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獨 사민당, 기민聯에 진땀승…연정 이끌 총리는 안갯속

입력 2021/09/27 17:33
수정 2021/09/27 21:26
독일 총선 결과 1당 교체

사민당 25.7%, 기민聯 24.1%
과반 확보 위한 이합집산 시작

3·4위 녹색·자민당에 구애
親기업 자민당은 증세 반대
親환경 녹색당과 갈등 예고

메르켈 총리 퇴임 미뤄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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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대표 올라프 숄츠가 잠정 집계 결과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독일 연방의회(분데슈타크)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에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두 정당 득표율이 모두 낮고 표차도 얼마 나지 않아 사민당과 기민·기사연합 모두 서로 연정 구성을 주도하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사민당 득표율은 25.7%로 기민·기사연합(24.1%)에 불과 1.6%포인트 앞섰다고 독일 선거관리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잠정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299개 선거구 개표가 완료된 27일 올라왔다.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의 득표율이 31%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녹색당은 14.8%로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3당으로 올라섰다. 친기업 성향 자유민주당(FDP)이 11.5%,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0.3%로 그 뒤를 이었다. 좌파당은 득표율이 4.9%에 그쳐 4년 전(9.2%)에 비해 지지율이 반 토막 나며 원외 정당으로 밀려났다. 독일은 5% 이상을 득표한 정당만 원내에 진입할 수 있다.

의석수로 환산하면 전체 735석 중 사민당이 206석, 기민·기사연합은 196석(기민당 151석·기사당 45석), 녹색당은 118석, 자민당은 92석, AfD는 83석, 좌파당은 39석을 차지했다.

가장 많은 득표율을 차지하며 연정 구성 우선권을 갖게 된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대표는 유권자들이 사민당에 연립정부 구성을 위임했다며 16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숄츠 대표는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유권자들은 내가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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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아르민 라셰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 대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선거 결과를 접한 후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EPA = 연합뉴스]

간발의 차로 2위에 머문 기민·기사연합의 아르민 라셰트 대표는 "항상 가장 득표율이 높은 정당이 총리를 배출한 것은 아니다"며 "기민·기사연합 주도로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반박했다.


새로운 연정 출범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정당들의 득표율이 낮아 1953년 이후 처음으로 3개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연정 합의를 위해서는 각 정당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4년 전 총선 후에도 연정 협상이 늦어져 새 정부가 구성되기까지 6개월가량이 걸렸다. 새 총리 선출은 연정 구성 이후에 가능하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의 퇴임은 몇 달 더 미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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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잠정 의석수로 계산해 보면 정당 상징색(기민·기사연합은 흑색, 사민당은 적색, 녹색당은 녹색, 자민당은 황색)에 따라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흑·적),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의 '신호등' 연정(적·녹·황), 기민·기사연합과 녹색당·자민당의 '자메이카' 연정(흑·녹·황) 등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다만 연정 구성을 논의 중인 정당들은 AfD와는 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AP통신은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이 2013년부터 유지해온 대연정이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가 재임한 16년 중 12년간 대연정이 이뤄졌으나 양당 모두 연정 구성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데다 숄츠 대표는 지난 TV토론회에서 대연정을 지속할 의사가 없다고 시사했기 때문이다. 라셰트 대표도 "모든 사람들이 누가 1당이든 2당이든 상관없이 '대연정'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호등 연정, 자메이카 연정 구성을 위해서는 녹색당과 자민당 두 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파 성향의 자민당이 친환경 정책을 위한 증세에 반대하며 전기차 보조금 삭감 등을 주장하고 있어 녹색당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자민당 대표는 "자민당은 사민당보다는 기민·기사연합이 이끄는 정부와 정책 측면에서 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사민당과 논의하기 전에 녹색당과 대화를 하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다.

사민당과 기민·기사연합 모두 연말까지 연정 구성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숄츠 대표는 연말까지는 연정 구성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라셰트 대표도 "반드시 크리스마스 전까지 정부 구성을 마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초만 해도 기민·기사연합 지지율이 37%에 달해 정권 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민당은 올봄 13%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반년 만에 2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기민·기사연합 지지율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장기화에 따른 반감, 지난 7월 독일 라인강 지역 홍수 등 재해에 대한 미흡한 대처 등의 이유로 추락했다. 이에 기민·기사연합 득표율은 지난 총선(32.9%)보다 8.8%포인트 떨어져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결과를 기록했다. 반면 숄츠 대표는 메르켈 내각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일하며 거둔 좋은 성과를 앞세워 유례없는 추격전에 성공했다.

사민당은 물론 녹색당까지 중도좌파 정당들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자가 됐다고 도이체벨레(DW)는 평가했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모두 2017년 총선 때보다 각각 5.3%포인트, 5.7%포인트 더 득표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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