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타워즈 시대'성큼...中·日펄펄 나는데 韓 혼자 '게걸음'

입력 2020/12/12 06:01
수정 2021/05/03 11:02
[한중일 톺아보기-35]※톺아보기란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본다'는 순우리말입니다. 한중일 톺아보기는 동북아 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이슈부터 소소한 소식까지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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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시료를 담은 하야부사2의 캡슐이 도착하자 만세를 부르는 JAXA 관계자들과 일본 취재진/사진=하야부사2 트위터

#지난 6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2'가 소행성에서 채취한 시료를 담아 보낸 캡슐이 회수됐습니다. 닛케이 등 현지 언론들은 일본이 세계 최초로 소행성 인공 구덩이 형성, 소형 로봇의 소행성 이동 탐사, 오차 60㎝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지점 착륙 등등 총 7가지의 성과를 달성했다며 연일 대서특필 했습니다. 일본은 이번 시료 확보가 태양계 형성과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풀거나 소행성 탐사의 가치를 가늠하는 열쇠가 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달 표면에서 암석 2㎏을 채취한 뒤 달 궤도에서 귀환선과 성공적으로 도킹했다고 밝혔습니다. 창어 5호는 지난 1일 달 북서부 평원지대인 '폭풍우의 바다'에 착륙해 표본을 모으고 진공 포장 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귀환선은 이달 중순 중국 땅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임무를 완수하면 중국은 미국과 구소련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달 암석 채취에 성공한 나라가 됩니다.


민간 기업 우주 진출 '뉴스페이스' 시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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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초대형 신형 로켓 `스타십 SN8`의 시험 발사 모습. SN8은 목표 고도까지 성공적으로 발사됐으나 착륙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폭발했다/사진=스페이스X 트위터

우주산업은 현시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분야이고 본격 진출이 이제 시작되는 만큼, 무한 확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 입니다. 20세기 냉전시대 우주개발이 당시 미국·소련 중심의 국가 주도로 진행돼 왔다면, 21세기는 '스페이스 X'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들의 상업적 진출이 급증하며 빠르게 상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스페이스 X는 지난 5월 첫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 성공을 비롯해 수많은 민간 최초 타이틀을 써내려 왔습니다. 또한 재사용 로켓 등 경제적인 위성발사로 수천 개의 위성을 띄워 전 지구적 초고속 인터넷 연결망을 구축하고 수백억 달러의 천문학적 수익을 내려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도 추진 중입니다. 이에 과거와 다른 새로운 우주시대가 열린다는 의미에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일본에서 떠들썩한 하야부사 2의 개발과 제작에도 NEC, IHI에어로스페이스 등 300여 개에 달하는 민간 기업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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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석이 2016년 중국의 첫 국가항천일(우주일)을 맞아 로켓군에 깃발을 수여하고 있다. 중국은 우주개발에 있어서도 일당 독재와 국가주의 특성으로 군이 우주 개발에 관여하는 정도가 유독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은 과거 우주산업을 정부 산업으로 분류해 민간 기업의 우주산업 진출을 전면 금지했지만 2015년 이후 '중국 제조 2025' 발표와 함께 민간에도 로켓 개발 등을 허가했습니다. 이후 민간 분야에서 관련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2020년 현재 이미 100개사가 넘는 민간 기업이 생겨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성 확대·우주軍 창설…우주 패권 경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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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주탐사와 개발 확대에 발맞춰 우주 공간의 군사적 중요성 역시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영역과 기술 개발은 어김없이 군사 부문으로 파급 적용됐는데 우주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우주는 미국 번영의 기본으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강대국들이 앞다퉈 우주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면에 군사 활용 목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들 중에는 우방인 미국 외에도 중국과 일본 등 한국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쉬운 주변국들이 있습니다.

