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자이앤트레터] 컨닝 도우미? 학습 도우미?…올해만 주가 20% 뛴 교과서 업계 넷플릭스

박용범 기자
입력 2021/02/21 11:46
수정 2021/02/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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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이앤트레터 구독자 여러분

주말을 편안히 마무리하고 계신지요?

미국은 매서운 한파가 전국을 할퀸 한 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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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뉴욕, 뉴저지 일대 큰 눈이 몇 차례 내렸습니다. 사진은 지난 2일(현지시간) 폭설이 왔을 때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한 주택가 모습입니다. [박용범 특파원]

제가 살고 있는 뉴저지주에는 또 큰 눈이 내렸는데요. 저희 마을에 있는 학교들은 18일, 19일 모두 원격 수업으로 전환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원격 교육이 중심이 되면서 선생님들도 여러 온라인 교육교재를 쓰더군요. 특히 수학을 게임처럼 하는 프로디지(Prodigy)는 아이들이 중독 증세를 보일 정도로 컨텐츠를 구성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도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유료 결제를 하게 되네요.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학교를 제대로 가본 날이 없을 정도로 원격으로 수업이 진행됐는데요.

이런 전환기에 시장을 크게 확장하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오늘은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급속히 늘고 있어 꽤 유명해진 체그(Chegg, NYSE: CHGG)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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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학습 방법론을 내세운 체그(Chegg) [자료=Chegg.com]

2005년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탄생한 이 기업은 처음에는 교과서를 대여해주는 사업(Required Materials)을 했죠. '교과서 업계 넷플릭스'라는 별칭이 생겼었습니다.

현재는 주로 대학생들이 과제를 할 때 해결이 어려운 질문을 올리면, 튜터들이 답을 올려주는 '체그 스터디'(Chegg Study)가 주된 사업이 됐습니다.

이외에도 '체그 라이팅'(Chegg Writing), '체그 수학 문제 풀이'(Chegg Math Solver) 등의 서비스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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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그 이용자수 추이 [자료=Chegg.com]

월 이용료는 14.95달러. 구독자수, 매출 모두 놀라운 속도로 성장 중입니다.


구독자수는 △2016년 150만명 △2017년 220만명 △2018년 310만명 △2019년 390만명 △2020년 66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 특수'로 69% 나 구독자가 늘었어요.

지난 8일(현지시간) 체그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2020년 매출은 6억 4430만달러를 기록, 전년대비 57%가 늘었습니다. 아직은 투자가 많은 시기라 손실을 내고 있는데요. 지난해 순손실은 622만달러로, 전년(960만달러)대비 손실 폭이 줄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2604만달러 순이익을 내면서 이익 측면에서도 실적이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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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그 매출 성장률 추이 [자료=Chegg.com]

체그 측은 2016년~2021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9%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체그는 이번 실적발표에서 한달 평균 방문자가 1900만명이라고 밝혔는데요. 구독자수를 고려하면 구독자들이 한달에 3번 꼴로 체그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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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그 매출, 이익 등 전망 [자료=Chegg.com]

체그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체그의 잠재 이용 고객이 1억 200만명이기 때문에 아직 시장 침투율이 6.5%(660만명)에 밖에 안된다고 보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죠. 특히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가 아닌 지역에서 체그를 교재로 쓸 수 있는 잠재 이용자가 4800만명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지금 현재는 미국 대학과 고교생이 주로 쓰고 있지만, 이 시장은 3600만명이고, 이 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이 비영어권 국가이 있다는 이야기죠. 한국 대학가에서도 체그를 상당히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시장을 확장할 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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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200만명으로 추정한 온라인 학습지원 잠재 시장 [자료=Chegg.com]

체그에 올라오는 질문에 답을 달아주는 사람을 '체그 튜터'라고 부릅니다.


일정의 집단지성을 모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식을 표방하는데요. 튜터는 현금으로 보상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본인의 활동으로 쌓은 리워드 포인트를 갖고, 본인이 도움을 필요할 때 체그에서 차감해서 쓰거나, 포인트를 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죠.

체그에는 주로 인도계 학생들이 튜터로 많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체그에 따르면 컨텐츠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이 61%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경영학(21%), 인문학·사회학·기타(19%)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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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그 컨텐츠의 분야별 구성 [자료=Chegg.com]

체그는 계정 관리를 매우 타이트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IP, 접속 디바이스까지 실시간 모니터링해서 동접(동시접속)을 막는 것은 물론, 한 사람이 모바일, PC 등을 번갈아서 쓰는 것까지 막고 있더군요. 넷플릭스보다 훨씬 더 까다롭게 유료회원 관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체그를 써본 사람들의 후기에 따르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체그 규정 위반이라며 접속을 막는 경우도 매우 빈번하게 있다고 합니다.

체그는 '숙제 도우미'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어요.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큰 논란이 생기고 있습니다. 숙제 도우미 기능을 넘어서 시험까지 제 3자를 통해 하는 꼴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팬데믹 이후 온라인 수업이 주가 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평가 방식을 놓고 대학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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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 분야 체그 컨텐츠 예시 [자료=Chegg.com]

미국의 한 사립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시는 A 교수님께 체그가 교육 현장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문의를 드려봤습니다. A 교수님은 익명을 전제로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체그는 대학입장에서는 눈에 가시입니다. 팬데믹 이후 제가 있는 대학에서는 라이팅 과제에 대해서 학생들의 치팅(컨닝) 여부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TF까지 구성해서 조사활동을 했죠. 여기서 학교의 기출문제 은행을 체그가 입수한 것으로 드러났죠. 지식재산권(IP) 침해에 대해서 법적인 조치를 검토해야할 만큼 심각하다는 내부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미국에서 체그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체그 이용자들은 유료로 체그에 돈을 냈고, 서비스를 받았기 때문에 관련 지재권에 정당한 이용료를 냈다고 주장하고 있죠. 법적인 책임론이 불거지는 쪽은 체그와 체그 튜터들입니다.

