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가격 급등·물가 5%대 상승…美 떨게하는 인플레 공포

입력 2021/10/13 17:29
수정 2021/10/13 22:58
올해 원유 60%, 가스 2배 상승
美물류대란이 물가 더 부추겨
살아나던 일자리마저 주춤

IMF도 美인플레 위험 경고
성장률 7%서 6%로 하향

바이든, 항만노조와 대책 논의
연준, 내달 테이퍼링 잇단 시사
97158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미국 경제가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붕괴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에 짓눌려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여름 매달 100만명에 육박하던 신규 일자리 증가 열기가 식었고 소비심리마저 급격히 얼어붙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7%에서 6%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7월 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불과 3개월 만에 1%포인트 낮춘 것이다. 주요 7개국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크다. 같은 기간 IMF가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에서 5.9%로 0.1%포인트 미세 조정한 것과도 비교된다. 이에 대해 IMF는 지난 2분기 대규모 재고 감소, 공급망 교란, 소비 둔화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IMF는 이러한 경기 전망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약 4조달러 규모 인프라스트럭처 예산법안의 경제적 효과를 반영해놓은 상태다. 미국 의회에서 현재 진행하는 바와 같이 인프라 예산 규모가 줄어들면 경제성장률 상승폭은 더 작아질 수 있다. IMF는 내년 미국 경제 전망을 기존 4.9%에서 5.2%로 높여 잡았다.

IMF가 추정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3%, 내년 3.5%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안정 목표 기준인 2%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민간 투자은행에서도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6.4%로 책정했던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계기로 8월에 6%로 낮췄고 9월 5.7%에 이어 지난 10일 5.6%로 더 떨어뜨렸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에 민감한 소비자 서비스 지출 부문의 회복 지연, 재정 지원 둔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미국 경제 성장 둔화 요인으로 분석했다.

5월부터 4개월 연속 5% 이상 상승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월에도 거침없이 상승했다.

미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대비로는 0.4%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5.3%, 0.3%)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4.8% 상승하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중고차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4% 상승하는 등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0% 올랐다.

CNBC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인플레이션 피크(최고점)에 달했다고 예상했지만 공급망 압력, 에너지 가격 상승, 임대료와 의료비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계속 부추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라보르나 나틱시스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몇 개월 이어질 것"이라며 "공급망 장애로 일부 제품 재고가 급격히 소진됐고, 에너지 가격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고 진단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올해 들어 60% 상승해 2014년 이후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겨울 한파에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00만BTU(MMBtu)당 5.5달러를 기록하며 연초 대비 2배 상승했다. 이러한 석유와 가스 가격 상승에 따라 대체재인 석탄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석탄 가격마저 급등하는 추세다.


특히 공급망 불안정과 연말 대목을 앞둔 화물 수요 급증에 따라 물류 대란이 발생하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공장에서 북미 지역으로 컨테이너를 운송하려면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80일 정도 걸린다. 컨테이너선이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와 롱비치 항구에 도착하더라도 하역할 수 있는 일손이 부족해 공해에서 10일 이상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 기업들은 운동화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유통 업체들은 제때 물건을 운송하기 위해 더 비싼 해운 운임을 기꺼이 지불하며 경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8일 4647.6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통 업체들이 화물선 확보에 직접 나서면서 컨테이너와 아마겟돈의 합성어인 '컨테이너겟돈'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미국 서부 항만 노조 지도부와 만나 물류 대란 해법을 모색한다. 또 월마트, UPS 등 민간 유통·물류 회사와도 회의를 하고 대응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됐다. 크리스 센예크 울프리서치 수석 투자전략가는 "물가 상승에도 경제 성장 기대가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추세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 위원들은 시중 유동성 공급 규모를 점차 줄이기 위해 오는 11월부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개시할 수 있다고 연이어 시사했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상당한 추가 진전 기준이 물가 안정 목표를 충족하고도 남았고, 최대 고용과 관련해서는 거의 충족됐다"고 말했다. '상당한 추가 진전'이라는 문구는 테이퍼링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연준이 매달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1200억달러(약 144조원)어치를 시중에서 사들이고 있는데, 매입 규모를 줄이면 시중에 풀리는 자금 규모도 작아진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