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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선연기 꺼낸 트럼프…우편투표 문제삼아 '대선불복 노림수'

신헌철 기자
입력 2020.07.31 17:42   수정 2020.07.3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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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투표율 높을땐 불리 판단
선거부정 가능성 거듭 표명

대선연기 가능성 희박하지만
최악성장률 발표날 깜짝트윗

공화당도 연기제안 '시큰둥'
'대선 연기론'으로 선거판을 흔들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도가 일단 공화당 내부에서도 퇴짜를 맞은 모양새다.

1845년 미국 헌법에 '11월 첫 번째 월요일 하루 뒤인 화요일'로 대선일이 규정된 뒤 남북전쟁과 세계대전 중에도 대선은 치러졌다.

선거일 연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하원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모한 제안을 던진 것을 두고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전국적 재검표를 요구하기 위한 일종의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에 "상황을 지켜보자"며 즉답하지 않았다.


또 지속적으로 우편투표가 부정선거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일각에선 30일(현지시간)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지표가 발표됐고 고(故) 존 루이스 하원의원 장례식도 열렸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물타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대선 연기론을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뒤 오후 기자회견에선 한발 물러섰다. 그는 "나는 선거 연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개표까지) 3개월을 기다린 뒤 투표용지가 사라져 선거가 아무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발 물러서면서도 우편투표 제도에 대한 불신을 거듭 주장한 셈이다.

우편투표는 미국 선거에서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미국 50개주와 워싱턴DC 등이 모두 부재자 투표를 허용하고 있고, 우편투표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42개주와 워싱턴DC가 허용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가운데 7개주만 모든 유권자에게 우편투표 용지를 보내 선택권을 부여하고 나머지는 사전 신청자에게만 적용한다.


부재자 투표가 해외 체류 등 특정 조건을 요구하는 반면 우편투표는 주 내에 거주하고 있더라도 희망자에게 전면 허용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로 우편투표가 확산될 경우 개표가 지연되고, 투표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속내는 투표율이 높아지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도 전체 투표자의 5분의 2에 해당하는 5720만명이 부재자투표 또는 우편투표에 참여했다. 또 지난 20년간 대리투표 등으로 문제가 적발된 사례는 수백 건에 불과했다. 투표용지에는 개인 서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규모 조작 가능성도 낮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지난 3월에 플로리다주 공화당 예비선거에 우편투표로 참여했다.

공화당 반응을 봐도 대선일 자체가 연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우편투표에 대한 대통령의 염려를 이해한다"면서도 "연방 선거 역사상 선거를 미룬 적은 없다"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11월 3일에 선거를 치를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마저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다만 공화당 중진은 일제히 우편투표로 인한 선거 부정 가능성을 경계한다고 입을 모았다. 호건 기들리 트럼프 선거캠프 대변인은 "대통령의 트윗은 민주당이 선거 전체를 우편투표로 치르자고 주장하며 일어난 혼돈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5월 하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사태에 대비해 전국의 모든 유권자에게 우편투표 용지를 보내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물론 이 법안은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법제화될 가능성은 없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열린 루이스 하원의원 추도식에서 "우편투표를 훼손함으로써 국민의 투표를 좌절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권력자들이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했고,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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