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덧니 성형' 유행하는 '치과왕국'...일본엔 왜 치과가 많을까

입력 2021/01/02 06:01
수정 2021/05/03 11:03
[한중일 톺아보기-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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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이지만 2018년 기준 일본의 치과병·의원 수(약 6만9천곳)는 편의점 수(약 5만5천곳)보다 많다/사진=유튜브 방송 캡처

일본에 가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일본에는 정말 치과가 많은 것 같다"고 한다. 필자 역시 일본에서는 어디서든 치과 간판이 자주 눈에 띄어 의아하게 여겼던 기억이 있다. "일본인은 치열이 고르지 않다"는 통념에 따른 착시 효과일까 싶지만, 실제 수치상으로도 일본에는 치과가 많다. 2018년 기준 일본의 치과 병·의원 수는 약 6만9000곳으로 같은 해 기준 한국 치과 병·의원 수 1만7900여 곳보다 4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차이(한국 5100만명·일본 1억2000만명)를 감안해도 일본이 한국보다 인당 2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편의점이 많기로 유명한 일본(2018년 기준 약 5만5000곳)인데 편의점보다 치과가 많을 정도니, '편의점 왕국'이 아니라 가히 '치과 왕국'이라 불릴 만하다. 그렇다면 일본에는 왜 유독 치과가 많은 걸까.


치대 졸업자 과잉 배출로 수급 조절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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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과잉 공급에 근래 일본은 폐업하는 치과수가 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은 치과의사 과잉공급이다.


일본에서 치과의사 과잉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건 거의 20년 전부터다. 1960년대 일본은 자국민 30% 이상이 충치를 앓는 등 치아 건강 문제가 심각한데 치과의사는 인구 10만명당 35명 정도로 매우 적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충치 대국'에서 벗어나자며 치과의사를 10만명당 50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대적으로 치과대학 신설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60년대 초반 7곳에 불과했던 일본 치대는 1980년대에 16곳이나 급증해 23곳이 됐는데,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 현재 일본 전역에 있는 국·공·사립 치대는 총 29곳에 이른다. 1100명 정도였던 입학 정원도 2010년쯤에는 3500명 정도로 급증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전체 치과 진료율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신규 치과의사는 쏟아져 나오는데 은퇴하는 치과의사는 적어지자 수급 불일치가 심각해졌다. 뒤늦게 일본 정부는 국공립대 정원 감축과 함께 2004년부터 국시 합격률을 기존 80~90%에서 60~70%로 낮추는 등 대책을 강구해 왔지만 여전히 공급 과잉이라는 평가다. 일본 의치약연구협회와 한국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에서 한 해 배출되는 치과의사는 연간 약 800명이고 일본은 2000명 정도다. 단순 인구 비례로 따져도 일본 쪽이 배출되는 치과의사 수가 한국보다 많다(일본 인구는 한국의 2.35배, 연간 배출되는 치과의사 수는 2.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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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 유명 사립대 게이오 대학(좌)은 2023년 4월을 목표로 도쿄 치과대(우) 통합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사진=게이오·도쿄치과대 홈페이지

한편, 과잉공급으로 인한 과당경쟁은 수입 저하로 이어져 치대 인기가 급락하자 2010년대 들어 정원미달 대학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도 상당하다.


한국 치대에 비해 입학이 쉽다보니 매년 한국에서도 상당수가 일본 치대 유학을 준비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최근에는 사립 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번지며 대학 간 통합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일본 유명 사립 게이오 대학은 도쿄 치과대학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고대 조몬인+야요이인 유전자 섞이며 발현된 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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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치과의사 미야자와 유키 박사에 따르면, 에도 시대와 메이지 시대에 쓰였던 서적에서 발견되는 내용들로 추정컨데 일본인들은 예로부터 덧니나 불규칙한 치열에 관대했다/사진=연합뉴스

일본에 치과가 많은 건 분명 치과의사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한국보다 인당 2배 정도 많은 치과 병·의원 수를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또 인구 1000명당 치과의사 수(2018년 기준)는 독일, 이탈리아가 일본 보다 더 많다.

이 때문에 치열이 고르지 못하거나 충치 등 치아 질환을 겪는 일본인이 많은 만큼, 수요자 측면에서 치과가 많은 이유를 찾으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인의 치열에 대해 통념을 갖는 건 비단 한국인만은 아니다. 2012년 일본 치과 의료기기 회사 '얼라인 테크놀로지 재팬'이 일본 거주 외국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6%가 "일본인은 치열 상태가 좋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는 외국인뿐 아니라 일본인, 특히 치의료계 종사자도 의견을 같이한다. "국제인이 되고 싶다면 영어보다 이를 닦아라"라는 책을 펴낸 미야지마 유키 박사는 "일본인 중 80%는 치아 교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2011년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나아진 편이라곤 하나 여전히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 충치를 앓는 국민 비율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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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본인의 원형은 야요이 도래인(渡來人)과 죠몬이 섞인 혼혈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일본인의 치열이 특별히 고르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 여러 가설이 제기된 바 있지만, 가장 유력한 건 일본 열도에 살던 원주민(조몬인·繩文人)과 한반도에서 온 이주민(야요이인·彌生人)이 섞이며 발현된 유전 형질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현대 일본인의 원형은 이들 조몬과 야요이가 섞인 혼혈이라는 게 정설인데, 2012년 일본 종합연구대학원대학이 내놓은 DNA 분석 결과도 이 가설을 뒷받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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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영국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해 미국을 세웠듯,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건너간 이들이 일본을 세우고 발전시켰다고 주장한다/사진=유튜브 방송 캡처

