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자이앤트레터] 복비가 이렇게 높아?…손정의는 왜 '부동산 중개회사'에 꽂혔나

박용범 기자
입력 2021/02/13 10:38
수정 2021/02/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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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도어를 통해 매물로 나온 주택을 알리는 알림판 [자료=오픈도어]

오늘은 '오픈도어 테크놀로지'(Opendoor: 나스닥 OPEN)라는 회사를 소개합니다.

부동산 거래에서 혁신을 일으켜 시장에서 크게 주목하고 있는 회사이구요.

오픈도어는 '아이바이어'(iBuyer)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바이어'란 복잡한 부동산 매매시 간단한 절차를 통해 집을 사들이는 회사를 뜻합니다. 복잡하고,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는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해주는 서비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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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이 진행 중인 뉴저지 잉글우드(Englewood)의 한 주택 모습. [박용범 특파원]

한국도 최근 부동산 중개 수수료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부동산 매매시 중개인 수수료가 집값의 평균 5.5% 안팎에 달합니다.


여기에 소유권 이전 비용, 주택담보대출 관련 수수료, 법률비용, 워런티 등 각종 부대비용이 들어갑니다.

미국에는 부동산 거래시 매도자가 부담하는 소유권이전세(Transfer Tax)가 있는데요. 뉴욕시의 경우 이 세율이 매매가의 1~1.425% (뉴욕시 외에 뉴욕주 세금 별도)입니다.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부동산 중개 수수료에 버금가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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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재건축이 완료된 이후 매각된 뉴저지 크레스킬(Cresskill)의 한 주택 모습. [박용범 특파원]

비용못지 않게 거래 시간도 상당히 걸립니다. 집이 매물로 나오고, 거래를 마칠 때까지 평균 3개월 안팎이 소요됩니다.

오픈도어는 이 부분에 숨은 비용과, '미들맨'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을 사업 모델로 하고 있죠.

오픈도어는 거래수수료를 일반적인 중개수수료보다 높은 6~7%를 부과합니다. 대신 소유권이전세 외에 드는 비용은 0%로 만들어주는 방식이죠. 그리고 3개월의 대기 시간 없이 바로 현금으로 집값을 지불해주고, 소유권 이전을 마칩니다.

사실 저평가되고, 오래된 집을 사들여 수리(house flipping)해서 되파는 사업은 새로운 사업이 아닙니다. 특히 단층 주택(Ranch)를 사들여 2층 이상으로 높이거나, 듀플렉스(2가구 주택)으로 재건축하는 일은 빈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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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뉴저지 크레스킬에 있는 한 주택 모습. [박용범 특파원]

뉴저지지역 부동산 전문가는 "오래된 주택을 사들여 리모델링해서 되팔면 최대 30%까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고 말하더군요.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에서는 연간 10채 이상 이렇게 사들여 가치를 높여 되팔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하더군요.

오픈도어는 이런 시장의 규모를 키운 것이죠.

단순히 규모를 키운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매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등 디지털 기술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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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도어가 2017년~2019년 중개한 주택건수와 해당 연도 매출. [자료=오픈도어]

오픈도어가 거래한 주택은 2017년 3127채, 2018년 7470채, 2019년 1만 8799채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매출은 2017년 7억달러, 2018년 18억달러, 2019년 47억달러로 증가했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이 위축됐습니다. 팬데믹 직후에는 600명을 일시 해고하기도 했죠. 이후 점점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회사 측의 전망에 따르면 2020년 거래 주택수는 9750채, 매출은 25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아직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2023년께는 흑자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픈도어는 '프랍테크'(Property+Technology: 부동산 시장에 첨단기술 적용) 기술을 최대한 접목해, 이를 효율화시키고 있는 것이구요. 무엇보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정가를 산출하는데 있어서 노하우를 계속 축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연간 1조 6000억달러로, 식품(1조 달러), 중고차(8410억달러)보다 훨씬 큰 시장입니다. 연간 거래 부동산은 약 500만채인데, 200만명의 중개인이 활동 중이죠. 1인당 평균 2.5채 거래를 하는 셈인데요. 연간 거래 건수가 15채 미만인 중개인이 66% 입니다.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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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 시장과 식품, 중고차 시장 비교 [자료=오픈도어]

가장 큰 시장이면서도, 가장 비효율이 존재하는 시장을 건드리기 시작한 셈이죠.

