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손흥민도 중국계"라는 中이 축구를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

입력 2020/12/26 06:01
수정 2021/05/03 11:03
[한중일 톺아보기-36] ※톺아보기란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본다'는 순우리말입니다. 한중일 톺아보기는 동북아 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이슈부터 소소한 소식까지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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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이름은 `중국의 네이버`라 할 수 있는 바이두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랐고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도 반응이 잇따랐다/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웨이보 캡처

지난 18일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손흥민이 아시아 출신으로 역대 두 번째 '푸슈카시상'을 받은 소식은 중국에서도 화제였습니다. 텐센트망(騰迅網), 펑파이뉴스(澎湃新問) 등 현지 매체들은 해당 뉴스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중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건 이웃 나라의 희소식에 부러운 이유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동질감의 대상이 유럽 최고 리그에서 성과를 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손중산, 손권의 후예로 가계도를 따라가면 뿌리가 중국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는데, 이런 낭설이 흘러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그에 대한 중국 내 관심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죠.

많은 인구 덕에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빠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스포츠에도 많은 투자를 한 중국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매번 좋은 성적을 거둬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축구에 있어서는 성적표가 초라하기 그지없고, 아직까지 세계적 수준의 선수는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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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인기나 관심이 적은 것도 아닙니다. 중국인에게 축구의 인기는 최애 스포츠인 농구에 버금가고, 국기(國技) 대접을 받는 탁구보다 우위에 있을 정도입니다. 2014년 중국국가국민체질감측센터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인구 14억명 중 축구 중계를 보는 사람만 10%(1억4000만명)가 넘습니다. 심지어 한나라 때 산둥성에서 시작된 축국(蹴鞠)이 유럽에 전해져 현대 축구가 됐다며 "중국이야말로 축구 종주국"이며 "축구는 중국 4대 발명품 중 하나"라고 주장할 정도니, 나름 축구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中슈퍼리그 선수 연봉, K리그 12배·J리그 6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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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 슈퍼리그 우승팀 장쑤 쑤닝(좌)/중국 당국은 지난해 부터 브라질 출신 엘케손(우)을 비롯해 예나리스,히카르두 굴라르, 알랑, 페르난지뉴, 알로이시우 등 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귀화시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축구협회에 따르면, 중국 프로축구 1부 '슈퍼리그'의 평균 선수 연봉은 일본 J리그의 약 6배, 한국 K리그의 12배에 달합니다. 특히 외국인 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을 쓰는데, 단칼에 거절 당했지만 2016년 당시 세계 최고액인 연봉 1억유로(1346억원)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에게 제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쥐여주며 외국인 용병을 데려오는 것이 리그 수준 향상에 득이 됐을지는 몰라도 중국인 선수들 기량을 높이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선수들은 자국 리그에서 실력에 비해 과도한 연봉에 각종 후원까지 받으며 스타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이렇다 보니 그보다 훨씬 못한 조건을 감수하며 굳이 수준 높은 해외 리그에 도전하려는 선수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중국 리그가 유럽 리그 이상으로 돈을 준다고 해도 전성기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중국에서 뛸 리 만무하고, 치열한 경쟁을 겪지 않는 중국 선수들은 결국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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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쉬위안 중국 축구협회장(좌)과 스페인 2부리그에서 뛰는 우레이 선수(우)의 모습/사진=바이두

이 때문인지 중국도 최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으려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15일 중국축구협회는 내년 시즌부터 1부 리그 팀이 지급하는 자국 선수의 연봉 상한선을 50%가량 낮추기로 했습니다. 천쉬위안(陳戌源) 중국축구협회장은 "현재 중국 축구계는 수준에 비해 거품이 너무 많다"며 "연봉 상한선은 중국 축구의 건강한 발전에 필요하다"고 지적했죠.

그러나 당장 2년도 채 안 남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중국은 장기 계획보다 단기 계획에 치중하는 모습입니다. 원래 중국은 중국인과 결혼하지 않는 한 외국인의 중국 국적 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귀화에 있어 매우 폐쇄적인 나라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축구선수들에 있어서는 대거 귀화를 시켰고 지금도 월드컵에 대비한 귀화 작업은 현재진행형입니다.


