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기차 배터리 수요 뛰자…미국은 지금 '백색 황금’ 채굴 붐

입력 2021/05/07 17:19
수정 2021/05/07 23:49
전기차 배터리 수요 급증에
바이든 친환경 정책도 호재
월가 투자금 35억弗 쏟아져

세계 최대 매장량 가진 미국
리튬광산 1개 불과 투자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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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대 미국 서부로 사람들이 금을 캐러 몰려드는 '골드러시'가 있었다면 2021년에는 '리튬 러시'가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에서 리튬 광산 개발 붐이 일었다.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향후 전기차 판매 추세가 이어지면 리튬 채굴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수개월 동안 미국 곳곳에서 리튬을 채굴해 생산하는 경쟁이 벌어졌다"며 미국의 리튬 광산 개발 붐에 대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튬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조하는 주요 원료다. 다른 재료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반복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 등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모델을 양산하면서 리튬 수요가 10년 내 현재보다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리튬 매장량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채굴량이다. 현재 미국에서 리튬을 채굴할 수 있는 광산은 네바다주에 있는 실버 피크라는 광산 한 개뿐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1960년대에 개장한 이 광산에서는 리튬을 연간 5000t만 생산한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원료 리튬은 남미나 호주에서 수입한 후 중국 등에서 가공한다.

미국에서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료 리튬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조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에너지를 강조하면서 전기차 업계가 또 한번 조명받자 단기간에 리튬 광산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3월까지 리튬 채굴 광산에 투자금 35억달러(약 3조9259억원)가 모였다. 지난 3년간 모금액의 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재 네바다주 북부에서는 채굴 업체인 리튬아메리카스가 배터리 등급의 리튬을 연간 6만6000t 생산하는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아칸소, 노스다코타, 오리건, 테네시 등 다른 주에서도 리튬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광산에서 채굴 허가를 받고 배터리 회사나 자동차 제조 업체와 계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일부 광산 회사는 리튬 채굴이 국가안보 문제와 직결됐다며 정부가 100억달러 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라고 주장한다. 벤 스타인버그 피드몬트리튬 로비스트는 "지금 당장 중국이 어떤 이유로든 (미국에 대한 수출을) 차단하기로 한다면 미국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리튬 광산 개발에는 환경오염이 뒤따른다. 리튬 자체는 친환경에너지이지만 이를 전통 방식으로 채굴할 때는 상당한 물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비소 등이 나와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리튬을 추출할 때는 점토와 황산을 섞는데 이때도 상당량의 황산 폐기물이 나온다.

최근에는 땅을 파서 리튬을 캐는 구식 광산 대신 소금 호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프로젝트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소유한 회사인 에너지소스는 내년까지 캘리포니아주 솔턴호수 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시범공장을 완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라일락솔루션스와 캐나다 스탠더드리튬 등도 염수에서 리튬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라일락 측은 네바다, 노스다코타 등에서 5년 이내에 리튬을 연간 10만t 생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정부 차원에서도 친환경적인 리튬 채굴을 장려한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35년까지 자동차 제조 업체가 주에서 판매하는 차량에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리튬을 일부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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