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부스터샷은 북적…36%는 1차접종도 거부

입력 2021/09/26 17:27
수정 2021/09/26 21:50
美 백신 양극화 현장 가보니

추가접종 대상 아닌 청년층
너도 나도 예약 대열 동참
사실상 전연령대 접종 가능

2차 접종 완료 55% 그쳐
팬데믹 종식까지는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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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당국이 고령층, 감염 취약집단에 한해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승인한 지난 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소재 앨러게니 종합병원에서 한 시민이 3차 백신 접종을 맞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미국 뉴욕 일대에서 활동 중인 기자는 업무상 외부 인사와의 접촉이 많아 코로나19 검사를 1~2주에 한 번씩 받고 있다.

주로 뉴욕 맨해튼 곳곳에 있는 이동형 검사소인 '랩Q(LabQ)'를 이용한다. 결과를 24시간 안팎에 이메일로 받을 수 있고 과거 검사 데이터까지 체계적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할 때 직원들이 간이 항체검사도 권해왔다. 그간 검사 결과는 일관됐다. 기자는 지난 4월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상태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지난주 검사에서는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항체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물론 간이 검사이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지지만 항체 수치가 낮아진 것이라는 추정은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부스터샷(백신 효과를 높이는 추가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25일(현지시간) 전날부터 부스터샷이 미국에서 시작됨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장에 나가봤다.

기자는 1·2차 접종을 모더나 백신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추가 접종을 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는 우선 화이자 백신만 부스터샷 백신으로 허가가 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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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기 전 우선 대형 약국 체인인 CVS 모바일 앱을 열어봤다.

부스터샷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감염 여부, 백신 접종 시기 등 간단한 설문지가 있었다. 65세 이상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18~64세라도 의료 종사자 등 직업적으로 코로나19 노출 위험이 큰 인구도 부스터샷이 가능했다.

또 다른 약국 체인인 월그린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 6개월이 지나야 하는데, 당일 예약은 불가능했다. 최소 1~2일 뒤부터 예약이 가능했다. 첫 번째로 가본 곳은 뉴욕으로 들어오는 관문 기차역인 '펜 스테이션' 근처에 있는 CVS였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예약 없이 백신 접종 환영'이라는 대형 안내판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시간대에 당일 방문 접종은 불가능했다. CVS 직원은 모바일로 예약을 잡고 다시 오라고 했다.


다시 10분을 걸어 32가에 있는 다른 CVS를 찾았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이 많아져 바쁘다"고 말했다. 뉴저지주에 있는 월그린스에서는 비교적 쉽게 부스터샷 예약이 가능했다.

연방정부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만·당뇨·고혈압·만성 신장질환 등 기저질환자 △의료 종사자·교사·노숙인보호소와 교정시설 재소자 및 직원·식료품점 직원 등 직업적으로 코로나19 노출 위험이 큰 사람 등을 부스터샷 자격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코로나19 노출 위험이 크다고 주장할 경우 검증이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백신 접종 후 6개월이 지난 사람이 기저질환이 있다고 주장하면 부스터샷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12세 이상 모든 사람들이 접종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 초 백신 공급이 부족하던 상황과 비슷하다. 어떻게든 빨리 접종을 하려는 '얼리 어답터'들은 흡연, 당뇨 등을 이유로 백신을 접종했다. 연초에 백신 접종을 완료한 '얼리 어답터'들이 접종 완료 후 6개월이 지나자 이번에도 선도적으로 부스터샷 행렬에 나선 것이다.

반면 미국 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55%에 그치고 있다. 1차 접종 기준으로는 64%다. 3명 중 1명은 백신 1차 접종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지난 24일 "분명히 하고 싶다. 우리는 부스터샷을 통해 이 팬데믹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가 추진하는 방역 정책의 가장 중요한 초점은 부스터샷이 아니라 미접종자에게 백신 접종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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