동남아에서 오키나와를 거쳐 일본 열도에 먼저 정착하고 있던 조몬인은 남방계 민족으로 체격이 작았고, 턱과 치아 크기도 작았다. 그런데 24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규슈를 통해 야요이인이 이주하게 된다.


야요이인은 체격이 더 크고 턱이 발달했으며 치아도 컸다.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민족이 섞이며 서로 다른 유전 형질(작은 턱에 큰 이빨)이 발현된 결과가 비뚤어진 치아 라는 것이다.

유전학자들은 야요이 유전자가 조몬 유전자를 압도했다고 결론짓고 있는데, 현재 일본에서 야요이계와 조몬계 비율은 8대2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인류학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저서 '총, 균, 쇠'에서 "현대 일본인은 한민족(야요이계)의 후예"라며 "한반도에서 이주가 현대 일본인에게 정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적었다.


1200년간 '육식 금지'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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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4년 무렵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조선 `통신사행렬도` 중 군관 모습/사진=국립중앙박물관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음식물 섭취와 관련된 후천적 요인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은 섬나라인 만큼 지리적으로 고기보다 해산물 섭취가 많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675년 텐무 덴노가 불교를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육식 금지령'을 내리자 사실상 해산물 외에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불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영조시대 조선 통신사 일원으로 일본을 찾았던 원중거(元重擧)는 견문록 '화국지(和國志)'에서 "일본인은 여섯 가지 가축(소, 돼지, 닭, 말, 양, 개)을 먹지 않으며 가축이 죽으면 모두 땅에 묻는다"고 적은 바 있다. 식량이 아닌 약용으로 쓰거나 다이묘, 사무라이 등 일부 엘리트 계층에서 가끔 돼지고기를 섭취하긴 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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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천황기`에는 메이지 덴노가 1872년 처음 고기를 입에 대면서 육식금지령이 공식 해제됐다고 적고 있다/사진=위키피디아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육식이 시작된 건 1868년 메이지 유신 전후 무렵이었다. 서양인의 체격과 식습관에 자극 받았는지, 일본의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고기 섭취를 권장했다. 그리고 메이지 덴노가 직접 고기를 입에 대면서 육식 금지령이 공식적으로 풀리게 되는데, 이때가 1872년이었다. 이는 곧, 현대 일본인이 본격적으로 육식을 하기 시작한 역사는 150년이 채 안 된다는 말이다. 1200여 년의 세월에 걸쳐 물고기 같은 부드러운 음식만 먹고 질긴 고기 등은 섭취하지 않은 일본인은 자연스레 턱관절과 턱근육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런데 턱 크기는 작아진 데 반해, 치아 개수는 그대로고 크기도 줄지 않으면서 부정교합 등 치열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日, 고르지 않은 치열 거부감 적어...'덧니 성형' 유행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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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돌 그룹 AKB48의 멤버 이타노 토모미는 덧니로 유명했는데, 그녀를 따라 일본 청소년과 젊은 여성들 사이 덧니 성형이 유행하기도 했다/사진=중국 소후 닷컴

고르지 않은 치열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바람직하지 않게 인식된다. 심미적 이유도 있겠지만 치아와 구강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치아와 구강 건강을 선진국의 척도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어찌된일인지 선진국인 일본에서 고르지 않은 치열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으며 개선 의지도 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2012년 '얼라인 테크놀로지 재팬'이 미국, 중국, 일본 성인 총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 한 결과, 일본인은 다른 두 나라 국민에 비해 치아 교정에 대한 관심도와 의향 모두 현저히 낮았다.

몇 년 전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덧니 성형'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많은 여성들이 3만엔(약 31만원)가량을 기꺼이 지불하며 덧니를 만들어 붙였는데, 아직까지 시술하는 치과가 있을 정도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는 자국민은 매년 치아교정에 엄청난 돈을 들이는데 일본에서는 일부러 인공 덧니를 덧붙이는 성형이 유행한다며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는 덧니가 일본인 사이에서 "귀엽고 섹시하다"고 인식 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한 일본인은 BBC와 인터뷰하면서 "불완전한 모양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본의 전통미적 감각"이라는 신박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덧니에 대한 이 같은 인식 역시 그들만의 개성으로 봐야할까. 한국인의 관점에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한국인과 일본인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고 했다지만, 새삼 일본이 '가깝고도 먼나라'임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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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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