특히, 현대전은 정보 획득이 승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각국은 위성 능력 제고에 공을 들여 왔습니다. 세계 우주 개발 예산의 약 60%를 지출하고 140기로 가장 많은 군사위성을 보유한 미국은 정찰위성 1000기를 추가로 배치해 지구 전역을 포괄하는 위성망 '블랙잭'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 117기로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군사위성을 운용 중인 중국도 2018년 이후 로켓 발사 횟수로는 미국을 제치고 3년 연속 1위를 차지할 만큼 위성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죠. 일본은 총 위성 개수는 이들보다 훨씬 적지만, 정찰 능력과 운용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번 하야부사 2의 성과도 결과적으로 일본이 자국 위성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셈이 됐습니다. 현재 군위성 기술은 정보 수집, 타국의 위성 감시·추적 시스템 운영에서 더 나아가 상대국 위성을 교란하거나 파괴하는 '킬러 위성' 등 무기 체계 개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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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우주군 신설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우주는 새로운 전쟁 영역"이라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우주군 창설 움직임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며 지난해 72년 만에 육해공군 등에 이은 6번째 병과(兵科)로 우주군 창설을 발표했는데 이후 프랑스, 영국 등도 속속 우주군 창설을 천명해 왔습니다. 중국은 현재 공식적으로 우주군이란 명칭의 부대는 없지만 이미 2016년 육해공 인민해방군과 동급의 '전략지원군'을 만들고 사령부를 독립 출범시켜 우주 작전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 왔습니다. 일본도 올해 5월 자위대 산하에 우주 감시 임무를 담당하는 '우주작전대'를 만든 데 이어 자위대 창설 이래 처음으로 항공 자위대 명칭을 '항공 우주자위대'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中 '우주몽' 내세우며 우주굴기…독자 GPS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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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처럼 우주 경쟁 격화의 전면에는 초강대국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이 있다고 할 만큼 근래 우주 개발 관련 중국의 공세는 눈에 띕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2018 우주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2017년 기준 전년 대비 우주 예산 증가율은 85%에 달해, 조사 국가 전체 평균 증가율(4.8%)보다 매우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집권과 함께 '중국몽'을 천명했던 시진핑 정부는 지난해 달 뒷면 탐사에 성공한 뒤 "중화민족은 꿈을 좇는 민족"이라며 우주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선도하는 '우주몽'에 대한 야심을 밝힌 바 있습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20년 올해를 우주굴기의 제2 원년으로 삼고, 2045년까지 우주 장비와 기술면에서 최고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건 26년간 90억달러(9.8조원)를 들여 올해 완성한 미국의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에 맞선 중국판 GPS '베이더우(北斗)' 입니다. 미국이 GPS 네트워크를 전 세계에 무료로 제공했듯이 중국은 다른 나라에 베이더우라는 자국 독자 위성 네트워크를 제공하며 사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베이더우를 통해 국제질서 패권전략인 '일대일로' 참여국에 대한 영향력도 더 높일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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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IT와 캘텍에서 유학하고 교수까지 했던 천쉐썬이 중국 우주산업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사진=텐센트망(腾讯网)

중국이 미국, 러시아에 비해 우주 개발 역사가 짧은 데 비해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에는 장기간에 걸친 꾸준하고 집중적인 투자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유학파 과학자들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국이 최고 성과라고 내세우는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탄·미사일·인공위성)'부터 공훈상 수상자의 80% 이상이 미국·유럽파로 당시 최고 과학자들 밑에서 연구했던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MIT와 캘리포니아 공대 출신으로 중국에서 '우주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첸쉐썬을 비롯해 런신민, 투서우어 등 1세대 원로 과학자들 모두 중화민국 시절 미국에 유학한 이들이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들을 필사적으로 유치하고 활용했음은 물론입니다.


