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테러와의 전쟁' 20년…전쟁같은 삶만 남은 아프간 [글로벌 이슈 plus]

입력 2021/08/01 16:59
수정 2021/08/01 23:12
9·11배후 추적 명분으로 시작
24만명 희생 불구 평화 못찾아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목표를 달성했고 8월 말까지 철수한다. 우리는 국가 건설을 위해 아프간에 간 것이 아니다. 아프간 국민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책임과 권리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아프간 전쟁 20년 종식 계획을 이같이 재확인했다. 2001년 9·11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기 위해 탈레반 거점 아프간 공습을 단행한 이후 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의 전쟁이 이달 말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빈 라덴을 제거했고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 위협을 줄이는 두 가지 목표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미군은 7월 초 아프간 핵심 군사 거점인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야밤에 속전속결로 철수했고, 스콧 밀러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을 물러나게 했으며, 미군을 지원한 아프간 현지 통역사와 가족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철군 작업은 90% 이상 완료된 상태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 배경으로는 명분이 약해진 전쟁에서 소모되는 막대한 인적·물적 부담을 들 수 있다. 미국 브라운대 부설 왓슨연구소에 따르면 미군은 한때 파병 규모를 10만명까지 늘려 탈레반을 압박하고 민주 정부를 내세웠지만, 아프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의 끊임없는 내전 속에서 미군 전사자 2442명을 포함해 아프간 군인·민간인, 탈레반과 반미 무장단체 등 24만명이 희생됐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으로 2조2610억달러의 비용을 치른 것으로 집계됐다. 국방부와 국무부 전쟁 예산, 기지 예산 증가분, 참전용사 관리, 전쟁 차입금 예상 이자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2600조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한국 국방예산(52조원)의 50배에 달하는 규모다.


아프간 정부의 고질적인 부패와 무능함도 미국을 힘 빠지게 했던 요인이다. 현 정부에 대한 아프간 국민의 불신도 크다. 아프간 재건에 들어간 막대한 지원금은 아프간 관리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등 복잡한 중간 전달체계를 거치면서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프간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20년 기준 581달러에 불과하다. 아프간 아편 재배 수익은 탈레반 자금줄로 미국을 겨냥한 무기 구입 비용으로 쓰였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월남 패망 전례를 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프간전과 베트남전은 △미국이 해외에서 시작한 장기 전쟁이고 △동맹을 배제한 평화협정 절차가 진행됐으며 △친미 정권 수립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철군하게 됐고 △정부군 사기 저하와 적군 공세 속에서 피난 행렬이 이어지는 양상이 유사하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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