체그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도 많습니다.


USC 교수인 안드레아 아르마니(Andrea Armani)는 지난해 5월 트윗에 "교직원, 대학이 체그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을까요? 체그는 시험 문제를 답까지 함께 공개하고 있어요. 내 시험문제는 저작권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연루돼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체그라는 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라고 성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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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그를 상대로 지재권 침해 소송 필요성을 제기한 안드레아 아르마니(Andrea Armani) USC 교수 [자료=트위터]

미국 대학에서는 표절(plagiarism)은 매우 엄하게 처벌하죠. 의도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각주 표시를 누락했다가 표절로 논문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니까요. A교수님은 "체그 서비스는 어떻게 보면 표절보다 더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는데 처벌 대상이 안된다면 불합리합니다"라고 하더군요.

체그가 이렇게 학생들의 대리인 역할을 하자 대학들도 다시 반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부 미국 대학에서는 옥스퍼드식 논문 심사를 평가에 쓰고 있는데요. 줌(Zoom)을 통한 비대면 평가시 구술 시험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남이 써주는 답안지가 아닌 본인이 이해한 내용을 직접 말로 표현하게 만드는 것인데요.

이렇게 하면 또 다른 텍스트를 보고 읽을 수 있어 아예 눈을 감고 구술시험을 보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팬데믹 이후 치팅(컨닝) 방지를 위해 '락다운 브라우저'(LockDown Browser)도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온라인으로 무감독 시험을 볼 때 컴퓨터에 달린 웹캠이 감시를 하는 신종 감독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락다운 브라우저를 쓰면서도 치팅으로 걸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 유행하며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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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폰더스(Respondus)의 락다운 브라우저 설명 화면 [자료=Respondus.com]

또 락다운 브라우저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있어 아예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교수님들도 많다고 하네요.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험기간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채 감독을 받는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죠.

체그의 경쟁자는 누구일까요?

동영상을 통한 학습 도우미로 유명한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는 매우 유명하고 평판이 좋은 편입니다. 무료로 컨텐츠를 제공하며 비영리를 추구하고 있으니까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구글 CEO를 지낸 에릭 슈미트, 헤지펀드 대부인 레이 달리오 등 지도층이 나서서 후원한 플랫폼입니다. '빌앤멀린다게이트재단', 구글, 뱅크오브아메리카, 컬리지보드(College Board) 등이 1000만달러 이상을 후원한 후원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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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온라인 교육 분야 선두주자인 칸 아카데미 [자료=Khanacademy.org]

이외에도 월트디즈니, AT&T, 하얏트호텔, 오라클 등 유수의 기업들이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입학시험을 주관하는 컬리지보드, 미국 로스쿨 입학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로스쿨입학위원회(Law School Admission Council)이 후원금까지 내고, 후원자가 된 것을 보면 '칸 아카데미'는 합법적 제도권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다만 칸 아카데미는 컨텐츠가 주로 초등~고교생을 겨냥한 내용이 많아 체그와 수요층이 크게 겹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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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립 초등학교 교육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퀴즈렛 [자료=Quizlet.com]

'퀴즈렛'(Quizlet)은 플래시카드, 게임 등을 이용해 교육 교재를 만들어 성장하고 있는 곳인데요.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퀴즈렛 유저들이 만든 플래시카드는 3억 5000만개가 넘고, 5000만명 이상이 쓰고 있죠. 미국 공립학교에서 이 플랫폼을 이용해 수업을 할 정도이니, 퀴즐렛도 제도권 내에 편입된 교육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구요.

이외에도 온라인으로 대학 강의 교재, 튜터링 등을 제공하는 '코스 히어로'(Course Hero) 등이 체그 등과 함께 온라인 교육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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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대학과정 교재, 튜터링을 제공하는 코스 히어로 [자료=Coursehero.com]

상업성이 강한 체그에 대한 이런저런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체그는 이 플랫폼이 저소득층, 교육 소외계층에게 유용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체그 이용자의 34%는 가계 소득이 2만 5000만달러 미만이며, 이용자 32%는 소수민족이라는 통계가 대표적입니다. 또 이용자의 28%는 25세 이상이며, 이용자의 44%(이 중 33%는 파트타임 근로자)는 직장인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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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소수민족 이용자가 많다는 점을 내세운 체그 [자료=Chegg.com]

이런 논란 속에서 체그는 이용자들이 선호하다보니 주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25.89달러까지 떨어졌던 체그 주가는 19일(현지시간) 108.78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작년 말 주가가 90.33달러였는데, 올해 들어서만 20.4%가 오른 셈이죠.

시장 분석 커뮤니티인 '시킹알파'(Seeking Alpha)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16명 중 8명(50%)은 '적극매수', 5명(31.3%)은 '매수', 2명(12.5%)은 '중립', 1명(6.3%)은 매도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들의 목표주가 평균은 114.06달러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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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만 20.4% 가 오른 체그 주가 [자료=구글]

논란 속에서도 체그가 주는 분명한 교훈이 있습니다. 온라인 교육 비중 강화는 불가역적(irreversible)이라는 점, 교육 현장에서 교육자들도 다시 숙련도를 높이고(upskill) 새롭게 교육시키지(reskill)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점이죠.

'유레카 뉴욕' 코너에서는 불가역적 디지털 전환을 이뤄가는 기업을 다양하게 다뤘습니다. 체그는 고등교육에서도 이런 트렌드의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교육이란 주제를 다루다보니 오늘 자이앤트레터는 분량이 길어졌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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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범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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