中개인주의, 팀 스포츠 축구에 부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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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의 독특한 개인주의도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축구는 대표적인 팀 스포츠로, 11명의 선수가 플레이하는 만큼 본인 포지션은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른 포지션도 커버해줘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골이 많이 나는 스포츠가 아니라 한 골 한 골이 매우 중요하다 보니 승리를 위해선 자신에게 온 기회를 양보하고 돕는 자세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더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팀플레이와 희생이 중국인들의 개인주의적 성향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주장 입니다.

중국은 "속이는 자보다 속는 자가 나쁘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불신풍토가 뿌리 깊은 사회입니다. 여기에는 역사적 경험과 인구적인 요소가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결과적으로 나 이외에 다른 이들은 어찌 되든 전혀 상관없다는 식의 마인드를 만연케 했습니다. 교민들은 한결같이 중국은 직원들이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에게 부여된 업무 외에는 이상할 정도로 관심이 없고 관여도 안 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과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건 어느 사회에서나 있는 일이겠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조금이라도 자신의 책임이 아닌 것 같은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유사한 광경은 축구에서도 발견되는데, 예를 들면 경기 결과가 안 좋을 때 감독이나 선수, 협회 등이 책임은 지려 하지 않고 서로를 탓하는 일만 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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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생인 `바링허우(80后)`부터 1990년대생 지우링허우(90后)`, 2000년대생 `링링허우(00后)`는 소황제 세대 라고도 불린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극단적 개인주의의 배경에는 2016년 폐지 전까지 36년간 이어진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의 영향도 있습니다.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은 말 그대로 한 가구당 한 자녀만 낳도록 한 중국 당국의 산아제한 방침인데, 이로 인해 이 기간 출생한 중국인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형제'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외동이다 보니 가족의 과보호 속에서 '소황제' 대우를 받으며 성장해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특성을 띠는데, 이 같은 성향이 조직력이 매우 중요한 축구와는 상극으로 작용한다는 분석 입니다.


승부 조작, 선수 선발 과정 등서 만연한 부정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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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권 특유의 부정부패 영향도 있습니다. 중국은 2010년대 전후로도 축구 관계자들이 잇달아 승부 조작 스캔들 등에 연루됐는데, 난융(南勇) 전 축구협회 부회장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강등 대상 팀을 잔류시켜주는 등 부당한 권력을 행사해 10년간 총 119만위안(약 2억원)의 뒷돈을 챙기다 체포됐습니다. 이 밖에도 축구 심판이 매수되거나 선수들까지 집단 연루된 사례가 잇따르며 2015년까지 체포된 인원만 50명이 넘습니다. 황당한 건 체포됐던 이들 중 상당수가 이런저런 사유로 감형을 받고 일찍 풀려난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겁니다.

2010년대 들어 중국에서도 유럽을 벤치마킹해 유소년 시절부터 차근차근 선수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선수 발탁 과정에 만연한 비리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뇌물이나 관시(關系)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말 실력 있는 선수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성장하기 어렵다는 평입니다. 프로팀의 경우도 구단주가 감독부터 선수까지 실력 없는 친인척이나 지인 인맥으로 채워넣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중국 1부 리그 '저장 뤼청'의 지휘봉을 잡았던 전 일본 국가대표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중국에서 권력과의 관시가 있는 선수는 위법한 일을 해도 큰 처벌을 안 받는다. 이런 요인이 중국 축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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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둘러싼 비리는 사행산업인 축구 도박의 인기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중국국가체육총국에 따르면 중국의 축구 복권 판매규모는 2016년 이후 폭증했는데 월드컵 기간이던 2018년 이미 1148억위안(19조44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음지에서 이뤄지는 불법 축구 도박까지 성행하면서 "축구보다 축구 도박이 더 인기"라는 말이 나오고 프로리그의 승부 조작까지 연결된다는 겁니다. 이로 인한 여파 때문인지 시진핑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어왔음에도 중국의 부정부패 지수는 여전히 세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체제 한계? 풀뿌리 축구문화 못자라고 '정치 리스크'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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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아일랜드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축구관람에 앞서 시축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권력자의 높은 관심 또한 긍정적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중국 같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최고 권력자의 말 한 마디에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버리는 일이 흔한데, 이런 간섭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주석이지만, 그가 전문가적 식견과 경험을 갖췄을진 의문입니다.

