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6개월 남은 도쿄 올림픽...日'코로나 최악'인데 왜 강행할까

입력 2021/01/10 06:01
수정 2021/05/03 11:03
[한중일 톺아보기-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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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4개 지역에 긴급사태가 선포된 지난 8일 일본 전역 신규 확진자수는 8천명에 육박, 나흘 연속으로 최다치를 경신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국제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이벤트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도쿄 하계 올림픽이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지난달 6일 2021년 주목할 만한 이벤트들을 소개하며 근대 올림픽 124년 역사상 초유의 연기 사태를 맞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첫머리에 소개했다. 그러나 일일 확진자수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코로나 19 기세가 누그러들지 않자, 일본 내에서도 개최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짙어지는 형국이다. 지난달 NHK,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과반을 넘는 55%~63%가 "대회를 중지 또는 재연기해야 한다"고 답하는 등 부정적 견해가 긍정적 견해를 크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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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운데)와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우)이 도쿄 개최지 확정 발표후 환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어쨋든 강행의지를 피력 중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7일 오후 수도권 긴급사태를 선포하면서 "감염 대책에 만전을 기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실현하겠다는 결의"라고 밝혔다. 특히, 모리 요시로 올림픽조직위원장은 "불안? 전혀 없다" 며 "지금 시점에 왜 하느니 하지 못하느니 논의 하나. 대회는 7월이고 준비는 거의 다 돼 있다"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일본 최대 포탈 '야후 재팬'에는 일본 당국의 안일함을 성토하는 댓글이 빗발쳤다.


일본, 이미 6조 손해...취소 땐 경제 타격 50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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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묵을 예정인 선수촌 아파트 하루미 플래그. 민간 분양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1차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버티고 버티다 결국 대회 연기를 발표한 일본 정부는 이미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떠안은 상태다. 일본 당국은 지난달 대회 연기와 코로나19 대책에 소요되는 추가 경비가 2940억엔(약 4조원)에 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대회 경비는 총1조 6440억엔(약 17조300억원)으로 늘어나는데, 이는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오사카 대학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지난해 3월 올림픽 연기로 일본 정부가 보게 될 것으로 추산한 손해액은 약 6400억엔(6조7400억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 시설 유지·관리만 해도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올림픽을 위해 새로 건설한 수영 경기장 '도쿄 아쿠아틱센터'나 카누 경기장 등은 연간 유지비만 수억 엔 이다. 개·폐회식과 관객규모를 15% 이상 대폭 줄이는 등 간소화 하기로 했다지만, 미야모토 교수에 따르면 간소화 상태로 무사히 치뤄져도 여전히 1조 4천억엔(약 14조7500억원)의 손실은 발생한다.

또한 민간 분양 예정인 도쿄도 주오(中央)구에 있는 24동 5600여 세대의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도 대회 연기로 일정에 차질이 생긴 분양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 마케팅을 위해 막대한 후원금을 지불한 공식 후원사나 사전투자를 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지금 상황에선 개최가 불투명해 손실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미야모토 교수는 만약 대회가 취소 될 경우, 일본 전체적으로 입는 총 경제적 손실이 약 4조 5천억엔(47조3천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대회 유치 당시 총 비용을 7340억 엔(약 7조7000억원)으로 추정 했었다. 하지만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비용으로 당초 내세웠던 '도시형 콤팩트 올림픽' 이란 슬로건은 무색해진지 오래다.


日정부 집착 이유? "재팬 이즈 백" 1964년 영광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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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도쿄 올림픽은 일본이 패전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재진입하는 위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사진=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사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개최에 미련을 못 버릴만 하다. 어느 나라건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은 행사를 쉽사리 연기 혹은 취소 하긴 어려울 것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IOC 입장에서도 갈수록 올림픽 유치에 뛰어드는 도시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익과 위상, 차후 일정 문제를 고려할 때 취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고조되는 국내외 불안 여론에도 일본 정부가 이번 올림픽을 강행하려는 데에는 단순한 경제적 이유 이상의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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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과 6.25 전쟁시기 일본의 생산력과 외화수입 추이

일본 정부는 이번 대회를 성공시켜 거듭된 경기 침체와 3.11 동일본 대지진 충격을 완전히 극복했다는 '부흥의 상징' 으로 삼으려 해왔다. 과거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일본이 돌아왔음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은 바 있다. 패전으로 초토화 됐던 일본은 안보는 미국에 일임하고 나머지 모든 역량을 경제 발전에 집중하는 전략과 조선 특수(6.25 발발후 군수물자 공급으로 맞은 호황)등에 힘입어 단시간 내 재건에 성공했다. 특히, 1964년 올림픽을 전후로 일본은 군수산업에서 전자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 재편이 이뤄졌고, 대회 직후인 1967년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 하게 됐다. 즉, 올림픽이 전후 일본 부흥의 상징이 된 셈이다. 또한 도쿄는 당시 아시아에서 사상 처음 올림픽을 유치한 도시가 됐는데, 이번 대회가 열리게 되면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을 2번 유치·개최하는 도시가 된다.

