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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자재값 무차별 랠리…석유부터 옥수수까지 다 오른다

진영화 기자
입력 2021.02.23 17:43   수정 2021.02.2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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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현물지수 67% 상승
8년 만에 최고치 기록해

"원자재 슈퍼사이클 시작"
전망 속 "단기 반등" 의견도
인플레 압력에 긴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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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거침없는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잔뜩 움츠렸던 실물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란 기대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헤지(위험 회피)하려는 투자 수요가 맞물리며 가격이 뛰었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면 각국 경제 정책이 현재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급격히 긴축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원자재 23개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상품 현물지수는 22일(현지시간) 443을 돌파했다. 작년 3월 18일(265.43) 4년래 최저점을 찍은 이후 67% 급등한 수치다. 블룸버그는 "2013년 3월 이후 약 8년래 최고치"라고 전했다.

원자재 시장은 최근 '모든 것이 오르는 랠리(everything rally)'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 옥수수 가격은 부셸(27.2㎏)당 5.55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4월에 비해 84% 치솟은 것이다. 대두 가격은 작년 3월 대비 70%, 밀 가격은 작년 6월 대비 40% 뛰었다. 커피(아라비카) 값도 작년 6월보다 43% 올랐다.

산업용 철과 비철금속 가격도 급등세다. 제조업 반등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 가격은 11년 만에 t당 9000달러를 넘어섰고, 니켈도 이달 t당 2만달러를 넘어섰다.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국제유가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올해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새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지난 100년간 네 차례 있었는데, 최근 순환은 1996년에 시작해 2008년에 정점을 찍었다. 이런 원자재 장기 호황장이 다섯 번째로 진입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팬데믹 여파로 주춤했던 경제가 차츰 되살아났지만 일시에 늘어난 원자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산업 트렌드가 본격적인 친환경 기조로 전환되면서 관련 경제가 활황일 것이란 전망도 영향을 끼쳤다. 마이크 헨리 BHP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인 인구 증가, 전기화 테마 유행, 에너지 전환 등 메가 트렌드들은 중장기적으로 원자재 수요에 좋은 조짐"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장세에 이득을 볼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원자재가 인기를 끄는 영향도 있다. 원자재 투자는 자산 중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높다. 물가가 상승하면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현물자산을 보유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주식 등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은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향후 5~10년간 큰 상승세를 유발할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인구 세계 2위인 인도가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하면서 지난 슈퍼사이클을 이끈 중국의 산업화 같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친환경 트렌드로 관련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이 활기를 띠고 여기에 정부 재정 지원이 겹치며 원자재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크 루이스 BNP파리바자산운용 수석 지속가능 전략가는 "향후 30년간 친환경 전환을 위한 모든 분야 투자에서 슈퍼사이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일시적 반등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롭 크레이퍼드 NCIM 원자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해 공급과 수요 밸런스를 보면 공급이 넘친다. 올해와 내년에도 공급이 수요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급격한 원자재값 고공 행진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면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재정·통화 정책이 급격한 긴축으로 돌아설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 예상보다 기준금리 상승이 빠르게 이뤄지면 위험자산 급락, 신흥국 자금 유출, 한계기업 디폴트 증가 등의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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