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실업급여 더 준게 화근?…美 예상밖 고용지표 악화에 시끌

입력 2021/05/09 17:16
수정 2021/05/09 17:18
4월 취업자 증가폭 급감에 美정치권 공방 가열

野 "주당 300弗 추가 지급
근로자 도덕적 해이 불러
바이든정부 정책 수정해야"

與 "경기회복 갈 길 멀어
대규모 재정 더 투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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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4월 고용시장 지표가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의 비농업 분야 일자리(취업자 수)는 지난달 26만6000개 증가하며 오름세를 유지했다. 문제는 증가폭이었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월 23만개, 2월 46만개, 3월 91만개 등으로 증가하던 일자리 수가 급감한 것도 문제지만 3월 의회를 통과한 1조900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 예산이 집행되기 시작했음에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논란이 커진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초 100만개 증가를 예측했다. 미국은 지난해 3월 1억5250만개였던 비농업 일자리 수가 같은 해 4월 1억3020만개까지 줄었다. 한 달 만에 일자리 2200만개가 사라진 것이다.


이후 1년이 흐른 지난달까지 1400만개가 회복됐으나 아직도 800만개를 늘려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상태를 회복하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당혹해하면서도 오히려 인프라스트럭처와 가족 지원에 투입하자고 제안한 예산 4조달러의 조기 처리를 압박하는 소재로 활용하고 나섰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오늘 나온 일자리 통계는 경기 회복까지 가는 길이 '장거리 산행'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며 "4월에 추가된 일자리 26만6000개는 진전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지만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경기 회복의 길이 멀다"며 부양안의 조속 처리를 강조했다. 백악관은 코로나19 경기부양안이 최근 석 달간 월평균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추가적인 재정 투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 지방정부에 배분된 35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 예산이 5월부터 공공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잘못됐다는 증거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세금을 올려 지출을 늘리겠다는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며 "즉각 멈추지 않으면 미국이 공포의 덫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은 "키스톤 송유관 사업 같은 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뺏고 개학을 늦추는 등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또 아칸소, 몬태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연방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주당 300달러의 추가 실업급여가 오히려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연방정부에서 받은 부양 예산을 세금 환급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에 대해서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3월 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 법안에 따라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급여 지급은 오는 9월 초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공화당은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근로 의욕을 낮추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근로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호소가 나온다. 분야마다 다르긴 해도 고용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디다는 얘기다.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소속인 케빈 브래디 공화당 의원은 "백악관은 많은 사업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실업급여가 노동시장을 해친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정책 경로를 변경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 속에 '4월 일자리 쇼크' 원인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지만, 한편에선 여성 취업자 수가 회복되지 않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초·중·고교가 전면 개학을 미루면서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업을 미루는 여성들이 많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사람들은 더 안정적이면서 바이러스에 덜 노출되는 직업을 원한다"며 직업 선호도의 변화에 주목했다. 동시에 제조 업체들이 자동화 속도를 높이고 있고, 대면 접촉이 많은 일부 서비스업에서도 고용 규모가 완전히 회복되기 힘들다고 WP는 예상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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