이미 막강한 日우주전력…美와 밀착해 中견제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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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우주 작전대 창설식에서 부대 깃발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항공자위대 이루마(入間) 기지를 찾은 자리에서 "육해공 자위대 간 장벽을 넘어 우주라는 새 영역에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지난 6월에는 5년 만에 '우주기본계획'을 개정하고 1조2000억엔(12.5조원) 정도인 자국 우주산업 규모를 2030년대 초까지 2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이 우주전력 강화를 서두르는 데는 북·중·러, 특히 중국을 겨냥한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의 달탐사 계획 '아르테미스'에 핵심 협력국으로 참여하고 올해 발족한 '우주작전대' 운용과 관련해 긴밀히 협의하는 등 미·일 동맹을 우주로 확대하려는 겁니다.

일본은 1969년 중의원 결의로 '평화 목적'에 한정된 우주개발을 추구한다는 원칙을 채택해 군 정찰위성도 보유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견지했었습니다. 하지만 1998년 북한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이를 명분으로 첩보위성을 배치했고, 중국이 처음 센카쿠(댜오위다오)영해를 침범한 2008년엔 '우주기본법'을 제정해 슬며시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허용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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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일본의 고체연료 로켓 엡실론 4호기가 소형 위성 7기를 실은채 발사되고 있다/사진=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미국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사실 일본은 이미 강력한 우주 전력을 갖춘 나라입니다. 한국은 1기도 보유하지 못한 정찰위성만 7기를 가동하고 있고, 방위성 내 위성정보를 전문 판독하는 인력만 1000명 이상 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2025년까지 총 10기의 첩보위성 체제를 갖출 예정입니다. 지난달 29일에는 민·군 겸용 광(光) 데이터 중계위성을 쏘아올렸는데, 전파 위성보다 통신 가능 시간은 4배, 속도는 7배나 앞서 정찰위성을 통한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용이해졌습니다. 이로써 일본은 북한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을 더욱 샅샅이 살필 수 있게 된 겁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발사 소요시간이 없다시피한 세계 최대급 규모의 고체연료 로켓(엡실론)을 보유 중입니다. 로켓은 위성 대신 폭탄을 실으면 곧 군사무기가 된다는 점에서 일본은 언제든 ICBM을 날릴 수 있는 로켓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격입니다. 실제로 일본은 2012년 이미 소형 실험기를 통해 ICBM 기술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권 재돌입 실험에도 성공한 상태 입니다. 최근 적극적인 일본의 외교·군사적 행보를 볼 때, 향후 ASAT(Anti SATelite·인공위성 요격 무기시스템) 등 공격적 우주 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한국 우주 개발 R&D예산 日6분의 1…과감한 투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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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달 군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를 인수해 세계에서 10번째로 군사 전용위성 보유국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또한 공군을 중심으로 '스페이스 오딧세이'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우주전력 강화를 위한 대응책 강구에 나서고 있습니다. 분명 고무적인 일들이지만 자축할 겨를은 없어 보입니다. 북한으로 인한 특수 상황에 놓여 있는 나라가 비록 현재 개발 중이라곤 해도 정찰위성 1기도 보유 못한 현실과 우주개발 전력 강화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는 쟁쟁한 주변국들의 상황이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예산편성 등에 있어 우선순위를 높여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습니다. 당장 일본과 비교해 보더라도 한국의 우주개발 투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일본 정부가 우주개발에 쓰는 예산은 연간 연구개발(R&D)의 7~8%인 데 반해, 한국은 2~3%로 절대 규모로 따지면 일본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북대 신의섭 항공우주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우주개발이든 전력이든 먼저 "안정적 예산 확보와 규모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신 교수는 "예산부터 현격한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일본, 중국을 따라간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간에 의한 '뉴 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다지만 어느 산업보다 막대한 예산과 전문인력이 필요한 우주산업의 특성상 정부 차원의 더 적극적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주개발은 안보는 물론 경제산업 측면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일 뿐 아니라 국가 위상의 척도가 됩니다. 한국이 21세기 진정한 강국으로 올라서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으로 일컬어지는 이유입니다. 우주공간을 두고 거세지는 한반도 주변 4강의 쟁탈전 속에서 과연 한국이 그 틈을 비집고 주도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계속 틈바구니에서 치이며 그저그런 구경꾼으로 머물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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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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