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제2 마오쩌둥' 꿈꾸는 시진핑…문화대혁명 그림자 스멀스멀

입력 2021/09/21 17:22
수정 2021/09/21 17:23
내년 집권 10주년 앞두고 '공동부유' 강조

정치·경제·문화 전방위 압박
빅테크기업 30조원 기부 약속
탈세 여배우 출연작 전부 삭제
BTS·아이유 팬클럽계정 정지

공산당 영향력 사회로 확장
마오쩌둥과 비슷한 행보지만
시진핑, 권력 장악력 더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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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가 급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공동부유'를 내세우며 대형 기술기업들을 압박하자 알리바바, 텐센트 등 6개 기업들은 약 30조원을 자발적으로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사교육은 전면 폐지됐고, 게임은 '아편'으로 공격받았다. 자국 연예인에게는 당에 대한 충성심을 보일 것을 요구했고, 방탄소년단(BTS), 아이유 등 한국 인기 스타들의 중국 내 팬클럽 계정은 정지됐다.

최근 중국의 대격변은 내년이면 취임 10년을 맞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하에 새로운 정치시대가 열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전했다.

리광만이라는 필명을 쓰는 중국의 저명한 평론가는 "중국에서 기념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경제·금융· 문화·정치 분야가 심각한 혁명을 겪고 있다"며 "그것은 자본주의 파벌에서 인민으로의 (권력) 복귀를 의미하며 혁명정신, 영웅심, 용기와 정의로의 복귀를 뜻한다"고 최근 논평을 통해 밝혔다. 중국 관영언론은 리광만의 논평을 확대 증폭하고 있다.

◆ 마오쩌둥주의 부활?


공산당이 사회 모든 분야에 광범위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과거 마오쩌둥 사상과 정책을 일부 수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동부유'는 마오쩌둥 전 주석의 '공부론(共富論)'과 사회·문화 단속 강화는 1966년 당시 문화대혁명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시 주석이 내년 3연임을 앞두고 권력 강화에 나서면서 국민의 경제·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다루는 과정에서 마오쩌둥 시대의 철학과 정책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영국 옥스포드대 중국역사·정치학 교수인 라나 미터는 "시 주석은 신자유주의 개혁이 중국을 훨씬 덜 평등하게 만든 현대적 문제를 해결하고, 초기 마오주의 중국을 형성했던 사명감을 되살리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뉴욕시립대 정치학 교수인 밍시아는 "시진핑은 마오쩌둥과 같은 혁명가인 적이 없지만 군대, 선전, 관료제를 자신 있게 통제하면서 마오쩌둥의 전략을 더 작은 규모로 적용해왔다"며 "시진핑은 일부 관료, 사업가, 오피니언 리더, 스타를 선택해 표적으로 삼아 대중적인 분위기를 교묘하게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성공에 실패하고 부자에 대한 증오심을 품고 있는 일부 중국인들의 충동을 만족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표명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권력 강화를 위해 마오쩌둥 시대의 선전과 협박 전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마오쩌둥 시대로의 후퇴로 비판할 여지가 있다고 FT는 전했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 정책을 반영한 새로운 정치시대로 본격 진입한 시기는 지난달 17일 공산당 중앙재정경제위원회가 "과도하게 높은 소득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선언한 때부터로 분석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공동부유는 평등주의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부자들을 약탈하는 것이 아니다"는 내용의 논평을 내놨지만 중국 당국과 사법부는 부유한 개인과 기업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중국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배우 중 한 명인 정솽은 탈세 혐의로 총 2억9900만위안(약 539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대법원은 기술기업들의 주 72시간 근무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놨다. 주택부는 지난달 30일 연간 주택 임대료 인상을 5%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강력한 조치에 많은 기술기업들은 앞다퉈 자선단체와 사회복지에 거액 기부를 약속했다.


알리바바, 텐센트는 각각 1000억위안(약 18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기업을 포함한 중국의 6개 거대 기술기업이 지난 1년간 기부한 금액은 총 2000억홍콩달러(약 30조원)에 달한다고 홍콩 밍보는 지난달 23일 보도했다.

◆ 시진핑 권력, 마오쩌둥보다 견고


하지만 시 주석의 정책을 마오쩌둥의 정책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FT는 분석했다. 마오쩌둥은 시 주석보다 훨씬 더 개인 숭배의 대상이 됐지만, 정작 본인의 권력은 당에 의해 잠식됐다고 판단해 당을 공격하는 젊은 홍위병들을 전방에 내세웠다. 홍위병의 공격에 사회는 일부 무정부 상태에 빠졌고, 마오쩌둥은 권력을 장악했다고 판단한 직후 군대를 소집해 통제 불능 상태가 된 홍위병을 제압한 뒤 질서를 회복했다.

반면 시 주석은 현재 문화대혁명 이전 마오쩌둥보다 더 단단하게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강력한 당권 장악을 통해 저명한 기술기업가, 과외산업, 게임산업, 유명인들을 특정해 공격하고 있는 게 마오쩌둥 시대와는 다른 점이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평론가 런이는 시 주석의 정책을 문화대혁명 당시 정책과 비교하는 것은 "완전한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화대혁명은 (마오쩌둥이)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시작한 대중운동이었다"고 설명했다.

런이는 시 주석이 가혹한 정책 수단 대신 압박받는 중산층의 생활고를 해결하고 거대 기술기업의 독점을 견제하려는 목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내년 3연임 예정


시 주석의 최근 정책을 2차 문화대혁명이라고 일컫는 것은 과장일 수 있지만, 최근 중국 당국의 정책이 2022년 가을 열릴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전대미문의 세 번째 연임을 달성하도록 만들어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FT는 전했다. 시 주석 추종자들은 시 주석이 마오쩌둥·덩샤오핑과 같은 맥락에 위치한 변혁을 이끄는 지도자로 여기고 있으며 미국과 맞설 새 시대의 중국을 만들기 위한 '선한 황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내년 세 번째 5년 임기를 본격화하면 많은 사람들이 개혁 시대 이후 주요 성과로 생각했던 '10년마다 예측 가능한 권력 이양'은 버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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