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헝다그룹 부채 350조원…중국 8440개 협력사 줄도산 위기 처했다

입력 2021/09/22 17:05
수정 2021/09/23 10:39
1300여개 건설사업 진행하다
中 부동산규제에 유동성 위기

中 GDP 2% 달하는 부채
23일 채권이자 1천억원 도래
내년 만기 채무만 77억달러
세계적 금융위기로 번질수도

"시진핑 3연임·올림픽 앞둬
中 조용한 해결 원할 것"
◆ 헝다 파산설에 시장 요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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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이 장쑤성 쉬저우에서 추진 중인 문화관광도시 건설 현장.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놓이면서 현장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AFP = 연합뉴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총부채는 약 350조원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맞먹는 규모다. 이런 헝다가 유동성 위기로 파산설에 휩싸이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물론 금융시장에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어떤 대책을 꺼내들지에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 중 하나인 헝다는 한때 중국 최대 부호로 꼽혔던 쉬자인이 설립했다. 280개 도시에서 1300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며 고용 직원만 약 25만명에 이른다.

부동산 호황 시절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헝다는 부동산업 외에도 전기자동차, 테마파크, 생수, 식료품, 축구단 운영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했다.


이 같은 문어발 확장으로 인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헝다는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됐다.

2020년 말 기준 헝다그룹 재무제표를 보면 헝다의 총부채는 1조9500억위안이 넘는 상황이지만 현금은 1500억위안에 불과하다. 당장 23일 헝다가 발행한 5년물 채권의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 지급일이 도래한다. 헝다는 이자 지급 여부에 대해 아직 확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채권 계약서상으로는 예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까지는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도 공식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낸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다만 헝다는 같은 날 만기가 돌아오는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의 위안화 채권 쿠폰을 제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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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헝다 유동성 위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헝다그룹의 채무는 77억달러에 달하고 2023년에는 108억달러로 급증한다.


업계에서는 헝다가 이미 많은 협력 업체들에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등 극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결국 채권 상환에 실패해 디폴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헝다그룹이 막대한 부채를 상환하려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팔아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ING는 헝다그룹이 자금 부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를 완공하지 못해 이를 현금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지 못해 매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헝다그룹이 파산할 경우 일차적 피해는 헝다그룹이 시행한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에게로 간다. 2020년 8월 기준 8440여 개로 집계된 건설회사, 인테리어회사, 자재납품회사 등이 대금을 받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연이어 파산할 수 있다.

헝다그룹의 위기는 부동산에서 시작됐지만 여파는 다른 산업에까지 미칠 가능성도 있다.


ING는 "헝다그룹은 산둥성에 위치한 은행과 제약사, 헝다가 투자한 고속도로 회사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헝다는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헝다발 리스크로 인해 중국의 '시멘트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중국 경제에도 큰 리스크다. 부동산 업계가 무너지면 이들 업체와 거래한 대형 은행들이 천문학적인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금융 시스템에 큰 충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헝다의 중국 내 거래 은행에는 공상은행과 농업은행, 민생은행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 사태를 '중국판 리먼브러더스'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부동산은 중국 GDP의 10%를 차지할 만큼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중국 경제에도 한파가 불어닥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결국 중국 정부가 사태 해결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장기 집권 확정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최대한 헝다 사태를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S&P에 따르면 헝다의 대출 규모는 중국 내 은행 대출 총액의 0.3% 수준으로, 당국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정도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서울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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