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MZ 푹빠진 '게임같은 주식투자'…몸값 40조 로빈후드, 월가입성 조준

입력 2021/07/26 17:29
수정 2021/07/27 11:32
로빈후드 29일 나스닥 상장

'모두를 위한 금융시장' 내걸고
MZ세대 주식놀이터 선보여
고객 1800만명 증권사로 성장

유료서비스·주문정보 팔아
수수료 없이도 작년 매출 1조

초보자에 파생상품 판매하고
게임스톱 매수 제한 '배신'도
◆ 매경 인더스트리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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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창업의 산실 스탠퍼드대에서 차로 10분간 북쪽으로 달리면 멘로파크에 있는 평범한 한 스타트업 사옥을 마주할 수 있다. 정사각형 모양 평범한 건물이지만 이곳에는 미국 주식시장을 들썩이게 한 '로빈후드마켓'이 입주해 있다.

로빈후드마켓은 2013년 스탠퍼드대 출신인 바이주 바트와 블래디미어 테네브가 '부유한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금융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모토로 의적 로빈후드에서 이름을 따 만든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청년 둘이 8년 전 설립한 스타트업은 오늘날 고객 3100만명(활성사용자 1800만명), 고객자산 규모 800억달러(약 91조원)라는 초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로빈후드마켓이 시장을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도 손쉽게 주식을 접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일반적으로 부과하던 증권 거래 수수료를 없애고 게임처럼 손쉬운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구축했으며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주식 분할거래 기법을 도입했다. 로빈후드 사용법은 마치 게임과 유사하다. 가입은 이메일 입력만으로 이뤄진다. 18세 이상으로 미국 내 주소지와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면 PC와 모바일 기기를 통해 바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특히 초대 링크를 통해 가입하면 랜덤으로 주식 1주를 받을 수 있는데, 운이 좋으면 애플·테슬라 같은 값비싼 빅테크 주식을 받기도 한다. 앱은 게임 같다. 주식 계좌로 돈을 이체하면 바잉파워 레벨이 올라간다. 또 매수·매도는 주식을 검색해 수량을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또 다른 특징은 주식을 처음 접하는 MZ세대를 위해 매우 친절하게 주식과 투자에 대해 설명한다는 점이다. 종전 증권사에서는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투자가 무엇인지, 주식이 무엇인지, 주식시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주고 왜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지 강조한다. 예를 들어 복리를 설명하면서 오렌지 나무에 비유한다. 달콤한 과일을 생산하는 오렌지 나무도 좋지만 두 그루의 나무, 오렌지 과수원이 좋다는 식이다.


현재 로빈후드가 중개하는 영역은 주식을 비롯해 펀드·옵션·가상화폐까지 아우른다. MZ세대 눈높이에 맞는 UI와 친절함에 급속도로 성장세를 달렸다. 올해 기준 평균 사용자 연령이 31세로 낮고 중위 잔액은 240달러에 그칠 정도로 소액이다. 앱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활성사용자는 2015년 50만명에서 이듬해 2배로 성장했고 2019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 현재 1800만명에 달한다.

이러한 성장세에 로빈후드는 앤드리슨호로위츠·세쿼이아캐피털 등 세계적인 대표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벤처캐피털 통계 웹사이트인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로빈후드가 지금껏 조달한 투자유치 금액만 56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는 2017년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서 현재 200억달러(약 22조9000억원)로 성장했다.

로빈후드가 수수료가 없는 중개 앱을 운영하고 있지만 매출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해 매출은 9억59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달한다. 매출 원천은 크게 부분 유료 서비스, 투자자 주문 정보 판매(PFOF·Payment For Order Flow), 고객 예치금을 활용한 대출 장사다. 만약 로빈후드 사용자들이 시간외 거래, 마진 거래, 고급 주식시장 정보를 얻으려면 월 5달러를 내고 로빈후드 골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또 로빈후드는 1800만명 고객이 어떤 종목을 사고파는지 실시간 주문 데이터 정보를 다른 증권거래회사에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로빈후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PFOF로 3억3100만달러(약 379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는 없앴지만 고객 정보를 활용해 돈을 벌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올해 로빈후드는 기업공개(IPO) 주간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한 뒤 'HOOD'라는 종목 코드로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로빈후드가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 350억달러(약 40조3000억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29일로 희망 공모가 구간은 38~42달러이다. 약 5500만주를 발행해 23억달러(약 2조6532억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24일(현지시간) 투자자 설명회를 열어 이번 IPO에서 최대 35%에 달하는 공모주 물량을 로빈후드 앱 사용자에게 할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테네브 공동창업자는 "사상 최대 규모 개인투자자 배정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투자은행(IB) 등이 공모에 참여하지만 일반 투자자 물량을 최대한 배정해 로빈후드가 '금융 민주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로빈후드. 하지만 큰 폭 성장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앞서 미국시장 자율기구인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은 초보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면서 마진 거래 잔여 규모 안내와 손실 위험 고지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명백한 위험신호가 있었지만 고객 수천 명에게 옵션 거래를 승인한 점을 들어 7000만달러에 육박하는 벌금과 소비자 배상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또 올해 게임스톱 주식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매수 주문을 내고 공매도 세력이 매도하면서 진영 간 대결을 벌일 때, 로빈후드는 게임스톱에 대한 거래 제한을 걸어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분을 사기도 했다.

앞서 테네브 공동창업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오늘날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예전 미국인이 주택을 소유하는 것과 같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면서 "수수료 제로 시스템을 통해 모든 미국인을 위한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로빈후드가 이 같은 투자 민주화를 이루려면 PFOF 없는 수익 모델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테크 업계 진단이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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