그러나 56년뒤 다시금 부활을 알리려던 일본의 희망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평가다. 대신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인류의 '코로나 극복의 증거'로 삼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9월 UN 총회 연설에서 "인류가 역병을 극복했다는 증거로서 도쿄 올림픽을 반드시 개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팬데믹의 기세가 거센 현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란 이유로 되레 반감만 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바흐 위원장 선출, 도쿄 개최지 선정과 상부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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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스가 요시히데(우)총리가 총리관저에서 토마스 바흐(좌) IOC위원장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올림픽 개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100%는 아니지만 "도쿄 올림픽 개최를 매우 확신한다(very confident)" 고 말했다.


또한 이달 6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백신개발 등을 이유로 개최를 낙관했다. 반면,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현역 IOC 최장수 위원인 딕 파운드 위원은 지난 7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혀 IOC 내부에서도 온도차를 보였다.

사실, 바흐 위원장의 당선과 도쿄의 개최지 선정과는 상당한 관계가 있다. 2020년 올림픽 개최 도시는 지난 2013년 9월에 정해졌는데, IOC위원장 선거는 그 3일 후였다. 당시 최종 후보지로 남은 건 스페인 마드리드, 터키 이스탄불, 그리고 일본 도쿄 였다. 그런데 바흐 위원장(당시 독일 올림픽위원장)이 선출 되려면 개최 도시는 도쿄가 될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다른 두 도시가 유럽이고 도쿄가 유일한 아시아 도시인데, 개최도시가 아시아에서 나올 경우 대륙간 균형 차원에서 IOC위원장 자리는 유럽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올림픽의 상징 '오륜'은 하나된 세계 5대륙(아시아,유럽,오세아니아,아프리카,아메리카)을 형상화 한다. 그리고 투표권을 가진 100명의 IOC 위원들은 개최지 선정과 위원장 선출에 있어 대륙간 균형을 중요 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바흐 위원장의 선출은 도쿄의 개최지 선정과 상부상조 관계가 됐던 셈이다.


도쿄 올림픽, 열리더라도 의의 퇴색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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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상징하는 대형 오륜마크가 지난달 1일 도쿄 오다이바에 재설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코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는 올림픽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일본 국민과 도쿄 도민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의를 듣고 논의하려는 움직임은 이제껏 거의 없었다는게 대부분의 일본 현지 반응이다. 막대한 비용이 세금으로 메꿔지는데다 들불 처럼 번지는 코로나 확산세에 도쿄 올림픽이 '평화의 제전'은 커녕 자국민들로부터도 환영 못받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더군다나, 일본인들 뿐 아니라 참가국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안전까지 걸려있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자국민들 조차 납득하지 않은 상황은 일본은 물론 외국 선수들로 하여금 경기 몰입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개최가 불발 됐을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건 구슬땀을 흘려온 선수들 이겠지만, 가까스로 열린다고 해도 훈련 집중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대회 기록은 크게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일본 올림픽위(JOC)가 지난해 8월 자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차 긴급사태 선언 이후 70%가 연습에 큰 제한을 받았고 선언 종료 이후에도 40% 이상이 악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바 있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현재 일본의 모습이 올림픽 유치 정신에 부합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지난달 일본 유튜브에 뜬 나이키 광고는 일본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내용은 자이니치(재일한국·조선인)등 따돌림을 당하는 일본내 소수 집단이 스포츠를 통해 인종차별에 맞선다는 것이었다. 올림픽 헌장은 "어떤 국가나 개인도 인종·종교 또는 정치적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광고에 우호적 의견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일본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한 인식과 고민은 없이 그저 "일본을 모함한다" "나이키 배후에 어떤 세력이 올림픽을 망치려는 수작" 이라는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1년 재연기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예산 등 재정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2022년에는 동계 올림픽을 비롯해 월드컵, 아시안 게임 까지 굵직한 스포츠 행사 일정이 여럿 겹쳐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어떤 결과를 맞게 되든, 결국 이번 도쿄 올림픽은 스포츠 제전 역사상 가장 우여곡절이 많은 대회중 하나로 기억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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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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