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의 그늘'…화장실 없는 대도시 가구 50만

입력 2021/09/28 15:37
수정 2021/09/28 15:42
샌프란·뉴욕 등 대도시일수록 배관시설 부족
코로나19 이후 학교·회사 화장실 사용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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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 타운

미국의 부유한 도시에 수도나 수세식 화장실이 없는 가구가 50만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찰스 디킨스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러한 빈민굴 같은 집은 대부분 세입자거나, 또는 유색 인종이 거주하고 있으며 통상적인 관념을 뛰어넘는 규모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통은 시골 지역에 실내 수세식 화장실이 없지만, 미국에서는 이러한 가정이 대부분 도시에 몰려 있었다. 이는 배관시설 빈곤 프로젝트(PPP)와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애리조나 대학의 공동 연구에서 나타났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포틀랜드와 같이 표면적으로는 발전한 IT 허브 도시에서 빈부 격차가 심하게 드러났다.


일례로 얀유린과 7세 딸은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100년 전 지은 건물에 살고 있으며, 모녀가 사는 층의 60가구 정도가 화장실 한 개를 공동으로 사용 중이다.

린의 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에서 화장실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요강을 사용해야 한다. 저녁에는 회사 건물이나 공원의 화장실이 폐쇄되기 때문이다.

린은 지난해 배탈 때문에 거주하는 층의 공동 화장실에 갔으나 고장이 났고, 다른 층의 화장실도 사용 중이어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배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구가 1만5천에 달했으며, 평균 시설 이하의 가정도 2000년보다 현재 12% 늘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세입자의 비율은 절반 정도이지만 배관이 없는 집에 거주하는 비율은 90%에 육박했다.

인종별로는 2017년 현재 흑인이 샌프란시스코 인구의 9%였지만, 실내 배관이 없는 가정은 17%에 달해 편차를 나타냈다.


문제는 이렇게 빈곤한 가정일수록 수입 중 주거 비용에 지출하는 비율이 더 크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 배관이 없는 가정의 수입 중 주거 비용 지출 비율은 44%였지만, 배관이 있는 가정의 주거 비용 지출 비율은 32%를 차지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도 지난 20여년간 여건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수만 가구가 공중화장실이나 학교 샤워 시설을 이용 중이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2017년 현재 실내 배관이 없는 가구는 각각 2만8천, 1만9천에 달했다.

반면 상·하수도 시설에 대한 연방 예산은 1977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배관이 부족한 가구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었다.

케이티 리한 KCL 환경·사회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에 배관이 열악한 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소득이 줄고, 부동산 임대 분야가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또 흑인이 많은 이유는 인종별로 빈부 격차가 커지고, 흑인을 혐오하는 정서가 커진 게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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