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의 당' 총선 압승…종신집권 가속화

입력 2021/09/22 16:51
수정 2021/09/22 22:54
지역구 199석·비례대표 49%
푸틴 재선 위한 환경 마련돼

반체제 진영, 여당 견제 한계
야권서 총선결과 불복 시위

美·EU선 선거 부정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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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러시아 아디게야공화국 대통령과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타스 =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 기반인 통합러시아당이 국가두마(하원) 의원 총선거에서 전체 450석 중 324석을 차지해 압승을 거뒀다. 2016년 총선 때보다 19석이 줄었지만 개헌선(300석)을 넉넉하게 넘긴 셈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종신 집권'으로 가는 길에 중요한 디딤돌이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7~19일 치러진 선거에서 통합러시아당이 전체 450석 가운데 비례대표 225석에 대해 49.8%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가두마는 전체의 절반인 225명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선출하고 나머지 절반은 지역구 투표로 뽑는다. 통합러시아당은 지역구 선거에서도 절대 다수인 199석을 석권했다.


원내 제1야당인 공산당은 18.9%를 득표해 비례대표와 지역구를 합쳐 57석을 확보했다. 5년 전 42석보다는 늘었지만 통합러시아당의 독주를 막지는 못했다. 이어 극우 성향의 자유민주당과 사회민주주의 계열 정의러시아당이 각각 7.6%를 득표했다. 또 중도우파인 '새로운사람들'이 5.4%를 얻어 의석 배정을 위한 최저 득표율인 5%를 넘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51%로 잠정 집계됐다. 선관위는 오는 24일 최종 개표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2024년 대선에서 안정적인 권력을 유지하는 데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분석가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향후 권력 유지 시나리오에 필수인 '크렘린이 통제할 수 있는 의회'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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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개헌을 통해 종신 집권으로 가는 제도적 걸림돌을 없앴다.


자신이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기존 임기를 백지화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인한 만성적 경제 침체와 반체제 투쟁 등을 뚫고 대선에 도전해 집권 5기를 열기 위해서는 의회 장악이 필수적이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반체제·민주화 세력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탄압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투옥된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 러시아 진보당 대표와 연결된 조직들을 '극단주의자'로 규정해 공직 진출을 금지했다. 정부는 여타 유력 야당 정치인들에게도 압력을 행사에 러시아를 떠나도록 했다. 아직 푸틴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그가 다음 대선에서 다섯 번째 임기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도 지난해 개헌안 통과 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발니 지지 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후보를 보이콧하고 야당 후보를 추천하는 '스마트 보팅(smart voting)'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일부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통합러시아당의 개헌선 확보와 푸틴 대통령의 의회 장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反)푸틴 진영은 정부 당국이 이번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사기극을 펼쳤다며 투쟁에 나섰다. 20일 로이터통신은 이날 200여 명에 이르는 공산당 지지자들이 모스크바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에서 공산당 소속 후보로 모스크바에서 출마했던 발레리 라슈킨은 로이터통신에 "이것은 수치스럽고 진짜 범죄"라며 선거 결과 불복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이번 선거 결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러시아 정부 측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선거 조건이 자유롭고 공정한 절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정적인 나발니와 연관된 인사들의 출마 자체를 제한한 조치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러시아는 정부의 선거 개입과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하며 대응에 나섰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선거를 위한 해외 거주자 투표소에서 보안 위협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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