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최악 구인난 "시급 35弗 줘도 사람 없어요"

입력 2021/07/02 17:46
수정 2021/07/02 23:16
6월 일자리 85만개 늘었지만 실업률은 소폭상승
많은 실업수당·주가상승에 일터로 복귀 미룬 탓
IMF "美경제 7% 성장"…통화긴축 빨라질수도

IMF "美 경기회복에 물가 상승…내년말 금리 올려야"

IMF 올해 美성장률 전망치
4월보다 2.4%P 올려 7%
레이건정부 이후 최고 성장률

경제회복 빨라져 소비수요 쑥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역대최대 자동차여행객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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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위치한 스타벅스 지점에 구인광고가 붙어 있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직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자 뉴욕 등 주요 도시에는 인력 모집 광고가 곳곳에 게재돼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7%로 상향 조정했다. [AFP = 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에 있는 의류·생활용품 할인 매장인 TJ맥스.

1일(현지시간) 찾은 이곳의 20개가 넘는 계산대 칸막이에는 구인광고가 가득 붙어 있었다. 빨간색과 노란색 등 원색을 사용한 구인광고는 절박해 보였다. QR코드 밑에는 '스크린샷을 친구·가족과도 공유해달라'는 호소 문구가 써 있었다. 콜럼버스서클에 있는 TJ맥스 매장은 아예 매장 한구석을 비우고, 채용 팸플릿을 깔아놓았다.

뉴욕시 최저임금은 시간당 15달러지만, 웨체스터 뉴로셸 TJ맥스 매장을 비롯해 여러 매장에서 시간당 최대 35달러를 주겠다며 채용에 나섰다. 그런데도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매장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 매디슨스퀘어 공원 근처 주차장 입구에서도 커다란 채용 광고판을 볼 수 있었다.


뉴욕에서 125개 주차장을 운영하는 '아이콘파킹'이 내건 광고판이다. 근로 조건이 파격적이다. 채용 페이지를 열어보니 '매년 임금 인상, 건강보험·연금 혜택' 등이 자세하게 써 있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는 주차보조원에게도 이런 혜택을 준다고 적혀 있다. 포트오소리티 인근 스타벅스는 매장 입구에 내걸었던 메뉴 간판을 채용 광고로 바꿨다. 뉴저지주 해컨색에 있는 버거킹은 "교대 근무 관리자를 시간당 16~35달러에 채용, 경력 전혀 필요 없음, 즉시 채용"이라는 광고를 냈다. '사이닝 보너스'까지 등장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버거킹 매장은 채용 시 1500달러를 지급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조, 물류, 헬스케어, 식음료 서비스업 종사자는 물론 트럭운전사, 호텔 청소부, 창고 근무자 등이 이제 수백~수천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받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지난 6월 '집리크루터'에 올라온 구인광고 중 약 20%가 사이닝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3월에는 이 비율이 2%에 불과했다. 맨해튼 다운타운의 한 유명 한식집에선 땀에 흠뻑 젖은 가게 주인 A씨가 집게와 가위를 들고 이리저리 뛰고 있었다. A씨는 "아무리 구인 공고를 내도 오는 사람이 없다"면서 "혼자서 서빙하고 고기를 구우며 주방일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6월 일자리(농업 제외)는 85만개가 늘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70만6000개)보다 14만4000개가 많았다. 하지만 공식 통계상 6월 실업률은 5.9%로 팬데믹 이전인 지난해 1월과 2월(각각 3.5%)보다 훨씬 높다. 950만명이 여전히 실업 상태다.


현장에서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표면적 이유는 높은 실업수당 때문이다. 연방정부 지원금을 합치면 주당 600~1000달러의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일을 전혀 하지 않아도 시간당 15달러(주급 600달러) 이상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9월 초에 연방정부의 실업수당 지원이 없어지면 일터로 복귀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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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 회복 등 급격한 경기 반등을 노동시장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치가 크게 늘어나자 근로 의욕을 상실한 사람들이 증가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자산은 13조5000억달러(약 1경5230조원) 늘어났다. 이는 최근 30년래 가장 큰 규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가계자산이 8조달러 감소했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가계자산이 크게 늘어났다.

이렇다 보니 자발적 실업 상태를 유지하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현장에서 인력난이 극심해지자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저지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B씨는 "지금 제일 두려운 것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주방장이나 직원이 그만두는 것"이라며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보니 식당들이 서로 임금을 높여 다른 인력을 빼간다"고 말했다.

여파는 신규 채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하이오주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는 기업 대표 C씨는 "시간당 16~17달러를 줘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며 "그나마 어렵게 구한 신규 채용자 임금을 올리면 전 직원의 임금을 연쇄적으로 올려야 해서 끔찍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뿐 아니라 월가의 고액 연봉자들도 밀려드는 스카우트 제의에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사모펀드 매니저 D씨는 "팬데믹 이후 시중 유동성이 엄청나게 늘면서 운용 인력이 부족해지자 펀드매니저 이직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일자리(농업 제외)는 85만개가 늘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70만6000개)보다 14만4000개가 많았다. 노동부는 "레저·접객업, 교육업, 전문 서비스업, 유통업 등에서 일자리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팬데믹 전보다 여전히 실업자가 380만명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5.6%로 예상됐던 6월 실업률은 5.9%를 기록해 전월 대비 0.1%포인트가 올라갔다. 이는 취업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경기 회복세에 맞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7%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월 전망치(4.6%)보다 2.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7%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면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4년(7.2%)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IMF는 이날 보고서에서 전례 없는 재정·통화 정책 지원, 코로나19 확진자 감소, 실질적인 경제활동 증가에 힘입어 올해 미국 경제가 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에도 경제 성과가 이어져 경제성장률 4.9%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러한 전망치는 의회에서 난항을 겪는 '미국 일자리 계획'과 '미국 가족계획' 실행에 옮겨지는 걸 가정한 것이다.

IMF는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식품·에너지 제외) 전망치도 3.7%까지 높여 잡았다. 일반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은 올해 4.3%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내년에는 연준의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고용시장 회복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이르면 2022년 말엔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했다.

IMF는 "연준이 내년 상반기에는 자산 매입 축소를 시작할 것"이라며 "정부지출 확대가 물가상승률 장기 목표치(2%) 이상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면 기준금리를 2022년 말이나 2023년 초에 올리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12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매입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써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 회복을 반영하는 최근 실물 지표에 고무된 분위기다. 최근 일주일 동안 일평균 공항 이용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00만명을 초과했다.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지난 5월 120에서 6월에는 127.3으로 올라갔다. 이는 기존 예상치(119)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전후인 7월 1~5일 자동차 여행객은 47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미자동차협회(AAA) 전망도 나왔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이른바 '보복 여행'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독립기념일에는 뉴욕,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등 미국 전역에서 대대적인 불꽃놀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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