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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리협약 재가입·마스크 의무화…'트럼프 지우기' 10일 작전

신헌철 기자
입력 2021.01.17 17:13   수정 2021.01.1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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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직후 속전속결

의회 협조없이 발동 가능한
행정명령으로 속도전 예고

이민자 이산가족 상봉 허용
이슬람 입국금지 해제 등
상징적 조치부터 시행할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날부터 열흘간 수십 건의 행정명령과 법률 제안을 쏟아낼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부정적 유산을 전례 없는 속도전을 통해 씻어내겠다는 의지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론 클레인 비서실장 내정자가 백악관 비서진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메모를 회람시켰다며 '10일 공세(blitz)'라고 명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정권 인수위원회 출범 당시 코로나19, 경기 침체, 기후변화, 인종 불평등 등을 집권 초반부 4대 해결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의사당 폭동에 따른 치안 불안과 진영 간 갈등도 새로운 숙제로 등장한 상태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4일 1조900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안을 의회에 제시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의회가 아닌 행정부가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바이든 정권은 공화당이 인사청문회 협조를 거부하며 단 한 명의 장관도 없이 출범하는 처지다. 게다가 이번주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상원으로 넘길 예정이어서 또 한 번 큰 소용돌이가 예정돼 있다.

정권 초반 행정부와 의회 간 '허니문'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과 같은 세제 개편, 이민 합법화 문제, 주정부에 대한 연방 예산 지원 등은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입법 과정에 속도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바이든 당선인은 의회 협조 없이 발동 가능한 행정명령(EO)을 십분 활용해 상징적인 조치부터 시작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단 취임 후 수일 내에 10개 이상 행정명령에 서명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 탈퇴했던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일부 무슬림(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행정명령 발동이 예상된다.


2017년부터 트럼프 정부는 이란, 소말리아, 예멘, 리비아, 시리아 등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실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7만2000명에 달하는 비자 신청자 가운데 10%가량만 예외를 인정받았다. 또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유예하고 연방정부 건물에 출입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 등도 예고돼 있다.

이 밖에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 국경을 통해 불법 입국한 이민자 가족을 분리 수용한 뒤 아직까지 상봉하지 못한 가족들을 다시 만나도록 관련 기관에 지시하는 행정명령도 발동될 전망이라고 이날 NYT는 전했다.

행정명령을 통해 전임 정권의 유산을 지우는 행위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의회에서 야당 협조를 얻기 힘들 경우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전임 대통령들도 행정명령을 통한 우회로를 택했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들어가는 예산 부담을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 환경영향평가 심의기간 축소 등 취임 후 일주일간 무려 12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8년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취임 첫날 전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만든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과거 의사 결정이 다소 늦고 상대와 타협을 중시해온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분위기를 보면 상당한 속도감이 느껴진다.

그가 비서진에게 "전화기를 들고 당신 어머니에게 내용을 설명해보라"며 "어머니가 이해할 정도면 계속 진행하겠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난해한 전문 용어를 배제하고 대중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정책을 만들라는 주문인 셈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밤늦게까지 혼자 불을 켜고 공부했던 스타일이라면, 바이든 당선인은 스터디그룹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1970년대 제럴드 포드 대통령 이후 의회의 생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권의 성공 여부도 야당의 협조에 달렸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 당선인이 집권 후 공화당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새로운 미국 정권을 지켜볼 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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