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의사 대물림 40%" 日서 '스카이 캐슬'은 현실...한국은?

입력 2021/02/13 06:01
수정 2021/02/13 21:36
[한중일 톺아보기-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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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지난해 4월 BS후지를 통해 일본에서도 방영됐다/사진=BS후지 웹페이지 캡처

현재 한국 대학 입시에서 가장 인기있는 학과를 꼽으라면 누구나 의대를 떠올린다. 과학고 출신이나 각종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수상자 등 이공계 최상위 성적 보유자들의 의대 진학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된지 오래다. 의대의 인기를 배경으로 지난 2019년에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신드롬적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갖은 방법을 통해 자녀를 의사로 만드려는 부모들의 욕망과 지위의 대물림 문제를 다룬 스카이 캐슬은 지난해 'BS 후지' 를 통해 일본에서도 인기리에 방영 된 바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의대 선호도 역시 한국 못지 않다. 도쿄대 법대 출신인 일본인 공무원 시게미 타다히로씨는 "도쿄대 의대는 모집 인원도 매우 적고 인기가 많아 법대 보다 진학하기 훨씬 어렵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인구 1천명당 임상 의사 수는 2018년 기준 2.39명(한의사 포함), 일본은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3명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교토대 "전체 의사들 중 부모가 의사인 비율 40%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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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사회` 등의 저서를 낸 교토대 타치바나키 토시아키 교수는 일본 의사들 중 부모가 의사인 비율은 36%, 사립 의대의 경우 80~90%에 달한다고 주장한다/사진=공명당 홈페이지

특히 일본의 경우 높은 의대 선호도와 함께 특유의 세습이 의료계에도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주간지 '겐다이 비즈니스'에 따르면, 전체 의사들 중 부모가 의사인 비율은 약 40%에 육박했다. 교토 대학 다치바나키 토시아키(橘木俊詔)교수의 연구 결과 일본에서 의사 아버지를 둔 남성의 39%가 의사가 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전체 의사들 중 부모가 의사인 비율은 36%에 달했다. 긴키대학 의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에노키 에이스케(榎木英介)교수 역시 "가족이나 친척 중 의사가 있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니, 소위 세습 의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사 세습 현상은 의대 인기가 최고조인 근래 들어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부유한 의사 부모가 경제력을 총동원해 물량공세를 핀 결과 의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녀들을 의대 합격만을 목표로 하는 전문학원을 다니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으로, 이는 한국에도 이미 있는 현상이다. 일본에서 이 같은 의대 입시 전문학원에 다닐때 드는 비용은 곳에 따라 연간 500만엔(한화 약 53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부족한 입시 점수나 졸업 점수도 돈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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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일본

일본의 경우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단 의대에 진학하면 의사가 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일본의 의사 국가 시험 합격률은 매년 90%에 달한다. '겐다이 비즈니스'에 따르면 편차치(한국의 입학 커트라인과 유사한 개념)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립 의대들의 경우 돈을 주고 기여입학 형태로 입학하기도 한다. 예컨대, 입학 커트라인에 조금 부족한 점수라면 대학 측에서 "10점이 모자란데 1점에 100만엔(한화 약 1000만원)씩 내면 합격할 수 있다"며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입학 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졸업이 어려워지는 경우에도 수만 엔(한화 수억 원) 단위의 기부금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일본 사립대들이 일반전형 이외에 '일관교육'(에스컬레이터)이라고 하는 제도를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명문 사립대의 경우 대개 부속 초등학교나 중·고교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게 되면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해당 대학 진학이 수월해진다. 부속 의대도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부유층 학부모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어릴 때부터 사립유치원 또는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낸다.


정치인 되기 위한 조건 '3방', 이젠 의사에게도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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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보라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 전통적으로 정치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언급되는 소위 '3방'이 의사에게도 해당된다는 말이 나온다. 3방이란 지방(地盤)·간방(看板)·가방(鞄)을 의미한다. '지방'이란 선거 후보자의 후원회 같은 조직적 기반이다. '간방'은 간판, 즉 지명도인데 세습 후보는 부친 등 친족이나 가문의 이름을 브랜드로 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가방'은 넉넉한 정치자금이다. 세습 후보는 정치자금을 상속받음은 물론, 자금 모집도 용이해 쉽게 선거를 치를 수 있다.


특히 일본은 정치자금법상 후원회 등 정치자금을 관리하는 단체를 상속할 경우, 상속·증여세 등 세금 부과가 일절 없다.

일본에서 개업 의사와 그 지역 환자들과의 관계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매우 가깝다고 한다. 개업 의사의 자녀들이 의사가 되면 부모의 환자들을 그대로 진료하고, 환자들도 오랫동안 자신을 봐온 의사의 자식이라는 점에서 안심하고 해당 병원을 계속 찾는 경향이 있으니 생기는 일이다. 이처럼 일본에서 사람들이 원래 다니던 지역 병원을 평생 다니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지방과 간방의 영향이다.

의사 세계에서도 가방은 가장 큰 어드밴티지다. 우선 병원을 물려받게 되면 개업을 위한 비용도 시간도 별로 들일게 없다(물론 의사의 경우 정치인과 달리 상속세가 발생한다). 일본에서도 의사의 평균 연봉은 2000만~3000만엔(한화 약 2억1000만~3억1000만원)정도로 매우 높지만, 사립 의대의 경우 학비만 평균적으로 4000만엔(한화 약 4억1000만원)에 달한다. 부모가 의사일 경우 이 같은 큰 비용을 부담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이점이다. 결국 이 같은 요소들의 영향으로 부모 자식 간 자연스럽게 직업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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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사진=매경DB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기회균등 시비' 등 비판적 목소리가 있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매우 미미한 편이다. 한국의 경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이 2년 가까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월 조 전 장관의 부인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되기도 했다.


한국서도 짙어지는 대물림 경향...일본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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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대병원이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 64.9%가 의사 인력 증원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찬성이 54.3%으로, 찬반 비율이 비슷했다. 지난해 부터 많은 논란을 낳아온 공공의대 법안은 현재 국회에 표류중이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한국도 일본과 같이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이 공고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12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발표한 '대국민 종합요구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0% 가량이 "한국사회의 신분상승 기회와 법적용 및 집행이 공정하지 않다" 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계층간 사다리가 점점 사라지고 계층 구조가 고착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특권층의 입시 비리는 대중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공정이란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등 폐해가 크다.

교육계에 따르면, 근래 한국은 취업난 장기화와 맞물려 자녀를 의사로 만들려는 의사 부모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의사 부모가 자식을 의사로 만드는 상황이 더 잦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입시 전문가들은 의사 부모를 둔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려 할 경우, 현실적으로 출발 지점부터 크게 앞서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의대 전문 입시 컨설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4~5년 전에는 상담 받으러 오는 학생 절반 정도의 부모가 의사 였다면 요샌 80%는 되는 것 같다" 며 "나머지 20%의 부모님도 법조인 등 전문직이 대부분" 이라고 말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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