우편투표 위험성'이라는 연막작전을 피우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주머니 속에 숨은 최후의 반격 카드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가리킨다.


바로 대선 개표 결과가 나쁘게 나올 때 이의를 제기하는 방어 수단인 '재검표' 카드다.

최근 20년 간 미국 대선에서 가장 큰 특징은 빈번해진 '재검표 요구'다.

미국 대선은 한국의 직선제와 달리 간접선거 형태에 가까운 선거인단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11월 3일 대선일의 전체 득표율을 단순 계산해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득표율은 11월 3일 투표로 가르마가 타지는 각 주별 트럼프 대 바이든 간 득표율이다. 주별 득표율을 따져 12월에 치러질 선거인단 투표에 참여할 선거인단을 배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대통령제가 단 1표의 차이로도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전원이 모두 승자에게 배정된다는 사실이다.

2016년 11월 상황을 보자. 당시 위스콘신 주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간 득표율 차이는 0.8%에 불과했다.


그런데 승자독식 원칙에 따라 위스콘신주에 배정돼 12월 투표권을 행사할 선거인단 10명이 모두 트럼프 후보에게 배정됐다.

이런 식으로 2016년 11월 대선에서 각 주별 득표율과 이에 따른 승자독식 원칙에 따라 전체 538명(각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의 총합) 중 트럼프 후보가 과반이 넘는 290명을, 클린턴 후보는 233명을 얻어 승리한 것이다.

당시 상황이 억울했는지 힐리러 클린턴 후보는 0.8% 차이를 재검증하겠다며 위스콘신주 등에 대한 재검표를 요구했다. 실제 재검표가 이뤄졌지만 클린턴 후보가 기대했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보다 더 치열한 재검표 논쟁이 2000년 11월 엘 고어 민주당 대선 후보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 간에 있었다.

당시 승부처인 플로리다에서 고어 후보가 0.5% 차이로 부시 후보에게 밀리면서 플로리다주에 배정된 25명의 선거인단을 모두 놓쳤다.


이에 고어 후보와 민주당은 플로리다주 67개 카운티에 대한 재검표를 요구했는데 그 적정성을 두고 연방대법원이 5대 4로 재검표 불가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부당한 판결이라고 반발했지만 고어 후보는 "연방대법원을 정치에 휘말리게 할 필요가 없다.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 게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다시 트럼프 대통령으로 돌아와서 보면, 그는 2000년대 이후 빈번해진 재검표 논란이 자신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는 2016년 대선에서 일반 국민투표 전체 득표율에서 클린턴 후보에 뒤지고도 선거인단이 많이 배정된 텍사스,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아슬아슬하게 이긴 위스콘신주 등 경합지 선거인단을 쓸어가 승리했다.

그런데 올해 11월 대선의 경우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후보는 뛰어난 통치력과 매력적 외모·언변, 카리스마적 이미지 없이 자신의 팬데믹 정책대응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기며 지지세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팬데믹 전만 해도 재선이 유력시됐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간 화가 나는 일이 아니다.

또한 대선 때까지 남은 석달 여간 어떻게든 정책실기로 돌아선 민심을 되찾아 바이든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줄여야 한다.

당연히 11월 3일 투표에서 4년 전 힐러리 대통령과 치렀던 때보다 더 많은 경합지역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최근 일고 있는 '우편투표 독려운동'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2020년 미국 대선일은 11월 3일이 아닙니다. 실제 대선일은 10월 20일입니다"라는 글을 돌리고 있다.

유권자가 우편으로 보낸 투표용지가 유효하게 적용되려면 오는 10월 20일까지 관할 선관위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후보에게 지지율이 밀리는 가운데 젊은층에서 확산하는 우편투표 운동을 견제하고 11월 3일 투표일 이후 재검표 요구 등 불복절차에 대응하기 위해 선거 연기론과 우편투표 부정이라는 연막전술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2020년 미국 대선일은 11월 3일이 아닙니다. 실제 대선일은 10월 20일입니다".

대선 재검표 반격까지 염두해두면서 당장 민주당 지지층들이 돌리고 있는 유권자 우편투표 운동을 차단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트럼프 대통령의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과연 효과를 거둘지 판가름할 날이 9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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