지난 2016년 중국의 한 축구 칼럼니스트는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중국 당국 주도의 축구 발전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는 "계획부터 집행까지 축구계 인사들이 주도해 발전해온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주도한다. 말만 많고 정작 행동으로 옮기는 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시진핑 정부는 분명 축구에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지만, 만약 그의 뒤를 이은 인물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그간의 정책과 반대로 갈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극단적으로 정치 문제를 이유로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보이콧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순 없기에 중국 축구가 안고 있는 정치 리스크는 작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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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체육 정책에 있어 개인 엘리트 교육을 선호해 왔는데, 팀을 키워야하는 축구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산당 1당 독재로 인한 태생적 한계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전 세계 축구 강국들을 보면 모두 유소년 클럽과 다양한 프로리그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아마추어 축구가 잘 발달돼 있습니다. 이는 곧 축구가 발달하려면 사회 전반적으로 자율적인 축구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는 건데, 중국 당국 입장에선 이를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유는 축구 클럽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체제에 불만을 품거나 비판하는 세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통제와 감시가 필수인 공산당에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30년 亞축구 제패" 외쳤지만...초라한 성적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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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중국 축구단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건축비 1억8500만달러를 들여 스페인 명문 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공동 창립한 세계 최대 축구학교 모습/사진=바이두

시 주석은 중국 축구가 국제사회에서 굴욕적 성적만 거두자 2011년 취임과 동시에 "내 꿈은 중국의 월드컵 개최와 우승"이라며 전폭적 투자와 육성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중국 축구 중장기 발전계획'을 통해 2030년 월드컵 유치와 동시에 아시아 축구를 제패하고, 2050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올라 세계 축구를 석권한다는 비전을 내놓았죠.

이에 따라 올해까지 전국 초중고 축구 유망주와 중국 축구협회 등록 선수를 각각 3천만명, 5천만명으로 늘리고 프로부터 아마까지 축구 인구를 5억명으로 확대해나갈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인프라면에서도 2030년까지 인구 1만명당 축구장 1개씩 총 15만개 이상의 축구장을 보유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처럼 중국 축구는 최고 권력자까지 발 벗고 나서 '축구 굴기'를 외치며 물량 공세를 퍼붓는 데 힘입어 경제력 만큼이나 무섭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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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 국가대표팀 서포터스이자 열혈팬들인 `치우미(球迷)`의 응원전/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그런 예상이 나온 지 상당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진 투자량에 비해 초라한 성적만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단 올해 AFC U-19(아시아 축구연맹 19세 이하) 챔피언십 지역 예선에서 중국 대표팀은 25년 만에 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곧이어 열린 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도 한국과 우즈벡에 연달아 패하며 도쿄올림픽 본선행이 좌절됐습니다. 중국 언론은 같은 선수들로 맞이해야 하는 2024년 올림픽 예선도 암울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프로대회에서도 올해는 중국팀들이 모두 AFC 챔피언스리그 8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습니다. 많은 중국인들은 다른 분야에서 효과를 본 중국의 방식이 축구에서는 왜 안 통하는지 답답함을 토로하며 보다 근본적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듯 합니다.

물론 줄기찬 투자와 관심을 등에 업고 중국 축구가 언젠가 아시아 최강, 그리고 세계 최강이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원대한 꿈에 걸맞지 않게 지리멸렬하고 있는 현재 모습을 보면, 시 주석이 소망하는 세계 최강은 커녕 아시아 최강이 되기 위해서도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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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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