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中서 이긴 삼성 특허분쟁…美정관계, "中법원 우리에겐 효력 없어" 압박

입력 2021/04/18 13:24
수정 2021/04/18 18:13
삼성전자, 에릭슨과 美특허소송서
"中우한 인민법원 효력 인정해달라"

삼성 주장 알려지자 틸리스 의원 등
"미국 주권·사법권 침해 용납안돼"
9일 美법원에 비판적 의견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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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톰 틸리스 상원의원, 폴 미셸 전 미국 특허법원 최고판사, 안드레이 이안쿠 전 미국 특허청장 등 전현직 고위 정관계 인사들의 삼성전자 특허분쟁 소송 관련 입장문. 이들은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결이 나온 중국 우한 인민법원 결정을 미국 법원에서도 적용해달라는 삼성전자 요구가 미국 주권침해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 = IP와치독]

삼성전자가 중국 법원에서 이긴 특허소송에 대해 미국 고위 정관계 인사들이 "미국 법원이 중국 법원의 효력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미중 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미국 경제의 핵심 이익이 걸린 지재권 이슈에 "중국 사법부의 명령을 미국 법원이 수용해달라"고 요구했다가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과 뉴욕지식재산권협회(NYIPLA)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18일 매일경제가 미국 연방순회 항소법원에서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에릭슨 간 이동통신 특허소송 진행 상황을 확인한 결과 뉴욕지식재산권협회와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은 최근 항소법원에 "삼성의 요구는 미국의 헌법 가치를 위협하고 미국의 지재권 시스템에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는 취지의 '아미쿠스 브리프'를 전달했다.

아미쿠스 브리프는 소송 당사자는 아니지만 법원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전문가 단체 등이 해당 사건에 대한 전문 견해를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매일경제가 확보한 뉴욕지식재산권협회의 입장문은 총 27페이지로, "중국 인민법원의 효력을 미국 법원이 인정해달라"는 삼성전자의 요구가 불합리하다는 취지다.

협회는 "미국은 자국의 특허 권리를 미국 내 사법적 판단으로 해결하는 강력한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의 아미쿠스 브리프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독점적 지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중국 우한 지방법원에서 승소한 특허 사건의 효력을 미국에서 인정할 경우 "미국 특허권의 집행을 막고 미국 특허의 가치를 심각하게 떨어뜨리며 미국 특허제도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는 미합중국 헌법으로 구성된 우리의 특허 시스템에 모욕감(affront)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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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미국 내 중국 법원 효력 인정 요구를 비판하고 나선 톰 틸리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출처 = 미국 공화당]

앞서 삼성전자는 스웨덴의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과 4·5G 특허 라이선스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에릭슨은 삼성전자가 상호 특허사용 합의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공정가치보다 낮은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올해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이 삼성전자에 중요한 이유는 에릭슨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 자칫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미국에 들여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릭슨은 자사 특허가 부당 이용당하고 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별도로 특허 침해가 인정되는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변호인들이 이 사건을 지난해 말 중국 우한 인민법원에 제기해 유리한 결정을 얻은 뒤 미국 연방법원에 동일한 효력 인정을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작년 말 우한 인민법원은 양사의 로열티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에릭슨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그럼에도 에릭슨이 올해 초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내자 다급해진 삼성 변호인들이 "우한 인민법원의 결정을 미국 법원이 인정해 소송을 무효화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사건 내용이 알려지자 뉴욕지식재산권협회와 별개로 톰 틸리스 상원의원과 미국 특허법원 최고판사를 역임한 폴 미셸, 트럼프 행정부 마지막 특허청장이었던 안드레이 이안쿠 등 전현직 정관계 거물들이 가세해 지난 9일 30페이지 분량의 아미쿠스 브리프를 제출했다.

이들 역시 뉴욕지식재산권협회만큼 강력한 어조로 삼성전자의 요구가 미국 경제와 안보에 극히 위험한 것임을 주장했다.

틸리스 의원 등은 "다른 나라의 동의를 얻지 않은 중국 우한 인민법원의 결정은 미국의 주권과 사법부 권한을 중대하고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우한 인민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중국 정부의 지재권 정책을 볼 때 놀랍지도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은) 지재권 분쟁의 법적 결정을 지배하려는 중국 관리들의 노력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본 법원은 법원의 주권에 대한 침해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소송은 에릭슨을 상대로 소송 제기를 금지한 중국 법원의 결정에 반해 에릭슨이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낸 건으로, 미국 법원은 삼성전자가 소 제기에 따른 과태료를 에릭슨이 아닌 삼성전자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특정 국가의 판결이 미국 법원에서 배척되고 억울하게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 항소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계는 틸리스 상원의원과 전직 미국 특허법원 최고판사 등이 삼성전자에 불리한 의견서를 낸 데 대해 이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것이 아닌, 에릭슨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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