오픈도어는 이런 시장에서, 케이블 시장을 파괴 중인 넷플릭스, 렌터카 시장을 파괴 중인 우버, 중고차 딜러샵을 파괴중인 카바나가 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온라인 침투율을 보면, 유통(14%), 교통(4%), 중고차(1%)에 비해 부동산은 1%에 못미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죠. 참고로 중고차 거래를 디지털화한 '카바나'의 혁신에 대해서는 '유레카 뉴욕' 코너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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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분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부동산 시장 [자료=오픈도어]

오픈도어는 주택매매 뿐 아니라 모기지 등 관련 금융서비스 사업 등 부동산 관련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2019년 8월부터는 '오픈도어 홈 론(Opendoor Home Loans)'를 시작했고, 그 해 9월에는 소유권 이전 관련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해결하고자 'OS National'이라는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오픈도어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에릭 우(Eric Wu)는 지난해 11월 IR행사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집을 파는지를 변화시켰고, 앞으로는 어떻게 이주할지를 변화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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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도어의 2020년 실적 전망. 2020년 실적은 3월 4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자료=오픈도어]

2014년 창업한 오픈도어는 4년 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4억달러를 투자받았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실적 공시에서 오픈도어 상장으로 지난해 말 기준 지분 가치가 12억 2000만달러로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에릭 우는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을 당시 "주택은 유한하지만 자주 이사할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공급은 늘어난다"고 시장 성장을 자신한 인물이죠.

2019년에는 제네럴 애틀랜틱으로부터 3억달러를 투자받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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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분기에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오픈도어 실적 [자료=오픈도어]

팬데믹이 터지자 부동산 거래 진공 상태가 초래됐고 지난해 3~4월 사업을 일시 중단하는 위기까지 갔습니다. 5월부터는 다시 사업을 재개했죠.

오픈도어 CFO인 캐리 휠러(Carrie Wheeler)는 "보유 재고는 2020년 3분기, 매출은 2020년 4분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휠러는 2023년 매출이 98억달러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미국 전체 주택시장의 4%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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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매출 35억달러에서 2023년 98억달러로 큰 폭의 성장을 예상하는 오픈도어 [자료=오픈도어]

오픈도어는 페이스북 부사장 출신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차마트 팰리하피티야(Chamath Palipathihiya)의 SPAC인 소셜캐피탈헤도소피아II(Social Capital Hedosophia II)와 합병을 거쳐 상장했습니다. 지난해 12월말부터 OPEN 이란 종목명으로 나스닥에서 거래가 가능해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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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34.59달러에 거래를 마감한 오픈도어 주가 [자료=구글]

오픈도어 사업 모델이 장밋빛 일색인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 분야에 경쟁자들이 비슷한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죠. 가장 큰 경쟁자는 부동산 분야 디지털화의 선두주자인 질로우(Zillow)입니다. '유레카 뉴욕' 코너에서 자세히 소개드린 적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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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도어와 유사한 질로우 오퍼(Zillow Offers) 첫 화면 [자료=질로우 오퍼]

질로우는 '질로우 오퍼'(Zillow Offers)라는 서비스명으로 오픈도어와 같은 사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사할 준비만 되면 바로 현금으로 집을 사준다'는 모토를 내걸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부동산 디지털 서비스인 레드핀은 '레드핀나우'(RedfinNow)라는 브랜드로 같은 사업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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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를 넣으면 매입 견적을 뽑아주는 레드핀나우(RedfinNow) 첫 화면 [자료=레드핀나우]

지금처럼 시장이 강세장으로 바뀐 경우 매도자는 급매가 아닌 경우 오픈도어와 같은 아이바잉(iBuying)에 의존할 유인이 적습니다.

뉴저지 지역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매수인 오퍼 가격이 매도인 호가(listing price)보다 높은 선에서 거래가 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며 "정상적인 거래를 하면 더 제값을 받을 수 있는데, 빚이 많거나 은행 저당권 문제가 있지 않으면 현금 일시금 지급 방식으로 할인된 가격에 매각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현금 일시 지급 방식 급매는 집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정상 거래보다 10%까지 싸게 팔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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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66만달러에 매각된 후 재건축을 거쳐 2016년 10월 178만달러에 팔린 뉴저지주 테너플라이(Tenafly)의 한 고급 주택 모습. 이 주택은 최근 198만달러에 시장에 다시 나왔습니다. [자료=질로우]

또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매매가 대비 렌트비 수입에서 세금 등 비용을 제외했을 때 연수익률이 5~6% 정도 나오면 양호한 투자인데 최근처럼 매도인 우위 시장에서 아이바잉(iBuying) 업체들이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워낙 실직자가 늘어나고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거래 위험을 최소화하기에는 적합한 거래 방식입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매수인이 모기지 계약 클로징을 앞두고 실직을 해서 주택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꽤 있었기 때문이죠.

디지털화와 가장 거래가 먼 부동산거래에서 혁신에 나선 오픈도어가 어떤 문(door)을 열어줄 지(open)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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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범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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